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흑산도 홍어
 흑산도 홍어
ⓒ 이주빈

관련사진보기


흑산도'하면 '홍어'다. 홍도 여행에 흑산도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터. 갈때는 목포에서 바로 홍도로 갔지만 돌아올 땐 흑산도에 들러 점심을 먹고 자유시간을 보냈다.

우리나라 관광상품은 전국 어디서나 비슷비슷하다. 하지만, 흑산도 홍어는 흑산도에 가지 않고는 쉽게 구할 수 없다. 나는 어려서부터 흑산도 홍어에 대해 많이 들었다. 나 이외 다른 가족들은 거의 전문가 수준이다. 이런 걸 일컬어 지방색이라고 해야 하나? 먹어본 놈이 안다고 말이다.

한 때 흑산도 홍어가 잡히지 않아 칠레산 홍어가 '홍어계'에서 판쳤던 적이 있다. 큰 놈은 100만원에 이르기도 하는데, 내가 어렸을 적 흔히 먹던 그 시절이 가버린 것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가족은 서울에서 무슨 행사가 있을 때마다 흑산도 홍어를 공수해 왔다. 집안 어른이신 숙부님의 한마디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건 흑산도 홍어가 배달돼 왔다.

온집안 여자들이 식칼을 든 채 바닥에 놓인 방석만한 시커먼 홍어에 달려들어 해부를 시작한다. 뼈를 중심으로 가르고 떠낸다.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다는 흑산도 홍어.

가족 중 흑산도 홍어 맛에 제일 길들여지지 않은 사람은 바로 나다. 아버지는 홍어 애(내장)가 몸에 좋다고 그토록 먹이려고 애를 쓰셨지만, 난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애를 먹지 못했다.

홍어애는 약간 분홍빛을 띤 두부느낌의 내장인데 맛이 고소하다고들 한다. 칠레산 홍어에는 이 애가 있을 리 없다. 운송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내장은 아예 없이 수입되므로. 아무리 홍어가 삭혀먹는 음식이라지만 내장만큼은 싱싱해야 한다. 유별난 가풍에서, 나만 홍어 촌놈인 셈인데,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 신통하게도 홍어를 한마리 샀다. 가족들이 모두 놀라는 눈치다.

수년간 잡히지 않던 흑산도 홍어가 요즘엔 제법 잡힌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가 도착한 그날 아침에 흑산도 어시장에선 홍어 경매가 있었단다. 약 3kg짜리 한마리를 10만원 정도에 샀다(홍어는 커야 맛있고 조금 커지면 값은 기하급수적으로 뛴다). 겨우 3kg짜리가 짐이될까 걱정을 하면서 들고왔다.

서울 집에 도착해, 한분 계시는 오라버니께 아뢰었더니 다음 날 식칼과 펜치까지 대동하고 오셨다. 오라버니는 포장지를 펼치더니 "흑산 홍어 맞다~!"며 군침을 삼키셨다. 흑산도 여행 기념으로 홍어 한마리를 오라버니께 바치고 처분을 바라는 나에게 오라버니는 먹기좋게 회를 떠주고 가셨다. 며칠 동안은 그걸 즐기며 친구들을 불러드릴 오라버니를 상상하니 즐겁다.

나는 오늘 겨우 미나리 한단을 샀다. 오라버니가 썰어주고 간, 홍어를 초무침 해 먹으려고.
흑산도는 이렇게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태그:#홍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