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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 무료관람 선포식
 독립기념관 무료관람 선포식
ⓒ 독립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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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 하면 와 닿는 느낌은 경건함과 엄숙함이다. 여기에 기념관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꽉 차오는 웅장한 '겨레의 집'과 마주하면 누구든 위압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독립기념관 박동규 사무처장이 쓴 <이야기로 만나는 독립기념관>(도서출판 유엔아이)은 독립기념관에서 각진 엄숙함을 빼냈다. 대신 그 자리에 친근하고 포근한 이야기를 채워 놓았다. 이런 면에서 독립기념관을 두 배로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나라사랑의 길로 안내하는 가이드북이라 할만하다.

박 사무처장은 2년 간 직접 찾아낸 독립기념관 내 숨어있는 또 다른 볼거리를 귀띔해 준다.

일례로 통나무집 너머로 막 출발하기 직전의 통일 기관차를 본 적이 없다면 독립기념관을 다시 가볼 일이다. 통일기차가 달리고 싶은 곳은 밀레니엄 숲이다. 이 곳에는 전국 팔도의 상징수목과 야생화 등 수 만 그루 나무는 물론 길목마다 '새재' '대관령' 등 정담을 나눌 공간을 가꿔 놓았다.

독립기념관 뒷편에 약 4km에 이르는 단풍숲 길이 있고, 동양 최대의 기와집으로 불리는 '겨레의 집'에 누가 사는지를 모르고 있다면 이 책을 펴볼 일이다.

책 속에는 815기의 태극기가 게양돼 펄럭이는 장엄한 태극기 공원, 방문객들이 통일을 염원하는 글귀를 직접 새겨 쌓아올린 통일벽돌, 주렁주렁 조롱박을 달고 있는 넝쿨터널, 인기가 많아 수시로 망가져 오히려 직원들을 즐겁게 하는 야외 고문 체험장, 빼어난 자연환경 등 자랑거리가 이어진다.

지난 해 4.19에 맞춰 철거된 전두환 독립기념관 건립비
 지난 해 4.19에 맞춰 철거된 전두환 독립기념관 건립비
ⓒ 독립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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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무처장은 기념관 내부 순환도로변을 따라 걸으면서 89개에 이르는 애국시와 어록비를 읽는 것도 전시물을 즐기는 색다른 관람법이라고 소개한다.

이 중 소개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어록비에 새겨진 '청렴은 관리의 본분이고 만 가지 선행의 원천이며 모든 덕행의 근본이므로 청렴하지 않고서는 관리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것이다'는 목민심서의 한 대목은 새삼스럽게 와 닿는다.

독립기념관 앞 시민공원에 심어진 애국열사 나무와 새겨져 있는 사연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공원에 심어진 로소니아 화백나무는 헤이그 특사였던 이준 열사의 나무로 고인의 유해가 묻혔던 헤이그 묘역에서 옮겨와 이곳에 심었다. 감나무는 유관순 열사의 생가 부근인 매봉교회 옛터에서 얻은 어린나무이고, 산사나무와 은행나무는 고인이 다니던 이화학당 우물가에 있던 나무를 접목한 것이란다.

독립기념관 내에서 근래 일어난 현재의 역사와도 만날 수 있다.

지난 해 4.19에 맞춰 '전두환의 독립기념관 건립비가 철거된 일, 청와대까지 가로막았던 철거된 조선총독부 건물 자재를 옮겨와 만든 총독부 부자재 전시공원, 지난 해 개관 20년 만에 최초로 일본인들이 일제침략사를 배우기 위해 방문했던 일, 조선일보와의 악연 등은 챙겨서 기억해야 할 작은 현대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가 정작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변화중인 독립기념관의 고민과 가야할 길이다.  나라밖 독립운동사 찾기, 찾아가는 독립기념관 투어 등은 독립기념관의 최근 행적이다. 반면 박 사무처장이 업무를 통해 느낀 중국과 일본의 속마음을 토로하며 독립기념관을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자는 역설에는 독립기념관의 미래에 대한 지향점이 들어 있다.

<이야기로 만나는 독립기념관>
 <이야기로 만나는 독립기념관>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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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새 정부에 대해 "적어도 한일관계에서는 분명한 우리의 메시지가 일본에 전달돼야 하며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애매모호한 태도나 악습적 관례의 반복을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는 제언은 그 연장선이다.

마침 독립기념관은 올해 1월 1일부터 관람 무료화를 선언했다. 관람 무료화에 따라 국가보훈처 등 독립기념관 측이 해야할 일이 질 높은 고객서비스 제공이라면 이 곳을 찾는 관람객들이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책 말미에 박 사무처장이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독립기념관은  우리나라의 민족적 수난과, 독립쟁취를 위해 일제 등 외세와 싸운 역사적 사실과 관련되는 사료 및 유물 등을 전시, 연구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1987년 8월 15일, 국민성금으로 건립됐다. 

한편 박 사무처장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으로 건국훈장애족장을 받은 박주대 선생의 아들로 자유언론실천대학신문기자연합회 초대회장,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부대변인,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태그:#독립기념관, #박동규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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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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