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지면서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도 유백색의 백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습니다. 나뭇가지 끝에서 하얗게 피어난 한 송이 한 송이에 봄 향기가 물씬 담겨 있음을 느낍니다. 꽃봉오리가 붓처럼 생겼다고 해서 목필화(木筆花)로도 불리는 백목련은 봉우리와 뿌리는 약재로, 나무껍질은 향수의 원료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3월에서 4월 사이에 개화한다고 하는데, 이미 만개한 것을 보니 성질이 급한 종자인 모양입니다. 백목련은 6장의 꽃잎 길이가 꽃받침 잎과 거의 같은 게 특징입니다. 꽃잎 전체가 흰색으로, 꽃받침 잎보다 꽃잎이 길고, 꽃잎 아래쪽이 분홍빛을 띠는 자목련과 다르며 난처럼 향이 진하게 풍겨 목란(木蘭) 또는 옥란(玉蘭)으로 부르기도 하지요. 질서없이 피어있긴 하지만, 따사로운 봄볕에 흘러내릴 것만 같은 우아하고 숭고한 자태가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백목련은 봄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다고 해서 영춘화(迎春化)라고도 하며, 내한성이 강하고 비교적 빨리 성장하지만, 뿌리가 깊게 내리고 잔뿌리가 적어 옮겨심기 어려운 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사한 봄 햇살이 부르기에 나갔더니/ 순결한 봄 처녀인 백목련이 나를 반기네/ 새털구름 결로 하얗게 터뜨린 꽃봉오리들···/ 처녀의 속살 같은 당신을 감히 꺾거나 만질 수 있으리까/ 어디선가 들려오는 짝 찾는 비둘기 울음소리에 마음만 울적했다오···. 저도 모르게 입에서 나오기에 그냥 읊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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