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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대안학교인 경남 산청 간디학교 소속 최보경(34) 교사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집과 학교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출두요구서를 발부한 가운데, 교사와 졸업생들이 수사 중단 등을 촉구했다.

 

경남지방경찰청 보안수사2대는 지난 2월 24일 최 교사의 집(진주)과 학교 교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경찰은 컴퓨터 3대의 하드 디스크와 시디 11장, 플로피디스켓 1장, 책 7권, 수행평가지, 교무일지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12일 출두요구서를 우편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 교사에 대해 구체적인 혐의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경찰은 최 교사가 인터넷에 올린 글 등에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9년부터 간디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최 교사는 전교조 경남지부 통일위원장을 지내고 지금은 전교조 산청지회장과 산청진보연합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의 압수수색 당시 최 교사는 금강산에서 경남도교육청 주관의 경남지역 중등학교 통일교육담당자 연수를 받고 있었다.

 

교사회 "경찰은 간디학교 진입에 사과하라"

 

간디학교 교사와 졸업생, 학부모들은 ‘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대책위는 조만간 인터넷 카페를 만드는 등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간디학교 교사회는 지난 10일 입장을 내고, 그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다. 교사회는 “보안수사대는 간디학교 진입에 대해 사과하라”면서 “경찰은 사전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교무실에 들어왔다가 당직교사의 연락으로 그때서야 학교장에게 통보가 되었으며, 당사자인 최 교사에게 직접 영장을 제시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금강산에 간 틈을 이용해 압수수색을 하는 상식에 어긋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사회는 “경찰은 배움의 공간에서 일어난 이와 같은 비상식적인 행위에 대해 마땅히 간디학교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성의 있는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며 “교사들은 학습권 침해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사회는 “교무실과 가택 수색을 통해 가져간 대부분의 자료는 다름 아닌 수업자료였다”면서 “최 교사는 이 일로 개학을 맞이하여 당장 수업을 진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경찰이 압수해 간 물품 속에는 수업자료로 쓰고 있던 EBS의 ‘지식채녈e’나 KBS의 ‘VJ특공대’ 등 공영방송의 프로그램 자료도 있었다. 또 학생들이 제출한 수행평가서, 교무수첩도 경찰은 압수했다.

 

교사회는 “경찰 수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경찰은 자칫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으로 한 개인을 범죄자로 몰거나, 10년 경력의 교사를 의식화교사 운운하면서 반교육자적인 사람으로 매도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사회는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보경 교사에 대한 수사를 즉각 중단할 것”과 “혐의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명백히 밝힐 것”, “당장 압수 물품을 최 교사에게 돌려줄 것”을 촉구했다.

 

졸업생 “시대착오적 법으로 학습권 침해는 부당”

 

졸업생들도 나섰다. 간디학교 홈페이지에는 언론 보도를 통해 소식을 듣게 된 졸업생들이 글을 올리고 있다. 졸업생들은 ‘최보경 선생님을 위한 간디학교 졸업생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10일 성명서를 간디학교 홈페이지에 올렸다.

 

졸업생들은 “지금까지 성실하고 열정적인 역사가이자 헌신적인 선생님으로 수많은 제자들을 키워내셨던 최보경 선생님의 교권과 훌륭한 교사에게 가르침 받을 학생들의 수업권을 국가보안법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법으로 침해하는 것은 명백히 부당하다”고 밝혔다.

 

또 졸업생들은 “최보경 선생님은 공신력 있는 역사교사로서 교과서뿐 만 아니라 음악, 영상물 및 언론보도자료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역사 수업에서는 드문 시청각 교육을 해오셨고, 다양한 수업 방식을 연구하셨다”면서 “선생님은 학생들이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 속에 세상을 보는 눈을 갖도록 가르치셨다”고 덧붙였다.

 

졸업생들은 이어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이 버젓이 텔레비전에 공개되고 환영받는 나라에서, 한명의 역사 교사가 국가의 존립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되고 있다는 것은 모순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교조 등 지역 144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달 27일 경남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위를 구성해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국가보안법, #간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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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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