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2월 25일 서울의 모 대학 졸업식장. 딸아이의 머리 위에 쓴 학사모가 자꾸만 흘러내립니다. 학사모가 조금 큰 모양입니다. 정장 위에 입은 까만 가운도 쭈글쭈글합니다. 미처 다리미질을 하지 못한 것이지요. 바삐 차려입은 졸업식 예복이기에 어딘지 모르게 부족함이 보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젯밤에 가운이라도 다리미로 다려놓을 걸…."

지방에서 급히 상경하는 바람에 세심한 데까지 챙기지를 못했지요. 카메라 셔터를 터트리는 나는 못내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방에 사는 학부모, 늘 노심초사

졸업식 지난 2월 25일 졸업식장 단상입니다.
졸업식지난 2월 25일 졸업식장 단상입니다. ⓒ 김강임
그렇지만 딸아이는 카메라 앞에서 즐거운 비명을 지릅니다. 

카메라 셔터를 터뜨리는 동안 만감이 교차합니다. 우선 무사히 졸업을 하게 되어 기쁘기도 하지만, 객지로 떠나보내야 했던 부모 마음은 늘 노심초사였지요.

어디 그 뿐입니까. 고등학교 땐 좋은 대학만 들어가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막상 아이 둘을 대학에 보내고 보니 매년 인상되는 대학 등록금은 물론 기숙사비나 하숙비에 부모의 다리가 휘청합니다.

더욱이 용돈까지 합치면 대학졸업하기까지 자녀 1명에 들어가는 비용이 3천만 원이 넘지요. 그러니 숨통이 막힐 수밖에요.

"융자금은 네가 갚아야지?"

'딸아, 졸업 축하한다. 그리고 고생했어!'

졸업식을 끝내고 점심을 먹으며 나는 마음 속으로 축하의 메시지를 날렸습니다. 하지만 즐거워야 할 점심 식사 자리에서 나는 딸아이에게 말 못할 짐 보따리를 하나 풀었습니다. 4년 동안 받은 학자금 말이지요. 물론 운 좋게 딸아이는 장학금을 계속 받아왔지만 전액 장학금이 아닌지라 4년 동안 받은 융자금이 꽤 많습니다.   

"딸아! 그런데 말이야, 졸업도 하고 취업을 했으니 4년 동안 받은 학자금 융자, 이젠 네가 갚아야지?"

보쌈을 먹던 딸아이는 동공이 열리더니 "엥? 그 융자금을 제가 갚으라고요?"하며 기겁을 합니다. 그러고는 "도대체 그 융자금이 얼마나 되나요?"하고 묻습니다. 하지만 나는 차마 융자금의 액수를 말하진 못했습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마당에 상처를 입을까 봐서 말입니다.

사실 딸아이는 한 번의 고시낙방 끝에 하는 수 없이 올해 대기업 취업을 선택했습니다. 공부에 대한 열정으로 서울대 대학원 등록은 해놓은 상태지만 휴학을 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겠다고 취업을 선택한 거지요.

2년 동안 절약해도 학자금 갚을 수 있을지

 2007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이 열린 지난 2월20 일 오전 서울 한성대학교 교정에서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높이 던지며 졸업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기사 내용과 특정 관련이 없습니다).
2007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이 열린 지난 2월20 일 오전 서울 한성대학교 교정에서 졸업생들이 학사모를 높이 던지며 졸업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기사 내용과 특정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전수영
연수를 끝내고 출근을 하는 상태니 월급을 받았지요. 첫 월급 받던 날이었습니다. 봉급의 반은 저축을 하고, 적립식 펀드와 장기주택마련 저축을 들고, 하숙비를 내고 나머지는 용돈으로 딸애의 통장으로 입금했지요.

그랬더니 딸 아이 왈, "엄마, 하숙비는 엄마가 내주시지…."

대기업 1년차 연봉은 3500만원에서 4000만원 정도. 그 중 반을 저축한다 해도 아마 2년은 족히 모아야 학자금 융자를 갚지 않겠어요? 그러니 대학등록금의 융자금을 안고 첫출발하는 신입사원들의 출발은 그만큼 늦어질 테고요.

부모 마음이야 융자금 다 갚아주고 싶지만 대학생이 둘이나 되다 보니 다리가 휘청거린답니다. 더욱이 올해는 모든 대학의 등록금이 인상된 상태니 그 부담 또한 크고요.

아직도 그 융자금을 누가 갚느냐는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즐거워야 할 졸업식 날 딸아이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못내 마음이 아픕니다. 그날, 창밖에는 딸아이의 졸업을 축하라도 해주듯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마 딸애의 마음도 내 마음처럼 무거웠을 것 입니다.


#등록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