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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함으로써 군대국민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두텁게 축적되는 시기이기도 하였다."

일제시대 이야기다. 일본 교과서가 쓴 이야기가 아니다. 25일 출간 예정인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는 이렇게 평했다.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기파랑 펴냄, 이하 <대안교과서>)>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해온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뉴라이트 계열 지식인들 모임인 '교과서 포럼'을 꾸려 3년간 준비한 책이 출간 전부터 화제다. 출판사가 가편집한 책을 23일 일부 언론사에 배포했고, 이 책 내용이 23일 보도되면서다.

과연 어떤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는 걸까?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내용에 대해 한국근현대사 전공인 홍석률 성신여대 사학과 교수와 2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홍석률 교수는 이영훈 교수의 '식민지근대화론'에 대해 "근대 국가 수립을 억압한 게 바로 식민지고, 그래서 독립운동하며 싸운 거 아니냐?"며, <대안교과서> 내용에 대해 "역사적인 평가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평가로, 전반적 역사적 맥락에서 말해야지 형식적 이데올로기적 표방으로 얘기만 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제시대 '근대화'면, '대한제국' 근대화는?

 뉴라이트 계열 지식인들이 출간한 '대안교과서 한국 근ㆍ현대사'.
뉴라이트 계열 지식인들이 출간한 '대안교과서 한국 근ㆍ현대사'. ⓒ 오마이뉴스
- <대안교과서> 내용이 어떤가?
"초고 쓴 건 봤는데, 좀 달라진 것 같다. 책을 봐야 정확히 알 것 같다."

- 조목조목 이야기해보자. 역사학계에서는 지금껏 '갑신정변'을 "일본 식민지화 위기만 부추겼다"고 평가하는데 반해서 이 '대안교과서'는 김옥균이 쓴 '갑신일록'을 근거로 개혁파들이 청에 대한 조공과 문벌 폐지를 시도했고, 이들이 한국 근현대사에서 근대화를 추구했던 선각자들이라고 평가하는데.
"통설은 한국역사학계도 근대화를 추진했지만 실패한 걸로 본다. 북한학계도 실패한 부르주아적 혁명으로 봤다. 일본을 이용했는데, 결국 '한성조약인가. 그 조약 맺는 과정에서 일본은 이걸 식민통치로 이용했다."

- 동학농민봉기에 대해 급진적인 사회혁명으로 평가해 '동학농민혁명'이니 '갑오농민전쟁'이니 부른다. 하지만 <대안교과서>는 동학농민혁명을 "유교적인 근왕주의에 입각해 서민의 경제생활을 안정시키고자 했던 복고적인 성격이 강하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유교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사실이다. 그거 한 가지만 갖고 '유교적 근왕주의 운동'이라 말하는 건 대단히 이데올로기적이다. 유교적 용어로 표방하지만 그 행동, 역사적 맥락 보면 그걸 단지 유교적 근왕주의로 평가 어렵다. 근왕주의 운동이면 왜 조선 왕조가 일본까지 동원해 이들을 탄압했겠나? 그건 역사적인 평가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평가다. 전반적 역사적 맥락에서 말해야지 형식적 이데올로기적 표방으로 얘기만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 지금 고종의 정책을 '광무개혁'이라 부르며 근대적 개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게 역사학계 주류의 목소리다. 그런데 <대안교과서>는 일본에 맞선 자주적 근대화 운동이 아니라 일본이 청일전쟁에서 승리해 만들어진 게 '대한제국'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제국가라고 평가하기도 하고.  
"국사학계 통론이 그리 가는 건 사실이다. '대한제국'의 한계성 있긴 있다. 하지만 '대안교과서' 논지에 따르면 일본 식민통치는 식민통치긴 하지만 그 사회를 근대화 시켰다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대한제국도 같이 평가해야 하지 않냐? '대한제국'이 한 정책 자체는 '도시 정비'도 있고 그런데 그것도 근대화를 위한 노력으로 얘기해야지, 일제시대 근대화는 얘기하면서 '대한제국' 근대화는 전제국가이지 민주국가가 아니니 인정 못하겠다고 하면 논리적 모순이다."

- 식민지 시대 평가하면서 <대안교과서>는 일제시대를 억압의 시대만이 아니라 "근대 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함으로써 군대 국민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두텁게 축적되는 시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근대 국민국가 말한다면, 근대 국민국가가 백지에서는 안 만들어지니까. 근대 문물 배우고 그런 과정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 식민지라는 건 '근대 국가'를 좌절, 억압시킨 거 아니냐. 근대 국가 수립을 억압한 게 바로 식민지다. 그래서 독립운동하며 싸운 거고. 독립운동해서 근대국가 수립하고 그러잔 거 아니었나? 그런데 그 가운데 한 부분만 떼어 이야기하는 게 우습다. 식민지 사회는 그런 모순 갖고 있는 사회인데, 그게 완전히 분리돼 설명될 수 없다."

대한민국 건국세력에 친일파는 없다?

- 또 이 뉴라이트 쪽 <대안교과서>는 대한민국 건국 세력을 "근대적 문물을 수용하면서 전문적 직업 능력을 키워온 민족주의자들"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들이 민족국가 주체라 말하는 건, 근대적 '물질문명'만 말하는 거다. 근대의 한 부분만 강조하고 자기가 강조하는 부분 위해 다른 걸 희생하고 있다."

- 이 책은, 제헌의회 의원들 출신으로 볼 때, 대한민국 건국세력이 친일파 출신이라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한다.
"제헌의회 출신만 보면 그럴 수 있다. 제헌의회가 초기에 '반민특위' 만들어 '친일파' 청산하려고 했지 않나. 하지만 친일파 청산이 왜 좌절했나? 행정부에 친일 세력이 있지 않았나? 행정부 수장이던 이승만이 그걸 적극적으로 도와줬고. 대한민국 건국세력이 '제헌의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당시 국회, 행정부는 없단 얘기인가? 행정부가 국회를 눌렀던 50여년 정치 파동은 어찌 설명하려고? 통계적으로 친일파가 제헌의회 다수는 아니다. 하지만 권력 구성했던 핵심적 인물은 친일적 세력 지지 위에 있었다. 정부 내 친일 관료 비중도 가면 갈수록 늘어난다."

- 혹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방전후사의 재인식>도 보수 언론이 썼을 때 정작 책은 아직 안 나왔었다. 책을 소개하는 건, 책이 나와 독자들의 반응을 보여주고 하는 게 책 소개지. 책 나오기 전부터 그 의미를 선전하는 건, 책에 대한 올바른 소통이 될 수 없지 않나? 언론이 논쟁을 그리 잡아버리면 오히려 학계 논쟁은 더 의미 없어진다. 언론이 학계 논쟁을 소개하고 좋은 방향으로 가게 만드는 게 아니라, 언론이 선점하고 왜곡된 방향으로 가게 만든다. 부작용이 많다.

책 내용은 책이 나오고 학계에서 논의되는 걸 봐야한다. 이런 걸 만드는 게 언론 보도행태다. 자기들 구미 맞는다고, 책이 나오기도 전에 책 소개부터 하는 게 언론의 바람직한 보도태도인지 묻고 싶다."


#이영훈#대안교과서#뉴라이트#홍석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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