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떡으로 고기를 싸 먹기도 하네? 저거 맛있나. 한 번 먹어보고 싶은데.” 지난 13일 <온에어> 방송에서 주인공 이경민(박용하분)이 어머니와 같이 밥을 먹을 때 경민의 모는 경민에게 떡으로 고기를 싸서 준다. 본래 식욕이 많은 나이기에 그 장면을 보니, 한 번 가서 먹어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지금은 중국에 있어 가서 먹어 볼 수 없지만, 한국에 들어가면 꼭 한 번 먹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거 얼마나 잘 되는지 해외까지 있다더라. 형도 냉면 집 말고 이런 것을 해야 했는데.” 뒤이어 경민 어머니가 한 말에 떡에 고기 싸 먹는 모습에 부릅떠진 눈이 감길 새도 없이 귀가 번쩍했다. ‘해외에서도, 해외에서도, 해외에서도.’ 이 말이 계속 귓가를 맴돌며 그렇다면 중국에 들여와 해도 괜찮은 사업이겠네 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얌체공이 있는 것처럼 흔들었다. 그러다 방송이 끝나갈 무렵 떡하니 찍힌 한 제작 지원사 로고를 보는 순간 묘하다고 할까 야릇하다고 할까 알 수 없는 미소가 입가에 저절로 번졌다. 왜냐고? 일단 이 대사 한 번 들어보자. “미국 드라마 좋아하시는 오승아씨, 그거 아시나? 미국 배우들은 CF 안 찍어. 자기가 쓰지도 않는 제품 홍보하는 거 수치스럽게 생각하거든!” “그러는 작가님은 왜 작품마다 PPL(드라마나 영화에서 제품을 보여주거나 사용하여 하는 간접 광고)도배를 하죠?” <온 에어>에서 작가로 일하고 있는 서영은(송윤아 분)에게 오승아(김하늘)는 "늘 재벌과 신데렐라 얘기만 쓰는 작가, 미국 드라마는 그런 얘기 없어도 재미있다"고 비난했던 적이 있는데, 우연한 계기로 다시 만나 이번에는 서영은이 오승아에게 "미국 배우들은 CF 안 찍는다며 CF만 많이 하고 연기는 못한다"며 반격을 하는 장면이었다. 물론 지난 둘 간의 대격전에서 승부가 나지 않은 것처럼 서영은의 공격에 'PPL'를 거론하며 오승아가 맞받아쳐 역시 극한 대립을 보인다.
이런 대립이 만날 때마다 계속되는 것을 보니 비록 둘 다 참 뭐가지가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오승아 말대로 '신데렐라와 재벌 이야기'에 지친 시청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참 청량제 같은 드라마라는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온 에어>에 나오는 주인공 중 장기준(이범수 분)을 제외하고는 다들 까칠하기 그지없는 그 성격, 그것은 어떻게 보면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우리 연예계에 대해 끝없이 직격탄을 퍼부으려면 그만한 성격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오랜만에 상투적 드라마에 지친 시청자들을 위해 스스로 자아비판을 무자비하게 가했던 그 드라마에서 너무도 드러나게 스스로 비판받을 행위를 감행하고 말았다. 바로 오승아 입을 빌려 작가들이 PPL로 도배하는 현실을 비판했던 <온 에어>가 주의 깊은 시청자라면 분명 느낄만한 PPL을 한 것이다. 바로 앞서 말한 '떡에 싸 먹는 고기 집'말이다. 주인공인 이경민이 극 흐름상 전혀 상관없다고 할 수 없지만, 어머니와 함께 밥을 먹는 집이 ‘떡을 싸 먹는 고기 집’인 것은 마지막에 떡하니 로고로 나오는 관련 제작 지원사를 분명히 염두에 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해외에도 있고, 형도 냉면 집이 아니라 이걸 했으면"라는 경민 어머니 말은 듣기에 따라 노골적으로 홍보를 해주는 느낌까지 받는다. ‘PPL'을 비판하면서 관찰력 뛰어난 시청자라면 누구나 느낄만한 'PPL'을 한 까닭이 대체 무엇이었을까? 혹시 나만 민감하게 이 부분에 반응한 것이 아닌가 싶어 잠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역시 이에 대해 나 말고 관심을 가진 이가 또 있었다. 바로 문화 칼럼니스트 정덕현씨였다. 문화 칼럼니스트 정덕현 씨는 <OSEN>에서 <온 에어>에서 나온 ‘PPL’의 이유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을 했다. 첫 번째 해석은 이렇다.
‘그 무분별한 PPL을 비판하는 대사가 나오는 그 장소(아마도 떡으로 삼겹살을 싸먹는 음식점)조차 여러 번 대사나 장면을 통해 홍보된 곳이란 점이다. 이 아이러니는 우연한 것일까 아니면 의도된 것일까. 우연한 것이라면 드라마를 비판하는 이 드라마조차 그 비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 된다. 반대로 그것은 어쩌면 작가나 PD에 의해 의도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경우엔 이런 시스템에 대한 나름대로의 저항을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이라고 자기 작품이 상품으로 도배되는 걸 바라겠는가.’ 이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어째 내 마음은 두 번째 해석에 더 끌린다. 바로 ‘어쩌면 그것은 민감한 기자들을 낚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요즘 드라마들은 논란 또한 관심으로 전이시키는데 능숙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이 드라마가 제작되고 방송되고 홍보되는 시스템은 참 견고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 글조차 그 특정 장소를 더 홍보해주는 꼴이 되니까.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라고 해석한 부분이다. 간단히 말해 요즘 유행하는 말로 기자들에게 ‘떡밥’을 던졌다고 보는 것이다. 정덕현 씨는 ‘그럴 리는 없겠지만’이라 하셨지만, 어째 순수하지 않은 나는 그럴 리가 있을 것 같다. 아니 제작진은 ‘떡밥’ 뿐 아니라 정덕현씨가 말한 첫 번째 해석 그런 해석까지 다 노린 것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런 때 이렇게 던져주는 ‘떡밥’을 안 물기에 나 역시 인격적 수양이 덜 된 모양인가 보다. ‘PPL'을 비판하면서 보란듯이 ’PPL'을 하는 <온 에어>, 그리고 그 의도가 냉소인지, 비판인지, 기자들에게 던져주는 떡밥인지 구분이 안 가는 상황, 이거 참 모 광고에 나오는 말처럼 그야말로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지’다. 이런 경우 웃어야 하는 것일까? 울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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