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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낭 바위'를 찾았다
▲ 은빛 파도 일렁이는 나의 '서낭 바위'를 찾았다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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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제 2의 비너스 바위 숲에서 다산의 상징, 산신(産神) 바위 찾다
▲ 안식처, 보호, 재생의 상징, 한국의 제 2의 비너스 바위 숲에서 다산의 상징, 산신(産神) 바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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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 여행은 같은 동어의어를 갖는다. 여행이나 인생이나, '고독'과의 동행이다. 여럿이 함께 떠나는 여행이 사람 속의 풍경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면, 혼자 떠나는 여행은 자신이 풍경이 된다.

사람의 인생… 구름처럼 바람처럼 쉬었다 간다고 하지만, 사람의 인생은 바위처럼 또 어느 한적한 산 자락에 남는 것도 같다. 휘적휘적 걸어올라 가는 장산의 산 기슭에서 만난 천년 바위들, 모두 한국 '비너스 바위'들처럼 잘 생겼다. 

여기는 물도 없고 오직 바위뿐.
▲ 네 행복을 바위에게 말하리라 여기는 물도 없고 오직 바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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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경주의 남산에 이름난 비너스 바위가 있다고 한다. 인류학적으로 '비너스'라고 명명된 조형물은 젖가슴과 여근과 연결되어, 이런 바위들은 다산과 번식과 굳건함을 대부분 상징한다.

부산의 장산은 '천년 바위'들 모두 빼어난 비너스 바위들이다. 더구나 이름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바위들이 절경의 산수화를 그린다. 굳건하고 웅장한 바위 속에 달이 풍경처럼 일렁이고, 해운대의 파도가 일렁인다.

그 돌은, 달의 물방울의 환생일까 ?
▲ 돌은 달을 품고 있다고 한다 그 돌은, 달의 물방울의 환생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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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주름 살 위에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
바위도 세월이 아픈가 봅니다.
또 하나 금이 갑니다.

- 이호우, 금

산신(産神)으로 상징된다
▲ 신격으로 섬겨지는 바위들 산신(産神)으로 상징된다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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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는 있는 물은 없는 모래밭길/ 산속을 굽이 굽이 돌아 오르는/ 물 없이 바위산을 돌아 오르는/ 물이 있다면 발을 멈춰 목을 축이련만/ 그 바위 사이에선 멈춰지고 생각지도 못한다. - T.S 엘리엇

마을을 수호하는 '남근 바위' 닮았네요.
▲ 천년 돌은 모두 서낭 바위, 마을을 수호하는 '남근 바위' 닮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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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돌처럼 본다...돌은 돈(錢)이니까

바위는 곧 돌, 돌의 조어형은 '돋'이다. '돋'의 끝소리 ㄷ 이 ㄴ으로 변해, 돈(錢)이 되었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 하듯, 옛날 '돈'이란, 하나의 돌(石)을 뜻하고, 보석이라고 할 때 '석(石)은 바로 돌이, 이 세상 돌고 도는 돈이 되니 너무 재미 있다. 우리 말에 '돈을 돌 보기처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동전의 앞과 뒤처럼 양면적인 셈이다.

민속 신앙에서 바위나 돌은 서낭바위, 마을 수호신으로 섬겨지면서 신격화되었다. 지역에 따라서는 서낭 나무와 짝지어 섬기는 경우도 있다. 바위가 남성과 여성을 상징하는 모양으로 생기면 그 바위 이름을 남근 바위, 여근 바위 등 이름한다. 그리고 울긋불긋 댕기를 매달아 이런 바위를 신격화 하는 고장이 많다.

한국의 비너스 바위들 같아요.
▲ 비너스 바위 숲 한국의 비너스 바위들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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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물결이 노크할 때까지 깨지 않는다면
바위 속의 사나이는 대체 무슨 소용이 있으랴 ?
나는 바위 속에서 일어나고 싶다.
나는 바위 속에서 일어나자

- 워트킨스

천년 바위는 부락 공동제의 성역
▲ 부부 바위 천년 바위는 부락 공동제의 성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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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신화적 차원에서 '주피터의 돌' 역시 신성함을 상징한다. 네모진 돌은 '아폴로','헤라클레스,'헤르메스, 포세이돈' 등에 대한 신앙을 위해 사용된다고 한다. 이들 신이 지닌 신격의 상징으로 '돌의 후손'이라는 관념의 '아서왕'의 힘은 바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바위(돌)는 곧 왕권의 상징임을 시사한다.

바위는 왕권의 상징
▲ 돌의 후손, 바위는 왕권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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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상징, 성석(性石)과 신의 상징 성석(聖石)의 바위숲   

우리나라 문학작품에도 강한 의지, 초인적 의지를 표상하는 바위를 소재로 한 시들이 많다. 특히 박두진 시인의 <수석열전>의 시는 이에 해당한다 하겠다. 이에 어려움이나 고통을 표현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나는 바위를 뚫듯이 난관을 극복했다'던지, '손톱으로 바위를 뜯듯이 헤쳐나왔다' 등등이 되겠다.

서양에서의 바위 역시 신석, 부활, 영원을 표상하고, 세계를 창조하는 에로스신을 이르기도 한다. 메카에 있는 유명한 검은 운석은, 회교 신앙의 '신의 집'을 이르듯이, 우리의 옛 선인들은 돌을 신성화하여 다산과 번식 등을 겸하고 굳건한 기초를 상징한다.

혼령의 안식처이면서 산 사람을 보호한다고 믿은 고인돌과 함께 우리나라의 가옥 구조에서 기둥이 지상에 표출된 돌 위에 얹혀져 있는 것과 이는 동일선상 위에 있다 하겠다.

거대한 돌의 신전,장산
▲ 가공되지 않는 신석기 시대의 유물처럼 거대한 돌의 신전,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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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는 몹시 심심하였다. 어느날, 바위는 제 손으로 제 몸에 가느다란 금을 한 가닥 그어보았다. 오, 얼마나 몸저리는 일순이었을까. 바위는 열심히 제 몸에 무늬를 수 놓게 되었던 것이다. 점점점 번져가는 희열의 물살 위에 바위는 둥둥 떴다. 마침내 바위는 제 몸에 무늬를 수 놓고 있는 것이 제 자신인 것을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 김춘수

청상이 엷게 치니, 절벽이 금수로다. 한암에 혼자 앉아서 집을 잊고 있노라.-'이이'
▲ 칠곡은 어디메고, 풍암에 추색이 좋다 청상이 엷게 치니, 절벽이 금수로다. 한암에 혼자 앉아서 집을 잊고 있노라.-'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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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발길 차이는 대로 굴러다니는 돌멩이라고 하지만, '굴러다니는 돌은 모난 돌이 없다'는 말도 있다. 장산의 돌멩이 하나 하나, 알을 품은 귀한 생명처럼 돌들이 이마를 맞대고 돌탑을 이루고 있는 장산에 와서는 그 누구라도, 바위 속에 우뚝 서는 산신(産神)이 된다.


태그:#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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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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