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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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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화

원동마을의 봄은 마치 원동마을 삼정지에 위치한 순매원과 그 주변일대로부터 영포마을, 배태마을 등으로 점점 꽃불처럼 번져가는 듯하다. 겨우내 고요했던 마을이 봄이 오는 소리 들려오고, 매화꽃이 활짝 피어나기 시작할 무렵이면 이 마을엔 조용한 활기로 가득하고, 매화꽃 향기 그윽하게 번져간다.

 

과연 양산 원동은 매화마을이다. 순수토종 청매실 생산지로 유명한 원동 일대는 봄이 오면 그야말로 봄의 전령 매화꽃의 향연으로 그윽하다. 지난주까지 원동 순매원에서는 매화꽃축제(제5회)로 절정을 이루더니 이젠 만개한 꽃잎들이 하얀 눈꽃송이처럼 분분히 날리며 떨어지는 게 보이고, 삼정리를 지나 영포마을에 도착하니 이곳은 매화꽃축제(제3회)로 상춘객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었다.

 

영포마을의 매화꽃은 이제 그 절정을 이루고 있다. 작은 마을 사람 사는 지붕 주위를 둘러싼 매화꽃들, 그리고 어디를 둘러보아도 매화꽃이 지천이다. 영포마을을 배경으로 앞, 뒤, 전후좌우 눈을 들어보는 곳마다 매화꽃천지다. 매화꽃 향기에 취해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오늘은 특별히 원동 영포마을 자체에서 여는 제3회 매화꽃축제날이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풀리고 봄기운으로 조용히 번져가다가 참다못한 매화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면 마을은 조용한 활기가 소리 없이 번져간다. 이윽고 온 마을을 매화꽃이 뒤덮을 즈음이면 봄 축제가 열린다. 마을 전체가 봄 축제에 마음이 들뜬다. 원동 영포마을에도 매화꽃축제로 들떠있다.

 

매실즙을 무료로 마음껏 맛 볼 수 있게 해 놓고, 매실차와 매실엑기스, 매실 장아찌, 매화차, 매실막걸리, 파전, 수육, 국수 등을 판매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손발을 척척 맞춰서 바삐 움직이며 판매하고 있다. 주변에는 여러 장사들도 모여들어 매상을 올리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만국기가 휘날리는 마을회관 마당에는 윷놀이와 신나는 품바 공연으로 노래 소리 봄 하늘에 울려 퍼진다.

 

영포마을의 매화꽃축제에 모여든 수많은 차량들과 사람들, 매화꽃 그 높은 향기에 매료된 사람들의 발걸음을 높은 산등성이까지 높은 데까지 이끌고 있다. 이참에 영포마을 안쪽까지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예스러운 정취가 묻어나는 영포마을 사람 사는 집들은 축제에 다 모인 듯 고요하고 시멘트로 닦아놓은 골목길도 저만치 축제의 장소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들려올 뿐 조용하기만 하다.

 

골목길을 지나다가 어느 집 앞에 발걸음이 멈춘다. 새로 얹은 듯한 기와지붕, 그 처마 끝에 달린 풍경소리에 눈이 멎었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때마다 풍경이 땡그렁 땡그렁 소리를 냈다. 어떻게 보면 가정집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작은 암자 같기도 했다.

 

 “여기가 무슨 사찰이라도 되나?”

 

딱히 대답을 들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독백처럼 내뱉은 말인데, 이 집의 주인인 듯한 젊은 아주머니는 마당 한쪽에서 즉각 나의 독백에 반응을 보였다. 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적극적이고 시원시원한 반응이다.

 

“매화꽃 구경 오셨나봐요?”

“예”

 

나의 궁금증을 마치 다 알고 있기라도 한 듯, 묻지 않아도 이야기를 한다. 젊은 안주인의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는 계속 마당에서 하던 일에 골몰해 있다. 나무 한그루를 여기 심을까 저기 심을까 서로 의논해가며 옮겨 심고 있던 중인 듯 하다.

 

“여긴 일주일에 한번씩 와서 돌보곤 하는 우리 집이에요, 말하자면, 별장 같은거지요.”

“예, 그렇군요. 작은 절 같은 건줄 알았어요, 저 현관 앞에 달린 풍경을 보구요.”

