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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는 본디 백매(白梅)를 상품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홍매에도 또 다른 화사한 멋이 있다. 그리고 나의 집 홍매는 아주 새빨간 진흥으로 빛깔이 희귀하다. 검붉은 용틀림의 기고한 등걸과 청초하게 빼낸 성긴 가지에 드문드문 피어나는 빨간 구슬 같은 꽃잎은 아리따움이 겨워 매혹적이다. - 신석초

천년사찰, 선암사
▲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사찰, 선암사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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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산 자락에 사는 문우가 선암사 홍매화를 보러가자는 전화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집을 나섰다. 문우의 말은 선암사에만 피는 홍매화가 너무 아름다워서 혼자 보기 아깝다는 이야기였다. '선암사에만 피는 홍매화…'라는 그 말 한 마디에 자석처럼 끌려, 부산 개금 지하철 역에서 만나기로 한 문우와 택시를 타고 선암사를 향했다.

홍매화
▲ 선암사에 뜰에만 활짝 피는 홍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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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안에 들어서니 불향 냄새가 나를 둘러쌌다. 대웅전 앞에 곱게 핀 홍 매화 보자 얼어 붙은 내 마음에 불씨가 지펴졌다. 정말 문우의 말처럼 선암사에만 볼 수 있는 홍매화였다. 그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런 흔한 홍매화가 아니었다.

백양의 선암사의 위치는 부산진구 부암동에 자리하고 있다. 이 절은 신라문무왕 15년(675)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 하여 '선암사'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선암사가 위치한 '당감'은 본디 제의를 올리는 신성한 당으로서, 신이 내리는 신성한 나무(당산수)를 모시는 집이고, 감은 '감로수'를 뜻한다고 한다.

천년사찰
▲ 천년숲 천년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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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의 약수가 유명한지라, '당감동'은 그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우리 조상들이 한 마음으로 공동체를 이루면서 기도를 드린 신성한 도량이다. 선암사 사기에 의하면 고려말 왜구들이 불상을 약탈해다가 절을 짓고 불공을 드렸는데, 재앙이 잦아지면서 비명으로 목숨을 잃는 자가 많았다고 한다.

나무도 사원이다
▲ 전라도 선암사 고목을 옮겨 놓은 듯 나무도 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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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불상을 다시 배에 실어 웅천으로(지금의 진해시 소재) 보내서, 성흥사에 모시고 있다가 현재의 극락전에 모시게 되었는데, 기도를 올리면 영험이 있다고 한다. 조선 성종 14년(1483)에 각초 선사가 중창, 근세 선지식으로 유명한 해월선사 석오스님이 주석하면서 지금의 사격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 그윽한 향불 향기처럼 경내를 맴도는 꽃향기에 취하다
▲ 선암사 그 그윽한 향불 향기처럼 경내를 맴도는 꽃향기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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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을 중심으로 극락전, 명부전, 조사전, 칠성각, 산신삭, 요사채 등 석축 위 동백나무가 매우 수려한 점과 경내의 천년나무 등 전라도 선암사와 공통된 점 몇몇을 찾을 수 있었다. 봄이 오는 소리와 함께 사찰 안에 피어 있는 오랜 벚나무 가지 끝에서도 새로운 꽃을 피우려는 봉우리의 부지런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기암 아래 돌부처의 얼굴도 따뜻한 봄의 미소 같았다.

가릉빈가의 날개 같은 처마의 힘
▲ 선암사의 진멋 가릉빈가의 날개 같은 처마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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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 아래 세워져 있는 산신각 안에서, 들리는 불경 소리가, 홍매화 향기 때문인지 오늘따라 너무 청아하게 들려왔다. 이 모두 원효대사가 말씀하신대로, 자신이 만드는 마음의 그릇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그 마음의 내용이 달라지는 모양이다. 내가 마음이 평화로우니 세상이 너무 평화롭게 보이니 말이다.

그 길목에서 내려다본 성지곡 수원지
▲ 백양산에서 금정산까지 그 길목에서 내려다본 성지곡 수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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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숲
▲ 쭉쭉 뻗은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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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행렬은 어디서나 군단처럼 거대한 숲을 만드는 것 같다. 대추나무, 회나무, 잣나무, 느릅나무, 이깔나무, 소나무, 보리수, 계수나무, 전나무 등속 모두 모두 식물백과 사전에서 걸어 나오는 이 삼월의 숲길은 끝간 데 없이 금정산 중턱으로 나그네의 길을 이끌었다.

심신의 휴식처
▲ 정신의 숲 심신의 휴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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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천년 사찰의 선암사의 홍매화를 만나 기분이 상승하는데, 산까치 한 마리가 내 렌즈에 잡혔다. 길조라는 까치가 내 더듬거리는 카메라에 잡히니 그냥 너무 기분이 좋았다. 문우와 선암사만 둘러 보려 했었는데 길은 이미 금정산의 깊은 품 속으로 접어 들었다. 쭉쭉 뻗은 전나무 숲들이 있는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초읍 성지 수원지, 아, 부산의 비취빛 반지구나! 절로 탄성이 나왔다.

정겨운 산까치 소리 즐거워라.
▲ 사찰 경내에서 내 카메라에 잡힌 까치, 정겨운 산까치 소리 즐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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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언 들에/ 부르는 소리/들리는 듯//못견디게 고운 아지랑이 속으로/달려가도/소리의 임자는 없고/또다시 나를 부르는 소리/머얼리서/더 머얼리서/ 들리는 듯 들리는 듯 - 윤강로

덧붙이는 글 | 지난 16일 다녀왔습니다.



태그:#부산, #백양사, #선암사, #홍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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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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