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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에서 안정 과반수 의석을 노리는 한나라당의 목표에 적신호가 켜졌다.

 

공천심사에서 무더기 탈락한 영남권 의원 10여명을 포함해 당 소속 전·현직 의원 20여명이 '친박 연대' 또는 '무소속 연대'의 형태로 지역구에 대거 출마할 채비를 갖추고 있어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표 갈림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참패한 민주당과 자유선진당도 수도권과 충청권의 일부 지역구에서 각각 예상외의 '선전'을 펼치는 반면, 한나라당은 때이른 '이명박 심판론'에 휘말려 총선 득표에 적잖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거여 견제론' '이명박 심판론' 꿈틀

 

한나라당은 20일 오후 전국 245개 지역 공천자 대회와 24일 중앙선대위 발족식을 잇달아 열어 선거 필승을 결의하는 등 여야 교섭단체 중 가장 빠르게 총선 체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공천 과정에서 무려 50명의 현역의원을 교체하고 정치신인들을 전면에 배치했는데, 여야 대진표가 확정된 수도권 일부지역(서울 광진을·중랑을·마포갑, 인천 계양을, 경기 의정부갑·부천 오정·수원 영통, 안산 단원갑, 군포, 하남 등)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현역의원에 열세를 보이거나 초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의 '더블스코어' 압승을 생각하면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만 100석을 휩쓰는 것도 가능해보였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전문가다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코드인사 파문 등으로 점수를 잃는 바람에 한나라당이 '거여 견제론', '이명박 심판론'을 뒤집어쓰고 있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안정 과반수 목표를 위협하는 외부 변수라면, 한나라당의 공천 후유증은 내부변수라고 할 만하다.

 

20일 현재 영남권 12명, 수도권 8명 등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당에서 소외된 한나라당의 전현직 의원들이 지역구 출마를 노리고 있다.

 

대부분 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이들의 파괴력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영남권에서는 지역기반이 탄탄한 일부의원들이 당선되고 수도권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층 일부를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최구식 "공천은 이방호의 농단... 한풀이가 무식하고 무자비했다"

 

아직 소수에 머물고 있지만, 이명박계 일부 의원들이 이방호 사무총장의 '전횡'을 문제삼아 무소속 출마에 나서는 것도 눈여겨볼 흐름이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의 최구식 의원(경남 진주갑)은 20일 오전 여의도당사에서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최 의원은 "인간으로서 이런 패륜은 없었다", "한풀이가 무식하고 무자비했다"는 등의 직설적인 표현으로 이 총장을 정면으로 공격해 기자와 당직자들을 놀라게 했다.

 

최 의원은 "이번 공천은 이방호씨가 농단했다. 이번 공천의 경우 친이명박이 아니라 친이방호라는 말도 있다"며 "(한나라당의) 영남 공천을 이해하는 데 숨겨진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이씨의 원한 풀기"라고 말을 이어갔다.

 

"원한의 뿌리는 17대 공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도 공천심사위원이었던 그는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자기가 공천을 챙겨줬다고 자랑하곤 했다. 어떤 중진의원은 전에 자기를 챙겨준 은혜를 보답하는 차원에서 공천해줬고, 다른 의원은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후원자 때문에 해줬다고 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2006년 전당대회다. 최고위원으로 출마했다가 꼴찌했는데 그때 도와주지 않은 의원들에 대해 원한을 쌓게 된 것이다. '내가 어떻게 공천해줬는데 사람XX도 아니다는 말도 했다. 그 일과 관련해 이름을 들었던 의원들은 이번에 모두 탈락했다. 아울러 고분고분하지 않을 싹은 미리 자르고 동창 등 사사로운 인연은 철저하게 챙겼다. 본인은 부인하지만 PK 맹주가 돼 당권을 노린다는 관측도 있다."

 

최 의원은 "누가 깨끗한 물을 버리고 구정물로 물갈이하라고 했냐"고 반문한 뒤 "내가 사랑하는 당이 더러운 손에 의해 유린되고 국민의 버림을 받고 있다"며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복당할 뜻을 내비쳤다.

 

이명박계의 이원복 의원(인천 남동을)도 탈당 기자회견에서 "야당 생활 10년만에 고생고생을 다해 정권교체를 이룩했지만 당은 훈장을 주기는커녕 사약을 내렸다"면서 "금번 공천은 비열한 정치적 테러이자, 물갈이를 빙자한 정적 제거이며, 의리없는 인간상의 극치를 보여준 패륜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영남권 '친박' 의원 10여명 출마 예상

 

이규택(경기 여주·이천)·한선교(용인 수지)·전용원(구리) 등 경기지역의 친박 의원들도 한나라당을 탈당해 지역구에 출마할 태세인데, 한나라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공천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어 지지층의 핵분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영남의 경우 김무성(부산 남을)·엄호성(부산 사하갑)·유기준(서구)·박종근(대구 달서갑)·이해봉(대구 달서을)·김태환(경북 구미을)·이인기(경북 고령·칠곡) 등 한나라당 '친박' 의원 10여명의 출마가 예상되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탈당 의원들이 지역 조직을 송두리째 뽑아 당을 나가는 경우도 있어 한나라당 정치신인들이 선거를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 주류세력을 대변하는 이재오 의원도 안팎의 어려움을 의식한 듯 당의 총선 목표 의석수를 크게 낮춰 잡았다.

 

이 의원은 20일 오전 서울지역 공천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지역구에서 적어도 140석, 비례대표에서 20석을 얻어야 160석 이상 얻는 게 가능하다"고 밝혔다. 당내 실세인 이 의원의 언급은 기자들을 회의장에서 내보낸 뒤 비공개석상에서 나온 것이어서 "과반의석 확보가 현실적인 목표"라는 당 지도부의 언명이 '엄살'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한 당직자는 "자유선진당과 영남 무소속 등의 변수가 2000년 총선의 민국당처럼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2000년 총선은 한나라당이 야당으로 치른 선거였기 때문에 당 지지층이 바짝 긴장하고 표를 몰아줬었다. 그러나 2008년 총선은 정권교체라는 한풀이를 이룬 뒤에 치른 선거라서 지지자들이 야당 시절 같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당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여당 됐는데 왜 이것밖에 못 하느냐'는 유권자들의 질타라고 할 수 있다."


태그:#최구식, #이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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