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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는 노동운동을 하며 '근로기준법대로 하자'는 주장을 해 왔다는 하종강이 만난 사람들의 삶, 노동, 희망을 담고 있다.

 

저자 하종강이 만난 세상은 참으로 암울하다. 산재피해자, 비정규직,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를 보이는 노동자, 사기 피해자, KTX 여승무원, 노동 현장의 수많은 노동자들과 노동 현장의 활동가들의 모습들은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인가 싶을 정도로 절망스럽다.

 

그러나 하종강이 전하는 세상은 그래도 사람 사는 모습을 느낄 수 있어 따뜻하다. 그래서 그는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라고 말을 한다.

 

항상 부끄러움을 통해 배운다는 저자는 고속버스에서 만난 생선 비린내 나는 아주머니가 요기라도 할 요량으로 붕어빵을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 목이 잠기고, 생선 비린내 따위로 기분을 상했던 자신의 모습에도, 누군가에게 출신학교를 물었다가 학벌 없는 세상을 지향한다는 대답에도 부끄러워한다.

 

그리고 추운 겨울날 바람막이 하나 없이 길거리에서 하루 종일 일해야 하는 아주머니 모습을 보고 그날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사람 사는 문명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그런 일자리도 구하지 못해 쪽방에서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며 겨우 연명하는 노인들이 있는 현실이, 사람 사는 사회에서 아무렇지 않게 매일 벌어지고, 사람들은 그런 일에 그토록 무관심하게 살아갈 수가 있는지를 생각하며 괴로워한다.

 

저자의 그러한 연민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책의 행간을 따라 읽다보면 최소한 사회적 약자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그의 따뜻한 시선이 세상을 '나와 너'로 보지 않고, 외면할 수 없는 '우리'로 보는 데서 기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어려운 시기에 모두들 마다하는 노조 간부 직책을 두말없이 맡아주는 노동자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이 칭송하는 아버지, 어머니 이야기 못지않게 자신에게 감동적인 일로 다가옴을 밝히며 이렇게 말한다.

 

"가족이 아닌 사람을 위해 묵묵히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길을 선택하는 모습은 그것이 비록 '작은' 희생일지라도 가족을 위한 '큰 희생' 못지않게 감동적이다.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부당한 권력과 자본에 의한 피해가 뻔히 예상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가족이 아닌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개와 구별되는 아주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나는 지금 옳은 일을 위해서 어떤 손해를 감수하고 사는가."

 

하종강은 자신을 '파업 노동자를 찾아다니는 일을 직업으로 20년 넘게 해온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파업노동자들의 언동이 인생에 대한 한없이 진지한 고민과 역사와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의 총체적 결실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본에 깃댄 언론과 우리나라의 평균적 사회의식을 가진 일반 대중들에 유감을 표하며,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파업을 비난하지 않는 것이 결국 시민들의 권리를 지키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아직까지 무노조경영을 자랑하고, 그러한 경영을 추켜세우는 풍토다. 그래서 "노동조합이 없는 회사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 노동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대우를 받는 것은 결국 다른 노동조합 활동에 무임승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하며, '무노조 경영을 아직도 훌륭한 경영 방식인 양 착각하는 부끄러운 일 하나만이라도 우리 사회에서 하루빨리 사라지기를' 기원하는 하종강의 바람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자신과 가족의 행복만 열심히 추구하며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다른 이들의 고통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에 대해서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남보다 좋은 직장에 취업하거나 동기생들보다 일찍 승진한 사람들이 인생의 승리자가 됐다는 자부심을 느낄지언정 아무 잘못도 없이 밥을 굶어야 하는 아이들의 고통 때문에 잠 못 이루며 가슴 아파 해본 적이 없다면, 과연 정상적인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나라에서 위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 때문에 가슴 아파 해본 적이 없다면, 제발 열등감이라도 좀 느끼며 살자'는 말은 '나' 혼자만 챙기는 시대 부류에 비춰볼 때, 광야에 홀로 외치는 선지자의 외침처럼 청량하기만 하고,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임에도 노동자들의 '총파업'에 언론이나 국민들이 별로 주목하지 않는 사회에서 '노동조합을 부정적으로 보지 말라'"는 유치한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는 저자의 한숨이 들리는 본서는 일정 부분 계급의식, 노동자 계급에 대한 자각을 촉구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혹자에게는 부담스런 책이 될 수도 있다.

 

저자의 말처럼 이 땅의 "부자들은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확실한 계급의식을 갖고 있는데, 정작 서민들은 계급의식이 없다". 그러나 '자본과 권력의 편'에 서지 않는 이상, 노동자 아닌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런 면에서 하종강의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는 노동자로서의 자각이 없다면 읽기에 거북한 선전물이겠지만, 자신 또한 노동자라는 의식을 갖고자 하는 이와 '나'만 위해 사는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살기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 - 우리 시대와 나눈 삶, 노동, 희망

하종강 지음, 한겨레출판(2008)


#하종강#노동자#희망#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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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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