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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내가 사는 아파트 계단 틈에 뿌리 내린 풀꽃…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들여다봤다. 정말 잘 견딜 수 있을까, 하고 걱정했다. 그런데 추운 겨울을 견딘 풀꽃의 잎새에 초록이 짙다. 하루에도 몇번씩 주저앉는 내 마음보다 더 '굳세어라 금순이' 같은, 대리석에 뿌리 내리고 있는 풀꽃. 처음엔 내가 풀꽃을 걱정했는데 지금은 풀꽃을 들여다 볼 때마다 나를 위로하며 힘 내라고 힘내라고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
 
 
나의 희망의 거울이 된 계단의 뿌리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재미나는 일화가 생각난다. '찰스 다윈'이 대서양을 지날 때 무척 파도가 일었다고 한다. 파도에 배들이 몹시 흔들렸으나, 풀잎 하나만은 그 무서운 파도에 밀려 가지 않고 그냥 제 위치에 있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다윈은 그 연약한 풀이 바다 속에 뿌리를 박았음을 깨닫고 삶의 뿌리를 굳게 박으면 세파에 절대 밀리지 않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뿌리의 일은, 항상 제 자리에 서서 양분을 빨아올리는 일이다. 자신의 삶이 작아 보일수록, 정체성을 잃고 헤매는 것이다. 화사한 꽃병의 꽃은 뿌리가 없기 때문에 금방 시든다. 가만히 생각하면 뿌리를 잃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뿌리 없는 나무는 하나도 없다. 뿌리 없는 삶도 없다. 뿌리 없는 만남도 없다. 그 깊은 뿌리를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기본 뿌리를 잃어버리고, 다른 뿌리처럼 살아가기도 한다.   
 
가만히 생각하면 주체성이 없는 내 삶의 뿌리, 그 뿌리 세찬 파도에 실려 나도 찾지 못하는 먼 곳에 있는 듯도 하다. 지난해 혹독한 추운 겨울을 차디찬 대리석 계단 틈에서 이겨낸 풀꽃들… 아니 혼자서는 이겨낼 수 없었을지 모른다. 서로 서로 두 포기의 풀꽃들이, 힘을 내라고, 여기서 주저 앉으면 안된다고, 서로 용기를 주며 이겨낸 풀꽃들… 아파트 한 계단에 사는 이웃들이 오며 가며 들여다보며 걱정 해준 그 격려의 힘 때문인 것도 같다. 힘내라고 응원해 주는 그 힘에, 더욱 뿌리를 잃지 않고 견뎌온 풀꽃의 힘에 의지해, 내 나약한 의지의 뿌리도 세파에 밀리지 않고, 깊어가길 기도해 본다.
 
인내라는 꽃은 어느 뜰에나 피는 꽃이 아니다. - 영국속담

태그:#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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