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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남산 문학의 집에서 열린 '2008 풀무원 열린 주주총회'
 20일 남산 문학의 집에서 열린 '2008 풀무원 열린 주주총회'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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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대기업이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한동안 밤잠을 설쳤다."
남승우 "아닙니다."
김범수 :뜻밖인데요? 그럼 경쟁사 어느 제품보다도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남승우 "네."
김범수 "나는 다시 태어나도 풀무원에서 일할 것이다."
남승우 "네."
김범수 "한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아내와?(웃음)"

김범수 아나운서와 남승우 풀무원 총괄 대표이사의 '예, 아니오 문답'. 물론 TV 프로그램 토크쇼 내용은 아니다. 정기 주주총회 참석자 200여 명 앞에서 두 사람이 나눈 대화다.

한국 주주총회 역사에 새로운 시도가 기록됐다. 20일, 서울 남산에 있는 '문학의 집'에서 열린 '2008 풀무원 열린 주주총회(아래 '열린 주총')는 이른 바 '10분 주총'이 아니었다. 회사의 "어제, 오늘, 내일"을 주제로 '열린 주총'을 하기에는 200분도 충분하지 않은 듯했다.

주주총회에 참석한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의 말 그대로 "제품 시식회도 하고 점심까지 먹는 이런 주주총회는 처음 봤다". 참석자들은 신제품을 먼저 맛볼 수 있었고, 점심 식사 시간에는 회사 임원진들로부터 간단한 '접대' 서비스도 받을 수 있었다.

"연해주 등 대순진리회 확보 지역", 해외곡물 확보 '거점'으로 꼽아
[1분 요약] 남승우 풀무원 총괄 대표이사 주요 발언

"2009년 말이면 풀무원의 주식가치가 제대로 반영될 것이다."

이날 총회에서 가장 이목을 끌었던 남승우 풀무원 총괄 대표이사의 발언이다. 남 대표는 풀무원 주가와 관련한 질문에 "풀무원은 지주회사로 회사 성격상 단독 재무제표로는 회사 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면서 "국제 IFRS 기준을 적용한 통합 재무제표를 2009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남 대표는 '해외 곡물 확보사업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고유가·곡물가격 급등 시대의 핵심 대응 전략으로 꼽았다. 그는 "농산물 수입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해외 곡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계약 재배 형식 또는 직영 재배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남 대표는 "대순진리회가 확보하고 있는 연해주 지역과 고려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을 "농업기술과 영농자금 지원을 통한 장기적인 계약 재배가 가능한 곳"으로 꼽고 "금년 중으로 계약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남 대표는 최근 농심의 이물질 파문과 관련하여 "지금 풀무원은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오지 않고, 다만 유기농 콩만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고 전제하고 "콩 재배지 관리부터 이동 과정을 모두 추적하는 갭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자신감을 나타냈다.

남 대표는 대기업과의 경쟁 구도와 관련 "우리 풀무원의 최대 자산은 브랜드이며, 적어도 브랜드 신뢰도에서는 아직까지는 (대기업보다)우월하다고 본다"면서 "앞으로 이와 같은 브랜드 신뢰를 어떻게 유지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Q. 최근 이물질이 농심에서 나왔는데"... "우린 그럴 일 없어요"

특히 김범수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열린 토론'을 통해 주주와 고객들은 개인적인 호기심에서부터 '곡물가 폭등 시대'의 전략에 이르기까지 회사와 CEO에 대한 궁금증을 비교적 자유롭게 풀 수 있었다. 고함이나 욕설 대신, 남승우 대표와 주주들 사이에 오간 '열린 토론'부터 소개한다.

아빠와 함께 참석한 한 어린이가 총회 자료를 관심 있게 읽고 있다
 아빠와 함께 참석한 한 어린이가 총회 자료를 관심 있게 읽고 있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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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이물질이 농심에서 나왔습니다. 풀무원에서 이와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듣고 싶습니다.
"지금 저희는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오지 않습니다. 단지 우리가 쓰고 있는 원료 중에 유기농 콩이 중국에서 들어오고 있는데요. 갭 시스템(Gap system)이라고 합니다. 콩 재배지 관리부터 이동 과정 등을 모두 추적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은 풀무원에서 일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 풀무원은 중국 유기농 콩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이유는?
"사실 국내에서 유기농을 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농약 휘산 효과(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현상) 영향을 많기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만주 지역 콩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세계 3대 흑토지대 중 하나여서 화학비료를 굳이 쓰지 않아도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거든요. 그런 지역을 선정해서 벌써 4~5년째 계약 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방문 검사는 물론, 농산물 이력 관리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 원료 확보 지역으로 어디를 생각하고 있습니까.
"흑룡강 연안·연해주 지역입니다. 이미 그쪽에는 대순진리회가 몇 억평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대순진리회와 계약하면 콩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 중앙아시아 지역에는 고려인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농업기술과 영농자금 지원을 통해 장기적인 계약 재배가 가능하리라 봅니다. 아마 금년 중으로 시작할 것입니다."

