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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그러나 삼성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은 한 점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와 함께 아들들의 증여세 탈루 의혹, 재단법인을 통한 기업 출연금 모금 의혹, 국정원 1급 인사 관여 등 수많은 흠결도 함께 묻혀버렸다.

 

청와대가 흠결이 많은 후보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 것은 큰 문제다. 진보신당도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통령이 김 원장을 임명하는 것은 삼성 챙기기"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 책임으로부터 국회도, 특검팀도 자유롭지 못하다.

 

김 원장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서는 지난 3일 국회에 접수됐다. 여야는 김용철 변호사 증인 출석 문제를 놓고 대립하다 결국 청문회를 무산시켰다. 결국 김 원장은 "인사청문 요청안을 접수한 뒤 20일이 지나면 국회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이 후보자를 자동 임명할 수 있다"는 국회법에 따라 국정원에 '무혈입성'했다.

 

삼성 특검, 임명되는 순간까지 망설이고만 있나

 

조준웅 특검팀의 책임은 이보다 더 크다.

 

직접 김 원장에게 돈을 건넸다고 밝힌 김용철 변호사를 13시간이 넘게 소환해 조사하면서도 김 원장을 소환하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공소시효 만료',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이미 무혐의로 결론지은 것 아니냐는 전망도 흘러나왔다.

 

윤정석 특검보는 26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로비대상자들에 대해 서면조사나 방문조사를 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조사 방법이나 시기에 대해 말씀드릴 것이 없다"며 다시 한 번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처음 의혹이 불거졌을 때 제기된 의혹을 살펴보면 특검팀이 김 원장의 소환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지난 5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기자회견 내용을 살펴보자.

 

당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서울 상계동 수락산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성호 국정원장과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이 삼성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김성호 후보자는 삼성의 관리 대상으로 평소에 정기적으로 금품을 수수했고 '직접' 금품을 전달한 사실도 있다"고 밝혔다.

 

뇌물 수수 사건에서 돈을 준 쪽의 증언이 증거능력을 갖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김 원장은 이미 반드시 조사받아야 할 핵심 피의자였다.

 

커져만 가는 뇌물수수 의혹 단 한 점도 해소하지 못해

 

김 원장이 삼성의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은 점점 커져만 갔다.

 

<한겨레>는 지난 13일 김 변호사가 특검 조사에서 "김 원장이 검찰 재직 당시 김 변호사에게 '학수 형에게 말하면 줄 것'이라며 돈을 요구했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기자회견 때보다 훨씬 구체적인 정황을 밝힌 것이라 '직접 증거'로도 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형법학자들은 지난 1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변호사의 진술이 좀 더 구체적이라면 나머지 진실을 가리는 것은 수사기관의 몫"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김용철 변호사가 곧 증거"... 패는 다 보여줬다)

 

또 CBS는 지난 14일 "김 원장이 삼성물산 건설부문 이상대 사장의 도움을 받아 서울 잠실동의 고급아파트의 분양을 받았고 지난 2005년부터 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실소유주는 김 원장의 친 누나이지만 김 변호사가 특검 조사에서 "김 원장이 지난 2001년 분양 당시 직접 전화를 걸어와 이 사장과 연결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이 모든 의혹을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오히려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도 보였다.

 

"공소시효 지났다고 사실 확인도 안 하나?"

 

이제 이 모든 의혹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특검뿐이다. 그러나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수사기간을 볼 때 특검이 의혹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강경한 목소리로 "특검팀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경우를 봐도 검찰은 수사기간 내내 전 청장이 뇌물 수수 사실을 부인했음에도 뇌물을 건넨 이의 진술을 '직접 증거'로 채택해 기소했다. 김용철 변호사가 직접 뇌물을 건넸다고 말한 김 원장을 소환조사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히 수사를 안 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서면조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짜맞추기' 수사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상조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도 "특검팀은 관련 피의자들을 형사기소할 책무 외에도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가 김 원장에게 금품을 건넨 시기를 2000년으로 알고 있는데 형법상 뇌물공여 공소시효가 5년으로 알고 있다. 특검팀이 김 원장을 소환하지 않은 것은 이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뇌물을 건넨 이가 직접 증언하고 있고 신빙성도 있는데 단순히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사실 확인도 하지 않는 것은 로비 수사를 덮고 가겠다는 뜻이나 같다."


태그:#삼성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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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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