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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평을]"콘크리트는 안돼"-"지역발전이 이슈"-"완주하겠다"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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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결과가 유리하게 나오고 있지만, 방심하지 않는다. 은평을은 대운하총사령관(이재오 의원)과 대운하저지사령관(문국현)이 맞붙는 곳 아닌가. 전쟁터에 나온 기분이다. 낙후된 은평을 지역을 위해 '은평재창조위원회'를 만들었다. 개발이익이 몇몇 건설업자에게만 집중되는 게 아니라 지역민 모두에게 나눠지도록 해야한다."

18대 총선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소속 이재오(63) 현 의원에게 앞서고 있는 창조한국당 문국현(59) 대표. 봄비가 뿌리던 부활절(23일) 아침 역촌성당에 나타난 문 대표는 "은평뉴타운이 개발업자만 배불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앞으로의 개발중심은 콘크리트가 아닌 사람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그는 서울대 김기호 교수와 공동집필한 책 <도시의 생명력, 그린웨이>를 펼쳐 보이며 인간이 존중받는 개발을 은평을 지역에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은평을에서 3선을 한 이재오 의원은 이에 맞서 "지역 발전"이라는 간명한 구호를 필승전략으로 이야기했다.

같은 날 오후 3시 30분 갈현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나온 이 의원은 "지금은 은평 발전의 적기"라며 "이번 선거의 핵심이슈는 은평 발전"이라는 말로 자신이 지역의 경제와 개발을 책임질 적임자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동아일보>와 MBC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19일 실시한 전화여론조사(조사대상 성인남녀 500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에 따르면 문국현, 이재오의 지지율은 각각 42.6%와 37.5%. 5.1%P의 격차다.

<한국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같은 날 여론조사(조사대상 지역유권자 500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에서는 격차가 더 컸다. 응답자 중 "총선 때 문 대표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42.7%, "이 의원에게 투표할 것"이라는 이들은 31.7%로 문 대표가 이 의원을 11%P 앞지르고 있었다.      

'문-이' 양강 체제가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17대 총선에서 43.08%(5만566표)의 지지를 얻어 이재오 의원의 당선을 위협했던 통합민주당 송미화(47) 후보는 이번 여론조사에선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어 애가 타는 심정이다.

문국현 "대통령의 영향력 걱정하지 않는다"

4.9총선에서 서울 은평을에 출마하는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23일 오전 은평구 역촌성당을 찾아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4.9총선에서 서울 은평을에 출마하는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23일 오전 은평구 역촌성당을 찾아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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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의원의 아성을 위협하며 문국현 대표가 이처럼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참신성'과 '대운하반대 이슈 선점'이 지역민에게 어필해서인 듯하다. 또한 지난해 치러진 대통령선거 운동기간에 TV에 여러 차례 출연한 것도 인지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갈현동에 거주하는 박병조(49)씨는 "선거 결과가 어떻게 예측되는가"라는 질문에 "여론조사대로 되지 않겠냐"며 "참신한 문국현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재오 의원에겐 "언론에 부정적 모습을 너무 많이 드러냈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역촌성당에서 만난 석OO(46)씨도 "이재오 의원의 실정이 새로운 인물 문국현을 주목하게 한 것 아닌가"라는 견해를 전했다. 또 다른 지역주민 김OO(80)씨는 "뉴타운 개발 등이 흡족하지 못하다. 현재까지 보여준 이재오 의원의 모습이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러한 지역의 여론을 의식한 듯 문 대표도 "대운하반대 정책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고, "시민들과의 대화 시간을 늘여가겠다"는 향후 선거운동 방향을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통합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에 대해선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는 말로 가능성을 일축했다.

문 대표는 대통령 후보 당시엔 외교와 세계화 등의 큰 정책을 이야기했다면, 지금은 은평을 지역의 교통과 문화, 교육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재오 의원과 이명박 대통령의 우호적 관계가 선거를 힘겹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금력과 행정력을 동원할 가능성이 있지만, 대통령의 영향력을 걱정하진 않는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재오 "대운하는 대선 공약...여기는 지역구 문제가 우선"

4.9총선에서 서울 은평을에 출마하는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가 23일 오전 은평구 갈현교회에서 예배를 본 뒤 나오고 있다.
 4.9총선에서 서울 은평을에 출마하는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가 23일 오전 은평구 갈현교회에서 예배를 본 뒤 나오고 있다.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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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새벽 1시까지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잠시 모처에 머물다 시내로 돌아온 이재오 의원은 오후 2시 30분 손에 성경책을 들고 갈현교회를 찾아 목사와 신도 등 지역민과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는데 이를 반등시킬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으나, 이번 선거의 필승전략을 묻자 "은평 발전"이라고 답했다. 12년간 지역에서 다져온 기반이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임을 믿고 있어서인지 웃음을 보였다.

