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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은 강성노조다. 경제를 위해 바뀌어야 한다." - 이영희 노동부 장관

"올해는 (총파업) 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다." -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첫 대면부터 '까칠한' 대화가 오갔다. 7일 오전 처음 만난 이영희 장관과 이석행 위원장 사이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티타임'도 없이 바로 마주 앉았다.

 

웃으면서 시작한 간담회였지만, 결국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말들을 내뱉는 등 설전이 오갔다. 앞으로의 이명박 정부와 민주노총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날 오전 11시 이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는 경기도 과천 노동부 청사를 찾아 1시간 동안 이 장관과 노동부 간부들을 만났다. 이 장관은 취임 인사차 민주노총을 방문하려 했지만, 이 위원장이 "민주노총은 대통령도 오지 못한 어려운 길"이라며 거절했다.

 

민주노총에서는 이 위원장과 함께 이용식 사무총장, 우문숙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노동부에서는 이 장관과 송봉근 노사협력정책국장, 장의성 근로기준국장 등이 모습을 보였다.

 

처음부터 날카로운 말 오간 첫 인사 자리

 

 

이날 간담회는 처음부터 삐끗했다. 당초 이영희 장관이 장관실에서 이석행 위원장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 후,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이석행 위원장은 이를 거부한 채 곧바로 회의장으로 들어섰다.

 

처음부터 서로 덕담이 오간 6일 이 장관과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과의 간담회와는 달리, 이날 간담회에선 의례적인 인사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 장관이 "찾아가려 했는데, 직접 방문해줘 감사하다, 노동부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해주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민주노총을 방문하겠다고 했지만 경찰에 출두하지 않았다고 해서 철회했다"며 "어렵게 청문회를 통화한 장관이 민주노총을 방문하면, 노동부가 안정적으로 못 가고, 장관 수명도 단축될 것 같아 직접 왔다"고 비꼬았다.

 

이 장관은 "앞으로 법을 존중하길 바란다"고 발끈하면서도 "그런 일이 있더라도 더 만나 노동운동이 잘 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두 사람은 슬슬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말을 내놓았다. 대화 시작 5분도 안 된 때다.

 

먼저 이 위원장이 "대통령이 경제를 살린다면서, 노동자를 희생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장관 역시 우려스러운 부분이 참 많다"며 "노동부가 다른 부처에 비해 힘이 없어서, 장관과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는데, 새 정부에서는 더 심화될 것"이라며 큰 우려를 나타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란 기업의 소외로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고 그 결과로 근로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 경제 살리기를 통해 기업의 의욕을 북돋게 하고, 그 속에 있는 근로자들을 살리자는 것"이라고 이 장관이 답했다.

 

이 위원장의 공세가 이어졌다. 그는 "기업이 소외됐는지,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자가 소외됐는지, 냉정하게 평가하라"며 "우리 기업의 수출은 늘었는데, 그에 비례해 비정규직이 양산됐다, 차별이 심화되는 과정임을 고려해서 말해 달라"고 일침을 놓았다.

 

"강성 민주노총, 바뀌어야"... "노동자 인정 안 하면 총파업"

 

 

본격적인 설전에 들어간 것은 간담회가 시작된 지 10분도 안된 시점이었다. 이 장관의 설교하려는 듯 한 발언 때문이었다. 그는 "경제 살리기의 효과는 실천, 결과를 통해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민주노총 지도부를 설득하려 했다.

 

이를 듣던 이용식 사무총장이 "말이 '실용'이고 '실천'이지, 대통령이 국민에게 실천한 게 무엇이냐"면서 "기업들에게 언제든지 전화하라고 하는데, 경제를 살리려면 어려운 사람들의 전화부터 받아야 한다, 순서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런 기조로는 경제 살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도 "이명박 정부 하에서 장관들이 소신 있게 철학을 펼쳐나갈 수 있을 지 우려스럽다"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동안 노조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로 나갔다고 하는데, 민주노총 조직률은 전체의 4.5% 밖에 안 된다. 노조가 없는 곳이 훨씬 더 외국에 많이 나갔다. 민주노총과 노동자를 인정하지 않고는 경제를 뜻대로 성장시킬 수 없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민주노총 운동의 사회적 파장과 효과가 크다, 그것으로 볼 때 민주노총도 국가 경제를 위해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외국에서도 한국 노조가 강성이라는 인식이 형성됐다"고 맞받았다.

 

또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조직된 근로자가 근로 환경을 개선하려고 해도 벽이 있다, 잘못하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가 노동자들 안에서도 생길 수 있다"며 "노동운동이 제대로 되려면 시대적·역사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 장관의 말이 길어지자 이 위원장이 말을 끊고 "장관도 민주노총이 강성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되묻자 그는 "일반 국민들한테 그렇게 알려져 있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이 사무총장이 "국민 여론조사 하면, 정치인이 개혁 대상인데, 민주노총 위원장 앞에서 민주노총이 '국민생활 도외시하는 집단', '강성'이라고 말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도 "대통령·장관은 민주노총을 진정한 파트너로 생각하느냐"며 "정치권과 자본이 실력 행사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며 "작년엔 총파업을 안 했지만 지금 흐름으론 올해 총파업 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인수위 시절부터 이 정부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20여 분간의 공개 간담회 뒤, 40여 분간 비공개로 이어진 자리에선 이 장관이 '법과 원칙 준수'를 강조했고, 이 위원장은 "노동자가 업무방해하면 형사처벌 되고,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 하면 형사처벌 안 되는 현실에서 무조건 법과 원칙을 강요하지 말라"고 맞받았다.

 

화기애애했던 이 장관-한국노총 간담회와 큰 대비  

 

 

한편, 이날 만남은 6일 오후 이 장관과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과의 간담회가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과 큰 대비를 보였다.

 

이 장관은 한국노총을 직접 방문해 "한국노총의 운동 방향에 대해 장관이 되기 전부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경제발전을 위해 노사가 힘을 모아야 할 때 한국노총이 스스로 나서서 제창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장 위원장에게 덕담을 건넸다.

 

이에 대해 장 위원장 역시 "장관 스스로 소신과 의지를 가지고 정책을 펴, 노사 당사자와 많은 대화를 하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태그:#이영희, #이석행, #민주노총, #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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