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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시민참여 정치포럼 '인간과 국가' 주최 정치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시민참여 정치포럼 '인간과 국가' 주최 정치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정치경험 부족, 기존 정치권과 유권자에 대한 턱없는 믿음, 대선캠프 내부의 소통 부재, '정책대연합' '가치대연합' 실패….

지난 연말 대선에서 '반짝' 상승세를 탔던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캠프의 핵심 참모들이 내놓은 대선 패배의 원인들이다.

이명박 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독주 속에서 "사람이 희망이다" "비정규직 철폐" 등 새로운 의제를 내놓으며 '대선 블루칩'으로 떠올랐던 문 후보가 5.8%(137만 5073표) 지지에 그친 데 대한 문 후보 측근들의 자아비판이기도 한 셈이다. 

"사람이 희망"... 그러나 절망한 참모들

고원 전 전략기획단장, 김헌태 전 정무특보 등은 14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시민참여 정치포럼 인간과 국가(가)'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당시 문 후보에게 주목하게 된 배경과 선거 운동 과정 등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이들은 "문 후보가 기업과 시민운동의 영역에서 실천했던 '사람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은 획기적이었다"며 "공동체의 성장을 지향하는 미국식 자유주의에 가깝지만 '고용' 문제 등에서는 사회민주주의적 측면을 보이는 등 '진보적 자유주의'로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로 문 후보에 주목하게 됐지만 결과는 참패. '대선 완주'에 의미를 둘 수 있지만 문 후보의 정치 경험의 부족, 대선 캠프 내의 소통부재 등이 패배의 주요한 원인으로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는 "축사를 할 만한 일인지 착잡한 심정(정범구 전 창조한국당 최고위원)"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패배에 대한 자성이 이어졌지만, 참석자들은 4·9 총선에 대비하고 향후 진보적 정치 세력을 위한 시민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 창조한국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 창조한국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반짝주' 문국현... 정치경험 부족, 소통 부재

 고원 전 문국현 대선후보 캠프 전략기획단장.
고원 전 문국현 대선후보 캠프 전략기획단장. ⓒ 권우성

고원 전 단장은 "'문국현 패러다임'은 기업 경영의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지만 영국의 '제3의 길'이나 미국의 신민주당 노선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선명한 것이었다"며 문 후보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고 단장은 "문제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대선 캠프가 급조된 탓에 팀워크의 부재가 드러났다. 정치적 정체성의 좌표, 당면 전략에 대한 정치적 통일성, 전술구사에 대한 합의, 조직의 구성 등 모든 면에서 지리멸렬한 상황이 지속됐다."

고 전 단장은 그러면서 문 후보의 언행을 지적했다. 그는 문 후보에 대해 "이론적, 실천적 학습이 부족했다"며 "대국민 메시지 전달 방식이나 범여권 정치인들과의 소통 방식에 미숙했다"고 말했다. 고 전 단장은 "범여권을 향한 문 후보의 비난이 도를 넘었다"며 "정치 참모들의 조언은 무시됐다"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단일화 요구에 냉담하게 반응했던 문 후보를 꼬집은 것이다.

문 후보가 정치적 경험을 발휘해 범여권 정치인들을 끌어안지 못한 데 대한 측근의 실망인 셈. 고 전 단장은 "문 후보는 '범여권과 거리를 두어야 이명박 당시 후보의 부도덕함과 허상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견인할 수 있다'는 너무나 주관적이고 턱없는 믿음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공동대표가 지난 1월 2일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2008년 시무식에서 정범구 당시 최고위원 및 당원들과 함께 총선승리를 다짐하며 떡을 자르고 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공동대표가 지난 1월 2일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2008년 시무식에서 정범구 당시 최고위원 및 당원들과 함께 총선승리를 다짐하며 떡을 자르고 있다. ⓒ 황방열


 김헌태 전 문국현 대선후보 캠프 정무특보.
김헌태 전 문국현 대선후보 캠프 정무특보. ⓒ 권우성

김헌태 전 정무특보 또한 "후보의 정체성과 관련해 문 후보에게 '당신은 개혁 진보의 흐름 위에 있다'고 수차례 설득했어야 했다"고 선거 운동 과정에서의 답답했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후보 단일화 논의가 진행 중일 때는 캠프 내부의 소통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 사회의 경제적 핵심 이슈에 대해 우선 TV 토론을 통해 확산시킨 이후 문 후보의 새로운 강령 속에서 원칙있는 단일화를 만들고자 끊임없이 부딪쳤다. 그러나 캠프 내부에서 제대로 수용되지 않았고, 결국 나와 고 전 단장이 '최강 강경파'라는 소문까지 있었다."

범여권쪽과 '정책대연합', '가치대연합'을 지향했던 김 전 특보는 "정동영 후보의 사과를 받고 합천 해인사 삼천배, 망월동 국립묘지 참배 등을 한 뒤 조건 없이 받아들이자는 의견까지 나왔지만, 매번 거부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검증되지 않은 사람(노무현 전 대통령)', '착한 CEO(심상정 전 민주노동당 의원)' 등 문 후보에 대한 지적은 본질을 짚었던 것으로, 상당히 아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보의 재구성은 가능할까

김 전 특보는 그러면서도 "한국의 개혁진보 진영의 상상력을 대체할만한 메신저는 언제든지 교체, 버전업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권을 견제하면서 시대적 흐름을 읽는 대안적 인물은 문 후보를 포함해 누구든지 진보 세력이 등장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전 특보는 "총선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진보 진영은 일단 생존을 목표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만일 야당의 총 의석이 재적 3분의 1, 즉 100석을 넘기지 못하면 본회의 소집조차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것이 진정한 패배의 시작"이라며 진보 진영의 발빠른 '전열 정비'를 강조했다.

김두수 전 창조한국당 전략기획위원은 "과거의 안락함에 빠져서는 안 된다. 지구당과 이를 관리하는 조직국, 스타 정치인을 위한 비서조직 등의 성격을 띤 기존 정당조직을 해체해야 한다"며 어젠다별 위원회, 싱크탱크 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정당 구성을 촉구했다.


#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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