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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국가예산과 정책목표'를 소개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웹사이트
 '2007 국가예산과 정책목표'를 소개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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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에 나온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보고서가 새 정부의 교육정책과 맞물려 24일부터 뒤늦게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2007 국가예산과 정책목표'이며 분량은 570여 쪽이나 된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 주목한 것은 '제6장 교육시장에서의 정부역할과 개선방향'이란 항목 가운데 단지 9줄(377쪽)을 차지한 교사월급에 대한 내용.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15년 경력 교사의 월급은 1인당 GDP(국내총생산) 대비 2.3(배)으로 조사 대상 국가 중 터키를 제외하고는 최고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 본 보고서에서 향후 개선방향으로 제시하는 교원평가 실시와 전문교사의 경력개발경로 마련과 같은 교원들의 유인체계 개선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9줄짜리 보고서 내용이 눈길을 끈 까닭

일부 신문은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교원평가와 특수목적고, 자립형 사립고를 확대하라'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이 보고서를 쓴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이영 교수가 근거로 든 자료는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펴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지표 2007'이다.

그런데 정작 KEDI는 24일 전화인터뷰에서 이 교수의 보고서에 대해 "OECD 권고사항을 따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가 마련한 교육통계의 국제 활용 지침에서 벗어난 해석을 했다"고 비판해 주목된다. KEDI가 문제로 지목한 대목은 이 교수가 교사 월급에 대해 국제비교를 하면서 'PPP'(구매력환산지수) 대신 '1인당 GDP' 지수를 사용한 것.

OECD 자료 분석을 맡은 한 KEDI 연구원은 "OECD도 지침을 통해 교원 월급을 비교하면서 GDP지수가 아닌 PPP를 쓰도록 했다"면서 "물가와 연동하지 않은 GDP지수를 갖고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본부장급 인사도 "국제관례는 PPP인데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목적에 따라 GDP지수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OECD 교육지표 매뉴얼에서는 "PPP는 교원 임금을 산출하는데 적용 된다"고 적고 있다. PPP는 1달러로 살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나라별로 환산한 수치다.

PPP를 적용했을 때 교원 연봉을 따지면 미국(4만734달러)이 유럽 19개국(3만7762달러)보다 연봉이 많지만, 1인당 GDP지수를 적용하면 순위가 뒤바뀐다. 유럽 19개국은 1.19(배)였고 미국은 0.97(배)이 된다. 이는 배율에 따른 것으로 GDP가 낮은 나라(못 사는 나라)일수록 비율이 높게 나오는 탓이다.

물론 PPP로 비교해도 한국 교사의 임금은 상위권이다. 한국은 조사대상국 가운데 고교는 6등이고 초등과 중등은 모두 3등이다.

 울릉군 울릉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6학년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특정 관련이 없습니다).
 울릉군 울릉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6학년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특정 관련이 없습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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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GDP 대비 교사 봉급 따진 것은 정치 의도 의심"

이에 대해 송경원 진보신당 서민지킴이본부 연구원은 "이런 순위는 매년 OECD 교육지표가 나올 때마다 교사의 임금이 많다며 이미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라면서 "그런데 이번에 KDI가 1인당 GDP 대비로 따진 것은 정치적 의도가 의심되는 행위"라고 평가했다.

반면, KDI 보고서를 집필한 이 교수는 통화에서 "오히려 GDP 대비 지수가 더 정확하고 훨씬 의미 있는 국제비교 자료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후진국이 아니기 때문에 GDP 지수와 PPP 모두 교사 봉급에서는 세계 상위권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 그 반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OECD 교육지표에서도 GDP 대비 교원봉급 수치를 표로 나타내 준 것으로 보아 GDP 대비 분석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PPP에 따른 교사 임금 순위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박종효 KEDI 연구원은 "OECD에 교사 봉급 수준을 낼 때 다른 나라들은 기본급만 보고한 반면, 우리나라는 수당 등 전체 액수까지 제출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지난 2004년 "한국교원의 봉급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보도는 잘못된 것"이란 해명자료를 낸 바 있다.

진보신당이 이날 낸 '이슈검토'란 제목의 자료를 보면 교원 1인당 노동시간에 따른 임금을 환산할 경우 한국은 하루 임금이 235달러로 전체 24개국 가운데 초등은 6등, 중등은 7등, 고등은 10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교원 1인당 학생 수와 같은 '노동 강도'를 반영할 경우 한국 교원의 하루 임금 등수는 더 뒤로 밀린다. 관련 수치가 있는 OECD 소속 국가 대비 초등은 20개국 가운데 17등, 중등은 18개국 가운데 16등, 고등은 16개국 가운데 13등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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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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