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한 5차 공판이 10일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108법정에서 노종찬 판사의 심리로 열렸다. 유조선측과 삼성중공업측 변호인단은 이날 공판에서도 충돌사고원인제공에 대한 책임공방을 벌였다. 이날 공판에는 대산항교통안전센터 소속 관제사 3명이 증인으로 나서 사고전후 예인선단과 유조선이 교신한 내용, 관제센터에서 관측된 항적 데이터 등을 진술했다. 삼성측 변호인단 "유조선 후진으로 사고 유발" 5차 공판에서 삼성측 변호인단은 대산항교통관제센터의 항적 데이터와 인공위성 항적(AIS) 자료 등을 토대로,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구성한 자체제작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유조선의 과실로 인해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며 "유조선의 후진이 참사를 불러온 원인이며 관제센터와 예인선단의 요구대로 앵커를 올리고 전진했다면 기름이 유출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삼성측 변호인단은 "유조선측은 예인선단이 기상특보가 발효되었는데도 무리한 운항을 하였다고 주장하는데, 사고 발생 당일 새벽 서해 중부 앞바다에 대한 기상특보는 없었다"며 "사고 발생 인근 지역인 덕적도의 기상을 참고할 때 오전 7시가 돼서 비로소 기상청의 기상특보가 발효된 것으로 나타나 이전까지 서해 중부 앞바다의 기상상태는 항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양호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측은 "유조선에는 알파레이더 2개가 설치되어 있어 4~7시까지 당직자가 근무를 하였다면 이 시각 유일하게 항해하는 예인선단을 레이더로 관측, 위험을 감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유조선)당직근무자는 예인선단 좌현에 위치한 홍등을 보았다고 진술했다"며 "당시 상황을 비춰볼 때 예인선단 후미가 관측됐어야 하므로 조탄실 당직근무 사실은 진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예인줄 절단과 관련 변호인단은 "삼호 T3의 후미 부분이 기상악화로 인해 조정능력을 상실하여 삼성 T5와 부선을 연결한 예인줄에 몇 차례 접촉하면서 충격을 받았고, 파도 등으로 인해 계속적으로 충격을 받아 절단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돌 후 사고 조치에 있어서도 삼성측은 "유조선이 탱크내 공기를 빼 기압을 낮춰다면 기름 유출 경과 시간을 더디게 할 수 있었다"며 "허나 유조선은 오히려 탱크내 불화성가스를 주입해 기름 유출을 가속화 했다"고 말했다. 유조선측 변호인단 "예인줄 절단이 사고 원인이다" 유조선측 변호인단도 항적자료를 분석한 시뮬레이션을 공개했다. 유조선측은 분석한 자료의 설명에 앞서 "삼성측이 공개한 동영상은 피고인들의 진술에 의해서 만들어진 영상"이라며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것을 가정해 만들어진 데이터는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고"고 말했다. 유조선측은 "유조선 선원이 6시 9분경 최초위험을 감지하고 대산항만청에 연락을 했고 6시 17분경에는 4차례에 걸쳐 예인선단을 호출하였으나 응답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조선은 닻줄을 늘리고 엔진가동을 준비하는 등 충돌방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또 "만약 0.5마일 벗어난 곳에 내려져 있던 닻을 올리고 피항하기 위한 작업을 했다면 약 20여분간 엔진을 가동하여 전진해야 하는데 이는 예인선단과 충돌을 자초하는 행위"라며 "유조선이 후진하며 6시 51분 위험권에서 벗어난 예인선단의 예인줄이 절단되면서 떠내려와 유조선에 충돌하였다"고 강조했다. 유조선은 삼성측이 주장한 위험감지를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실제 레이더상에 나타나는 예인선단은 희미하게 관측이 되어 예인능력 상실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며 "유조선이 투묘하고 있던 정박지를 사고 이전 흥국 19호가 0.2마일의 간격으로 통과하기도 하여 예인선단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예인상실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예인능력을 상실했다는 예인선이 유조선과 충돌 직전, 부선의 속도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예인선이 엔진을 출력했다는 증거"라며 "이미 오래전 예인능력을 상실했다는 삼성측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검찰측은 VHF를 통해 교신한 내용을 공개했다. 검찰측은 4시~7시 30분까지 VHF의 16번 채널과 12번 채널 등을 통해 교신된 내용을 공개하면서 "관제센터에서 처음 위험을 감지한 관제사가 5시 23분경 예인선에 호출을 하였으나 응답하지 않았다"며 "이후 예인선단의 선장의 핸드폰 번호를 찾아 6시 17분경 예인선단 선장과 통화가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증인으로 나선 관제사 김아무개씨는 "6시 17분경 삼성 T5호 선장 조아무개씨와 통화를 했다"며 "예인선단의 움직임에 대해 조아무개 선장에게 물으니 '기상악화로 인해 예인하는데 힘이 든다'며 '허나 최선의 노력을 다해 충돌을 피하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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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폰영상 유조선 선원이 촬영한 핸드폰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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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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