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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부터 영어몰입교육을 천명한 서울시교육청(교육감 공정택)의 행보가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이명박 대통령이 영어몰입교육을 놓고 '말 바꾸기'를 할 때마다 교육청도 '태도 바꾸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1월 25일에는 "영어몰입교육 확대" 건의문

 

이에 따라 일부 교사와 학부모들은 "정치권과 '코드'를 맞추기 위한 교육청의 가벼운 처신 때문에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면서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 영어몰입교육에 대해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해 교육감들이 첫 목소리를 낸 때는 지난 1월 25일. 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자리에서다. 이들은 이날 다음과 같은 건의문을 새 정부에 보냈다.

 

"교사영어능력인증제를 도입하고 영어몰입교육을 확대해 주십시오."

 

당시는 이경숙 인수위원장과 이주호 인수위 사회교육문화 간사 등이 영어몰입교육에 대해 강하게 페달을 밟을 때다.

 

이런 움직임에 앞장을 선 이는 공 교육감이다. 그는 사흘 뒤인 지난 1월 28일치로 보도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영어몰입교육 도입 계획’을 묻는 물음에 다음처럼 밝혔다.

 

"올해부터 초등학교 11개, 중학교 11개교 등 22개 교에 우선 적용하고 이후 점차 확대한다. 수학 과목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이날 인수위는 공교롭게도 "영어몰입교육을 정부정책으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공식 포기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조선일보>의 공 교육감 인터뷰가 서면으로 진행된 점에 비춰보면 인수위 발표 하루 전까지 공 교육감은 '영어몰입교육 확대 구상'을 가졌던 것으로 해석된다.

 

1월 28일 <조선>에선 "영어몰입교육, 수학부터..."

 

3월 들어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자 공 교육감은 한 발 빼는 태도를 나타냈다. 지난 7일 진행된 <국민일보> 인터뷰에서다.

 

"인수위의 영어몰입정책에 전면 찬성하지만 비판 여론을 감안해 2년간 시범학교를 운영한 뒤 시행에 옮기겠다."

 

하지만 이날 공 교육감의 발언 또한 공염불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통령이 지난 20일 교육과학기술부 업무보고에서 "영어 몰입교육은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고 뒤늦게 말 바꾸기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지 5일 만인 지난 25일, "영어몰입교육 시범학교를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공 교육감의 기존 발언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시 교육청 영어교육활성화추진팀 관계자는 "일부 신문이 우리가 하지도 않은 말을 앞서서 쓴 경우가 매우 많다"면서 "영어몰입교육 시범학교 운영 보도도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교육감의 '가벼운 입'보다는 일부 신문의 '가벼운 펜'에 책임을 돌린 것이다.

 

서울 강남교육청도 "영어몰입교육 이젠 안 한다"

 

사교육 1번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교육청도 기존 태도를 뒤집고 "영어몰입교육을 하지 않겠다"고 25일 밝혔다.

 

이 교육청은 지난 3월 초 이 지역 51개 초등학교에 보낸 '담임 장학 실시계획'이란 공문에서 "초등 3학년은 영어로 진행하는 교과수업을 전개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국어와 과학, 수학 등 타 교과를 영어로 진행하도록 한 것은 '영어몰입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역 박아무개 교사는 "초등 3학년이면 수학, 과학을 우리말로 가르쳐도 이해를 잘 못하는데 영어로 가르치라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육청 초등교육과 한 관계자는 이날 "기존 공문은 상황에 따라 담임교사가 영어를 섞어가며 가르치라는 뜻"이라면서 "영어몰입교육을 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가 실시 여부를 자체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서울시교육청, #영어몰입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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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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