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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어렵다? 쉽다? 나는 어느 쪽에 속할까. 전자에 속한다고 고백해야 할 것 같다. 갈수록 글쓰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그렇다고 혼자 생각해본다.

 

나이가 들수록 웬만한 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고 하는 생각의 게으름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생각의 게으름은 글쓰기의 게으름으로 또한 나타나는 것이 자명하기에.

 

일단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려고 한글을 열고 빈 여백을 들여다보면 실타래처럼 엉켜 있던 생각들이 다 흩어져버리고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질 때가 종종 있다. 때로는 엉켜있어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 때문에 무엇부터 써야 할지 깜깜할 때가 있다.

 

하얀 화면 위에서 재촉하듯 커서는 혼자 깜박이고, 생각은 연결을 잇지 못하고 있을 때, 글을 써보아도 제대로 살아있는 글이 되지 못할 때, 어깨는 긴장하고 눈이 아프고 뒷목이 뻐근해 온다. 그다음에는 생각하기 싫은 것이다. 그런데 또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도 없다.

 

왜냐하면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마치 아침마다 화장실에 가야 하는 사람이 화장실에 가지도 못하고 속이 더부룩한 채로 그날을 넘겨야 하는 것처럼 무겁고 뭔가 답답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어떻게든 해소를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안중근 선생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던가. 글이 잘 쓰이지 않을 땐 책상 앞에서 시간이 마냥 흘러간다. 뭔가 애쓰는 데 진척은 없고 시간만 흘러가는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때가 온다. 그것은 나름대로 많이 해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윌리엄 진서의 <글쓰기 생각쓰기>(돌베개/이한중 옮김)는 저자의 말대로 ‘기능을 연마하기 위한 책’이다. 글쓰기의 가장 기초적인 것들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아주 유용하고, 글 쓰는 이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글쓰기의 실용서라고나 할까. 무엇보다도 저널리스트로써, 혹은 작가로서 글을 쓰고 가르치는 자리에서 실제 경험한 것을 토대로 명료하고 따뜻하게 풀어가고 있어 더 좋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5부로 나뉘어 있으며 이 책에서 지은이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글쓰기의 ‘원칙’에 충실하라는 것과 단어선택의 중요성, 또 하나는 글쓰기의 통일성과 글을 어떻게 시작하고 끝내는지 그 방법에 대해, 여러 가지 글쓰기의 형식, 글쓰기의 자세 등에 대해 진지하게 조언하고 있다. 또한 좋은 글이 어떤 것인지 예문을 통해 소개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단어와 용법 등에 대해서도 기꺼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글쓰기의 타성에 젖다 보면 죽은 글, 진부한 단어들을 나열할 때가 많다. 저자는 글을 쓰면서 먼저 단어 선택에 주의해야 할 것을 환기시킨다. 참신한 단어와 이미지를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쓰기에 있어 저자는 ‘고쳐 쓰기가 생명‘이라고, '난삽함과의 싸움은 잡초와의 싸움'과도 같은 것이라고, 통일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고쳐 쓸수록 명료하고 좋은 글이 된다는 것은 글을 쓰면서 경험하는 일들이다. 시간을 두고 더 다듬으면 좋아질 수도 있는 글도 너무 성급하게 끝을 맺는 경우가 또 얼마나 많은지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일단 스케치하듯 써서 내 문서에 보관해 두고 다음 날이나 시간이 좀 지나서 다시 들여다보면 앞에 생각지 못했던 것들이 떠오르고 글이 제대로 형상화되기 시작하는 것을 경험할 때가 있다.

 

글 쓰는 사람들은 가끔 글을 쓰면서 버리기 싫어서 그걸 붙들고 끙끙댈 때가 있다. 시간은 흘러가고, 여기저기 배치해 보아도 문장 속에 녹아들지 못하는 글들, 그는 버릴 만큼 버리라고 조언한다. 고쳐 쓰기는 ‘글 잘 쓰기의 핵심‘이며, ’명료한 글쓰기는 부단한 손질의 결과‘라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건 힘든 일이다. 명료한 문장은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심지어 세 번째까지도 적절한 문장이 나오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다. 절망의 순간에 이 말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글쓰기가 힘들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글쓰기가 정말로 힘들기 때문이다.”

 

이 책은 1976년에 처음 출간한 이후 100만부 이상 팔린 이 책은 지난 삼십 년 동안 함께 변해왔고 글쓰기를 배우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직, 간접적으로 글쓰기의 기본을 가르쳐 왔다. 이 책은 그동안 새로운 문학적 변화, 새로운 단어의 용법을 따라잡기 위해, 그가 접한 새로운 주제에 대해 책을 쓰면서 배운 점을 이 책에 반영해 더 나은 책으로 내놓기 위해 이 책을 여섯 번 고쳐 썼다고 한다. 이 책은 명쾌하고 따뜻한 조언으로 현역 작가가 들려주는 글쓰기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그는 ‘글쓰기는 경쟁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글 쓰는 사람들은 모두 서로 다른 지점에서 출발해 서로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가기 때문에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자기 페이스대로 가라는 것이다. 유일한 경쟁자는 자기 자신이라고 그는 말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쓰면 안 되는 주제란 없다’고 그는 말한다. ‘삶의 어떤 부분도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절대 하찮은 것이 아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파고들면 글도 잘 써지고 독자의 관심도 끌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요리, 원예, 사진, 뜨개질, 골동품, 조깅, 항해, 스쿠버다이빙, 열대조류, 열대어 같은 자기 취미에 대해, 교육, 간호, 경영, 점포 운영 같은 자기 일에 대해 써보라는 것이다.

 

글쓰기란 곧 생각을 쓰는 것이다. 생각의 게으름은 글쓰기의 게으름을 잉태하는 것은 자명한 것.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는다고 해서 금방 글쓰기가 쉬워지거나 좋아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끊임없는 인내와 노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널리스트요 작가로서, 또한 예일대학 등 가르치는 자리에서 실제로 저자가 경험한 것들과 함께 엮은 이 책을 통해 글쓰기에 임하는 태도라든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자신의 허점, 또 쉽게 간과해 버리기 쉬운 글쓰기의 가장 기본적인 것들 등에 대해 자신을 일깨우면서 자기만의 문체를 발견하고 발전시켜 나가면서 글쓰기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모든 글쓰기는 결국 문제 해결의 문제이다. 어디서 사실을 수집하느냐의 문제일 수도,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 접근법이다 태도, 어조나 문체의 문제일 수도 있다. 무엇이건 간에 그것은 부딪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때로는 정답을, 또는 아무런 답도 찾지 못해 절망하는 수도 있다. ‘아흔 살까지 산다고 해도 이 골치 아픈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도 종종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때가 오는데, 그것은 내가 맹장수술을 오백 번째 하는 외과의사와 같기 때문이다. 많이 겪어봤다는 말이다.”


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돌베개(2007)


태그:#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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