"이재오 의원을 지지한다"고 밝힌 자영업자 김희천(50)씨는 "지금은 이명박 대통령시대이고, 대통령의 신뢰를 받는 이 의원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씨는 "재개발 문제 등 지역현안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지하철 구파발역과 연신내역 사이에 역 하나를 더 만들어줬으면 한다"는 부탁도 이 의원에게 전했다.

은평구 갈현2동에 위치한 이재오 의원 사무실에서 만난 강석준 사무국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주민 1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자체 여론조사에선 이 의원이 15%P 앞서고 있다"며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강 사무국장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인 지역임에도 탄핵 때도 승리하지 않았나. 청년층이 많아 인터넷 여론조성이 가능한 지역이지만, 조직의 힘을 무시해선 안 된다"며 상황이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루아침에 신인(문국현 대표)에게 은평을 맡기자는 건 어불성성"이라고 말한 강 사무국장은 "토착민의 정서는 이재오"라며 "뉴타운과 연계한 명품도시를 만들 수 있는 적임자가 이재오 의원 외에 누가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대운하와 관련한 이슈가 제기되는 것에 관해서는 "운하는 대선 공약이다. 여기는 지역구 문제가 우선이고, 지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으로 승부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송미화 "연합공천 검토 발언 때문에 유권자 설득 힘들다"

4.9총선에서 서울 은평을에 출마하는 송미화 통합민주당 후보가 23일 오전 은평구 백석교회를 찾아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4.9총선에서 서울 은평을에 출마하는 송미화 통합민주당 후보가 23일 오전 은평구 백석교회를 찾아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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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30분 은평구 백석교회 앞에서 명함을 돌리고 있던 통합민주당 송미화 후보는 당 신계륜 사무총장의 '은평을 지역 연합공천 검토' 발언을 "자기 당 후보 흔들기"라며 비판했다.

송 후보는 "공천이 늦어진데다, 문국현 후보가 대운하 이슈를 선점한 탓에 고전하고 있다"면서도 "대운하 이슈는 은평과는 큰 접점이 없어 (문 대표의 높은 지지율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본다"고 했다.

"(사실상 문 대표와의 후보단일화를 의미하는) 연합공천 발언 탓에 지역민들이 나를 불안한 후보로 생각하고, 이 때문에 유권자 설득이 힘들다"며 선거운동의 어려움을 전한 송 후보는 "하지만, 내가 왜 정치를 시작했는가를 다시 생각하며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말로 중도 사퇴는 없다고 못박았다. 인터뷰 도중 송 후보는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송미화 후보의 인터뷰 과정을 지켜본 백석교회 자원봉사단 고석수(63)씨는 "창조한국당에 대한 신뢰"가 문국현 후보의 높은 지지율로 나타난 게 아닌라는 견해를 보이면서도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송미화 후보가 유리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한 여성 유권자는 송 후보와 한참동안 포옹을 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송 후보는 "신계륜 사무총장의 '연합공천' 발언은 송미화 죽이기 음모가 아닌가?"로 시작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당의 총선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사무총장이 자기 당 후보의 가치를 부정하고 타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계속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개탄하고, 송 후보가 "민주적인 절차, 경선을 통해 확정된 통합민주당의 후보"임을 재확인하며, 신계륜 사무총장에게 공개적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

박근혜와 함께 찍은 대형사진을 사무실 외벽에 내건 장재완 후보

한편, 자유선진당 후보로 은평을 총선에 나선 장재완 한국기업협회 회장은 대조동 서정빌딩에 자리한 사무실 외벽에 자신이 출마한 당의 총재인 이회창씨와 함께 찍은 사진이 아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촬영한 대형사진을 내걸고 있어 이채로웠다. 사진 아래에는 "젊은 은평, 젊은 일꾼 장재완"이라는 선거슬로건이 큼지막하게 씌어 있었다.

23일 오전 서울 은평구 대조동 장재완 자유선진당 후보 사무실 외벽에 자신이 출마한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가 아닌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찍은 대형 사진 펼친막이 걸려 있다.
 23일 오전 서울 은평구 대조동 장재완 자유선진당 후보 사무실 외벽에 자신이 출마한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가 아닌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찍은 대형 사진 펼친막이 걸려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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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격전지, #문국현, #송미화, #이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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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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