Q. 대기업과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브랜드 신뢰도에서 우월해요"

- 고유가에 곡물 가격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매출 원가가 상승할텐데요, 대응 방향이 궁금합니다.
"실제 작년에 원가 압박을 받았습니다. 7∼10% 정도 가격 인상도 했고요. 특히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농산물 수입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해외 곡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계약 재배 형식 또는 직영 재배 방식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풀무원도 해외 곡물 확보 사업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풀무원 남승우 총괄 대표이사
 풀무원 남승우 총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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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시장 상황을 말씀해 주십시오.
"대상이나 CJ등 대기업 식품회사들과 경쟁하는 상황이니까 상당히 긴장은 됩니다. 역시 참 잘하더라구요. 허명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마케팅이나 신제품을 내서 공격하는 방법 등 여러 면에서 참 탁월하더군요. 상대하기 어려웠죠. 매출도 많이 줄고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수익성도 나빠졌죠.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3년 정도 헤맸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신을 차렸습니다(웃음). 훌륭한 경쟁자를 만나 잘 싸우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이니까요. 결국 경쟁의 본질적인 문제는 우리 제품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입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겠다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고, 작년부터는 성과가 가시화되기 시작했습니다."

-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리 풀무원의 최대 자산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신다면 브랜드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브랜드는 결국 신뢰입니다. 앞으로 이 브랜드 신뢰를 어떻게 유지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다른 대기업들 브랜드와의 이격거리가 굉장히 좁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우리가 (브랜드 신뢰도에서) 우월하다고 봅니다."

Q. 풀무원 주가는 언제 오르나요?... "2009년 말이면 가치 제대로 반영될 것"

- 식품업계에서는 최초로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 기업 활동에서 친인권·친환경·반부패 등 10대 원칙을 준수하도록 하는 국제협약기구)에 가입했습니다.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좋긴 하지만, 한편 주주 입장에서는 비용 부분이나 주가 부분이 고민될텐데요.
"그 비용이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풀무원의 사회적 책임은 식품의 안정성입니다. 현재 풀무원은 매출액의 1%를 지구사랑기금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 한도 내에서 쓰는 것으로 추가 부담은 없습니다."

2008 풀무원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가 질문을 하고 있다
 2008 풀무원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가 질문을 하고 있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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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의 관심사에서 '주가'는 역시 빠질 수 없는 문제였다. "처음 주식 살 때 6만원이었는데 지금은 4만원이다, 빨리 주식값만 오르면 된다"는 어떤 주주의 구수한 '푸념'이 이를 대변한다. 이날 총회에 초청된 대신증권의 이정기 애널리스트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 앞으로 더욱 높은 수준의 주가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경쟁사에 대항할 수 있는 높은 이익률을 가져야 합니다. 현재 풀무원의 이익률은 4∼5%, 하지만 CJ와 대상은 그보다 높으며 8%를 목표로 경영전략도 수립하고 있습니다. 수익성을 어떻게 개선하실 생각입니까.
"풀무원은 지주회사입니다. 그럼 우리회사 성격상 단독 재무제표로는 회사 가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습니다. 연결 재무제표로 봐야 합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주 재무제표를 연결 재무제표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2011년부터는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기업은 IFRS 기준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 국제적 재무제표 통일기준) 도입이 의무화됩니다. 우리는 IFRS 기준이 적용된, 자회사가 모두 합쳐진 통합 재무제표를 2009년부터 적용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풀무원의 주식가치가 제대로 반영될 것입니다.

밝게 웃고 있는 총회 참석자들
 밝게 웃고 있는 총회 참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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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의 주가에 대한 궁금증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자신을 소액주주라고 소개한 김상원 씨는 "지금 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어 재미없다"면서 "오늘도 (풀무원 주가가) 떨어졌다더라. 대표님도 현 주가 수준이 불만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남 대표는 좀 더 솔직한 대답을 풀어냈다.

"솔직히 지주회사로 왜 했는지 후회 많이 했습니다. 지금 우리 한국법이 지주회사를 제대로 받쳐줄 수 없는 반쪽 짜리입니다. 멋모르고 지주회사제를 도입했다가 주가 때문에 지난 3년 동안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물론 금년까지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2009년 말이면 현재 영업 이익을 제대로 반영한 주가가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보유하면,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참가자들 "아주 색다르고 인상적인 경험"

'10분짜리 주총'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최고경영자의 답변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200분 짜리 주총'에 대해 참가자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재 직업이 공인중개사로 30대 초반이라고만 밝힌 여성 주주는 "아주 독특한 총회였다"라며 "주주를 배려하는 측면이 아주 강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총회에 참석한 모 은행 관계자(51·남)는 "아주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몇 군데 주주총회를 참석해봤지만, 이런 방식은 처음으로, 콘셉트가 너무 마음에 든다"면서 "보통 빨리 끝내려고만 하기 마련인데, CEO의 경영철학과 개인사까지 자세히 전달하려는 오픈 마인드가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는 "무엇이든 조용히 빨리 빨리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이렇게 투명하게 주주총회를 연다는 것은 소비자 그리고 주주 앞에 당당하게 나선다는 의미"라며 "이런 과정이 우리 주주총회 문화를 새롭게 열고 기업문화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주주총회 이후 참석자들이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주주총회 이후 참석자들이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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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주총, #풀무원, #남승우, #총회, #대순진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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