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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산 동백 바다와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소미산 동백바다와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 전용호

따스한 봄날 햇살이 너무나 따사롭다. 일명 동백골이라고 부르는 무슬목으로 향했다. 여수에서는 무슬목을 동백골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무술목에는 동백나무가 없다. 몽돌해변과 아름다운 바다만 있는데, 왜 이런 이름으로 부르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이충무공유적기념비

돌산대교를 넘어서고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들어갔다. 까만 갯벌을 드러낸 굴전을 지나 무슬목에 도착했다. 입구에는 동백골이라는 글씨가 많이 지워진 바위 표지석이 보인다. 거북이가 하늘 보고 웃고 있는 듯한 ‘이충무공유적기념비’도 있다.

입구 표지석과 이충무공유적기념비 소미산 입구에는 이충무공유적기념비가 있다.
입구 표지석과 이충무공유적기념비소미산 입구에는 이충무공유적기념비가 있다. ⓒ 전용호

왜 이곳에 ‘이충무공유적기념비’가 서 있을까? 비문에는 그 이유를 적고 있다. 임진란이 일어났을 때 영남의 많은 백성들이 아우성치며 헤맬 적에 그들을 이곳으로 들여보내 곡식종자까지 마련해주어 피난살이를 하게 했던 깊은 인연이 있는 곳이며, 마지막 전투를 위해 진은 친 곳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비문의 마지막에는 장군이 최후를 맞이한 노량해전의 안타까움을 전해주고 있다.

"좌수사 임명받아 오시니 이 바다요, 돌보고 머무르시고 다시 와 싸우시고, 마지막 이 바다 거쳐 노량으로 가시니라. 가시고 안 오시다가 가신 줄 알지마라, 이 바다 주인이시매 사신 듯 와 계시니 망고에 푸른 저 물결 바로 님의 뜻이니라."

덧붙여 1963년 4월 27일 이은상은 글을 짓고 전영재는 글씨를 쓰고 기념비건립위원회에서 이 비를 세웠다고 안내하고 있다.

동백숲을 찾아 소미산으로

동백은 흔한 꽃이 되었다. 사철 푸르고 윤기 있는 잎과 그 붉은 꽃에 매료되어 분재로 만들고 정원수로 심어져 항상 우리 주변에서 친근하게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동백을 보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동백나무 군락지는 대부분 천연기념물이나 사찰주변 등 관광지로 지정되어 있다. 자연상태로 만개한 동백이 보고 싶다.

산길로 접어드니 일찍 얼굴을 내민 노란 양지꽃이 환하게 웃는다. 나무계단 길로 정비된 등산로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올라간다. 중간에 나무의자에 앉았다가도 올라간다. 너무나 따뜻한 봄날에 마음도 여유롭다.

소미산 동백숲 산 정상 가까이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백숲이 있다.
소미산 동백숲산 정상 가까이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백숲이 있다. ⓒ 전용호

동백 붉은 꽃잎속에 노란 수술이 대비되어 강렬한 아름다움을 준다.
동백붉은 꽃잎속에 노란 수술이 대비되어 강렬한 아름다움을 준다. ⓒ 전용호

얼마 오르지 않아 군데군데 빨간 동백이 얼굴을 내민다. 조금 더 올라서니 반짝거리는 동백숲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작은 섬 두개가 다정스럽게 떠있다. 무술목 바닷가에서 바라보면 형제같이 아름답게 떠있는 섬이다.

한가득 피어있는 동백 숲을 보고 싶었는데 아직 절정에 오르지 못했는가 보다. 작은 봉우리들을 수없이 달고서 아직도 때를 기다리는 동백들이 얄밉기만 하다. 동백숲으로 들어서니 하늘을 가린 동백나무들로 아늑하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바위와 하나가 된 동백나무들도 보인다. 왜 힘들게 그곳에 자리 잡았냐고 묻고 싶다.

