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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틈에서 문어를 찾았습니다. 봄철에는 덩치 큰 문어가 가금씩 발견됩니다.
▲ 바위틈에서 발견한 문어 바위틈에서 문어를 찾았습니다. 봄철에는 덩치 큰 문어가 가금씩 발견됩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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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의 봄은 바다로부터 옵니다. 지난 휴일 모처럼 만에 따뜻해진 봄 날씨에 온 가족이 바다로 갔습니다. 대관령 자락에는 흰 눈이 그대로지만 바닷가와 들녘에는 파란 기운이 일렁입니다. 연한 갈색의 마른 풀잎 밑에 파란 새싹이 돋아납니다.

얕은 바닷가 동틈에 사는 게. 알을 몸에 붙이고 다닙니다. 이놈은 놓아줬습니다.
▲ 바위게 얕은 바닷가 동틈에 사는 게. 알을 몸에 붙이고 다닙니다. 이놈은 놓아줬습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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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도 파란색으로 물들었습니다.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바닷가 바위를 넘나들며 파래와 게, 조그만 물고기를 잡느라 야단입니다. 사람들은 동해안에 밀물과 썰물이 없는 줄 알지만 강동면 바닷가는 눈에 보일 정도로 표시가 납니다. 수심이 얕은 바닷가는 썰물 때에 속살을 드러내 보여줍니다. 웅덩이에는 조그만 게와 물고기들이 바글거립니다.

우리 아이들은 파래가 덮인 돌 틈에서 죽은 지 얼마 안 된 문어를 발견했습니다. 바닷물에 씻어보니 금방 죽은 것 같습니다. 먹물 주머니도 터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먹어도 될 것 같습니다.

요즘은 문어가 산란 철이라 가끔 힘없이 파도에 밀려 나오는 문어가 발견됩니다. 암컷 문어는 바닷속 바위구멍에 알을 낳아 놓고 먹이도 먹지 않은 채 다른 물고기들로부터 자신의 새끼들을 지킨답니다. 한 달 정도 지나 알이 부화가 되면 어미 문어는 힘이 다해 다른 문어의 먹이가 되거나 자연사한다고 합니다.

인화는 질겁을 하지만 둘째아이 정윤이는 손에 쥐고 휘 휘돌립니다. 시골에서 할머니와 자란 아이라 못 만지는 게 없습니다. 불가사리를 찾았는데 보물이라도 되는 양 좋아합니다.
조그만 물고기들의 이름은 모르지만 많이 잡아서 추어탕을 끓이면 맛이 일품이라고 합니다. 어떤 이는 민물에 사는 꾹저구라고도 하는데, 바다에서 살다가 강으로 거슬러 오른다고 합니다. 자세히 보니 민물에 사는 꾹저구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아이들은 잡는 것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물속에 어른거리는 고기를 보고 “아빠 빨리 와 여기 고기 엄청 많아” 소리를 칩니다. 다른 사람들은 조그만 뜰채로 고기를 푸는데 우린 차에 실린 쪽대(일명 반두)를 가지고 송사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맨발로 물에 들어가  고기를 몰아봅니다.
▲ 상순이 아빠가 솜씨를 자랑합니다. 맨발로 물에 들어가 고기를 몰아봅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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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반두질하기는 처음이다. 이거 불법 아니야?”

만두집 배달 일을 하는 상순이 아빠가 맨발로 물에 들어섭니다.

물을 좋아하는 강릉 사람들은 차에 쪽대 하나씩은 가지고 다닙니다.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가는 곳마다 개울이 있어 물고기가 노닐면 한 사발씩 잡습니다.

사실 오전에는 연곡천에서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지난주에 내린 눈이 녹으면서 물이 조금 불었지만 물고기들이 벌써 나다닙니다. 쉬리 탱수(퉁가리의 영서말) 그 외의 여러 종류의고기를 제법 잡았습니다.

조그만 고기들이 바글 거립니다. 어종은 모르겠습니다.
▲ 바다물고기 조그만 고기들이 바글 거립니다. 어종은 모르겠습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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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봄은 봄인가 봅니다. 맨손을 물에 담가도 차갑지 않습니다.

저녁에 시골집에 들러 게도 삶고 추어탕을 끓여 먹었습니다. 강릉에 들를 기회가 되면 바닷가에서 조그만 게를 잡아 보세요. 아이들이 참 즐거워합니다.

설물에 드러난 바위에서 조개와 게, 송사리를 잡고있는 사람들
▲ 봄바다 풍경 설물에 드러난 바위에서 조개와 게, 송사리를 잡고있는 사람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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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최원석 기자는 자전거포(http://www.bike1004.com)를 운영하며 강원 영동지방의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태그:#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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