“아닙니다. 우리 집은 부산에 있고, 가끔 이렇게 와서 지내다 갑니다. 이곳엔 원래 살던 사람들은 외지로 나간 사람도 많고 우리처럼 집을 사서 이렇게 쓰는 사람들이 많아요.”

 

집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아담하고, 특히 마당이 넓어 좋다. 안마당 외에도 집 뒤에는 텃밭을 가꿀 수 있는 제법 넓은 뒤뜰도 있다. 요즘은 도시 사람들이 시골에 집을 사놓는 사람들이 부쩍 많은 듯 하다. 소음과 공해에 찌든 마음과 육신을 시골집에 가끔씩 와서 온 가족과 함께 쉬어가는 듯 하다. 눈인사를 하고 나와 우린 골목길을 걷는다.

 

버려진 듯한 집도 있는가하면, 새로 현대식으로 개조해 놓은 집도 있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집들도 보인다. 마을은 온통 매화꽃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조용한 골목길을 걸으며 “도시 사람들이 이런 시골에 집을 사놓고 가끔씩 와서 쉬어가고 참 괜찮네요.”하고 남편한테 말하자,

 

 “전국이 우리 것인데 뭘, 우리가 가는 곳, 발길 닿는 곳이 우리 것이지! 저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와서 보는 곳이 한군데지만, 우린 많은 곳을 보잖아요. 그게 다 우리 것이지.”하며 가만히 어깨에 손을 얹는다. 그렇구나. 지금 보고, 지금 보는 것...이 모든 것이 우리 것이다.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고 세워 둔 차로 향한다. 영포마을의 매화꽃축제 분위기는 좀처럼 식을 줄을 모른다. 사람들은 계속 모여든다. 우리는 배내골 방향으로 가는 길에서 배태마을에서 잠시 내렸다. 이곳 배태마을은 멀리서 들려오는 축제분위기하고는 사뭇 다르게 고요하다. 영포마을처럼 매화꽃축제 같은 것은 열지 않지만 매화꽃이 활짝 피어 지천인 것이 축제 그 자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가구 수도 몇 되지 않는 배태마을의 봄은 그렇게 매화꽃향기를 봄바람이 조용히, 그러나 멀리까지 그 향기를 전하고 있었다. 조용히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꽃은 이제 절정이다. 매화꽃 아래 크고 작은 논밭에는 겨우내 얼었던 대지가 봄기운에 녹자 파종하기 위해 땅을 갈아엎고 있다.

 

원동마을은 온통 봄, 봄, 봄...봄꽃 축제다. 매화꽃 높은 향기를 전하며 원동 순매원에서부터 꽃불을 지피기 시작한 매화꽃축제는, 이제 영포마을로 옮겨 붙어 절정에 달해 있다. 고요한 산골짜기 마을에서 번져가는 매화꽃향기는 더 멀리 더 높게 번져간다.

 

 매화꽃이 절정을 이루자 이젠 너도, 나도 봄꽃이라고 앞을 다투어 피기 시작하는 봄꽃들이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그 꽃망울들을 터뜨리기 시작했나보다. 지난주에는 보지 못했던 개나리꽃도 활짝 피기 시작하고, 산수유, 동백꽃, 목련꽃, 진달래꽃...아, 봄꽃 잔치가 열렸다. 봄은 이렇게 온통 천지에 꽃불을 놓기라도 한 것처럼 들불처럼 번져 가고 있다.

 

내일은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데, 낼 오시는 비에 절정을 이룬 매화꽃은 천천히 자취를 감추고 이제 막 꽃불 지피기 시작하는 진달래는 산천을 또 붉게 물들일 것 같다. 봄의 향연이다.

 

멀리 있기 -유안진-

 

멀어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여

향기로 나는 다가갈 뿐입니다

 

멀어서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여

눈물괸 눈짓으로

반짝일 뿐입니다

 

멀어서 슬프고

슬퍼서 흠도 티도 없는 사랑이여

 

죽기까지 나

향기높은 꽃이게 하여요

죽어서도 나 빛나는 별이게 하여요.‘

 

 

 

 

 

 

 

 


태그:#원동매화꽃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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