소미산(194m) 동백숲은 산 아래서는 보이지 않는다. 정상 못 가서 바다 쪽으로 약 1900평의 동백군락지가 암석과 어울려 자연 그대로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무술목을 동백골이라고 불렀는지도 모르겠다.

물이 빠진 무술목 풍경

정상에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바로 본 풍광은 아름답다. 바로 아래로 작은 섬들이 점점이 놓여져 있다. 남해도와 돌산도 사이로 광양항을 드나드는 커다란 배들이 지나가고 있다. 그 너머로 수평선이 이어지고 있다. 무술목도 내려다 보인다. 물이 많이 빠졌다.

정상에서 바로 본 바다 좌측에서 부터 외치도, 내치도, 죽도, 혈여
정상에서 바로 본 바다좌측에서 부터 외치도, 내치도, 죽도, 혈여 ⓒ 전용호

무술목 풍경 봄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해변을 즐기고 있다.
무술목 풍경봄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해변을 즐기고 있다. ⓒ 전용호

올라갔던 길을 다시 쉬엄쉬엄 내려섰다. 해양수산과학관이 있지만 바다가 더 기다린다. 바로 바다로 향했다. 많은 관광객들이 따스한 봄 햇살을 맞으며 바다를 즐기고 있다. 몽돌밭에 가족끼리 않아 준비해온 음식을 먹기도 하고, 배드민턴까지 준비해와 모래 해변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 물이 차가울 텐데 성급하게 바다에 들어간 애들도 있다. 모래 해변에 가면 꼭 보게 되는 사랑을 서약하는 하트까지.

이거 먹을 수 있어요?

물기를 가득 머금은 모래 해변은 촉촉하게 느껴진다. 찰랑거리는 파도를 따라 걸었다. 모래 해변이 끝나는 곳에서는 바위들이 드러나 있다. 그 바위 사이로 많은 사람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무술목 풍경 마을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어우러져 해산물을 채취하고 있다.
무술목 풍경마을주민들과 관광객들이 어우러져 해산물을 채취하고 있다. ⓒ 전용호

이게 뭐예요? 바위에 붙은 해조류와 홍합 등 모든게 궁금하다.
이게 뭐예요?바위에 붙은 해조류와 홍합 등 모든게 궁금하다. ⓒ 전용호

홍합 바위마다 까만 홍합들이 붙어 있다.
홍합바위마다 까만 홍합들이 붙어 있다. ⓒ 전용호

“뭐 잡으세요?”하고 물으니 고동을 잡는단다. 바위에는 홍합이 많이 붙어 있다. 순간 원초적인 본능이 되살아난다. 바위틈에 머리를 숙이고서 고동을 잡고, 홍합을 따기 시작했다. 혹시나 해서 갯일 하는 마을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았다.

“이거 먹을 수 있어요?”
“요즘 한참 맛있을 때요.”

먹을 수 있는 것을 확인하니 더 신이 났다. 바위를 넘어 다니면서 홍합도 따고 바위틈을 뒤져 고동도 주웠다. 수확을 하는 기쁨과 자연산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다는 즐거움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그러기를 한참. 해는 어느덧 빛을 잃어가고 있다.

갯일을 하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성게를 가득 잡은 아저씨, 미역을 한 망태 만든 아주머니. 우리는 홍합을 한 봉지 만들었다.

그날 밤에 홍합을 삶아서 맛있게 먹었다. 알맹이가 크지는 않지만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단맛이 많이 났다. ‘흐흐, 싱싱한 자연산 홍합을 먹을 수 있다니···’ 그저 즐거울 뿐이다.

ⓒ 전용호

덧붙이는 글 | 3월 8일 여수 돌산도에 다녀왔습니다. 소미산(194m)은 여유있게 1시간 반 정도면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습니다. 바닷가에 갈 때 물때를 알고 가면 더울 즐겁게 보낼 수 있으며, 물때는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에서 예보하고 있습니다.



#돌산도#무술목#소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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