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영변에 약산진달래꽃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가시는 걸음걸음놓은 그 꽃을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나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그동안 좀 뜸했던 정보화교육에 참석하기 위해 양산시청 식당 건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을 붙잡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이 절로 생각나게 하는 꽃이다.
봄볕이 온누리에 축복처럼 쏟아지는 거리를 지나 시청 안마당으로 들어서자 시선을 끌어당기는 진달래꽃.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난 친구처럼 깜짝 놀랄 만큼 반갑다. 언제 피었을까. 이렇게 환하게. 악수라도 나눌 듯이 나는 화단에 핀 진달래꽃 앞으로 다가선다.
양산시청 마당에도 봄빛이 가득하다. 앙상한 나무들 속에서 봄꽃은 어김없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봄, 봄, 봄이라고, 여기저기 봄이라고 진달래꽃은 참다못해 탄성을 내지르듯 꽃망울을 펑~하고 터뜨리고 말았다.
진분홍빛 진달래꽃들이 시청 옆 마당에 환하다. 시청 식당건물 뒤, 눈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는 산수유 한그루 수줍게 서 있다. 나도 꽃이라고, 나도 봄꽃이라고 말하려는 듯 그렇게 나름대로 봄을 알리고 있다. 봄꽃들에게 눈인사를 나누고 시청으로 들어간다.
봄꽃들이 지천에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하는 이 시간에도 이곳엔 생활 속에서 컴퓨터를 잘 활용하기 위해, 그리고 나름대로 계획을 가지고 진지하게 배움에 임한 사람들이 있다.
교육받는 사람들이 만든 홈페이지에도 봄빛 스킨(배경)으로 꾸며놓았다. 어디에서나 봄이 묻어난다. 식탁에도, 시장에도, 거리에도, 온 산과 들에도, 그리고 이곳 시청 안마당에도. 다시 나오는 길, 진달래꽃들과 산수유에게 눈인사를 한다.
진달래는 일명 '두견화'라고도 불린다. 진달래꽃의 유래는 옛날 중국 촉나라 임금 망제가 위나라에 망한 뒤 도망 다니며 복위를 꿈꾸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넋이 두견이가 되었다고 전한다.
한 맺힌 두견이는 밤낮으로 "소쩍 소쩍"하며 울면서 피를 토했는데 피가 땅에 떨어져 진달래 뿌리에 스며들어 그 후 진달래꽃이 붉게 물들었다고 한다. 봄이면 두견이는 핏빛 같이 붉은 진달래를 보면서 밤낮으로 슬피 운다는 설화가 있다.
봄은 이제 아주 가까이 있구나. 아니 봄 속에 들어와 있구나. 산과 들, 곳곳마다 봄은 제 스스로 봄을 알리고 있다. 봄꽃들은 제각각 제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피고지고 제 할일을 다한다. 봄이다. 매화꽃을 시작으로 해서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벚꽃, 그리고 살구꽃 등이 앞을 다투어 꽃불을 질러대면 산천은 그야말로 봄의 절정을 이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