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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거긴 어떻게 들어가요?" (직원 A)

"어떻게는...다, 빽으로 들어간 거지…." (직원 B)

"(웃으면서) 아, 난 그런 빽도 없고…."(직원 A)

"(큰 소리로) 말조심 하세요. 여기에 방송위 직원들도 있어요." (직원 C)

"……."

 

26일 낮 12시 서울 세종로 옛 정보통신부 건물 엘리베이터 안.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고성이 흘러나왔다. 엘리베이터 안은 순식간에 긴장감이 나돌았다.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 일까.

 

20여명이 탄 엘리베이터 뒤쪽에서 일부 직원들사이의 농담 섞인 대화가 이어졌다. 이들은 지난달 공식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 직원들의 직급과 업무 분장 등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직원이 "(옛 방송위원회 출신 직원들의) 직급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고, 옆 동료 직원이 "(방송위 직급) 그대로 올 수 있겠어? 약 2단계 정도는 낮게 가야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문제의 대화는 그 다음이었다. 한 직원이 "(방송위는)어떻게 들어가는 거야?"라고 되물었고, 이어 "어떻게는, 다 빽으로 들어가는거지"라는 말이 나왔다.

 

조용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들 대화는 다른 직원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됐다. 이어 엘리베이터 앞쪽에 있던 한 직원이 불쾌한 듯 "말조심 하라, 여기에 방송위 직원들도 있다"며 큰소리로 말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지만, 분위기는 썰렁했다.

 

민간출신 방송위 출신과 정통부 공무원간의 불협화음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방송통신위원회는 옛 정보통신부의 통신정책 등 일부와 방송위원회가 통합돼 만들어진 새로운 정부조직이다.

 

특히 그동안 민간인 신분이었던 방송위 출신 직원들은 특별 채용을 통해 공무원으로 신분이 바뀌게 된다.

 

따라서 일부 정통부 출신 직원들 사이에선 방송위 출신 직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한마디로 행정고시라는 치열한 시험을 거쳐서 공무원이 됐는데, 방송위 출신들은 쉽게 공무원이 됐다는 의식이 깔려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직원은 "솔직히 시쳇말로 누구는 열심히 공부해서 공무원 됐는데, 누구는 조직개편과정에서 법으로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을 그냥 얻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물론 방송위 출신 직원들도 불쾌하긴 마찬가지다. 공정하고 엄격한 절차를 통해 과거 방송위원회에 들어갔고, 민간인 신분으로서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자부심도 컸다. 하지만, 이번 방통위로 사실상 흡수되면서 직급 조정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또 다른 직원은 "우리도 엄정한 공개 경쟁을 통해 위원회에 들어와서 열심히 일한 것 밖에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정통부와 통폐합되면서 아직도 제대로 된 보직이나 직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방송위 출신 159명, 공무원도 아닌 공무원... 정식 발령까진 시일 걸릴듯

 

실제 옛 방송위 출신 직원들은 26일 현재 아직 공무원이 아니다. 보직도 없는 상태다. 이유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임명 자체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이들 직원의 공무원 전환은 방통위원장이 공식 취임 후 10일 이내에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거쳐 정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방송위 출신 직원들의 공무원 전환은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한다. 방송통신위 관계자는 "현재 (공무원으로) 신분 전환을 위해 서류만 접수해 놓은 상태"라며 "위원장이 공식 취임했기 때문에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거쳐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6일 현재 방통위 전체 직원수는 532명이다. 옛 방송위 직원이 159명이고, 정통부 출신 직원이 373명이다. 하지만 일부 연수중인 정통부 직원과 방송위 직원의 최종 신분 전환에 따라 방통위 직원 수는 바뀔 수도 있다.

 

방통위 주변에선 최시중 초대 위원장의 첫 숙제로 이질적인 두 집단의 화학적인 융합을 꼽고 있다. 최 위원장도 이날 오후 취임사에서 "방송과 통신이 하나로 묶였듯, 우리도 하나가 돼야 한다"면서 "이질적인 문화는 융합으로, 갈등은 조화로 녹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무원 신분 전환과 직급상정, 보직발령 등 인사 문제에서 옛 방송위와 정통부 직원간의 불협화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이들 두 조직은 과거 방송통신 현안을 두고 대립과 갈등을 보였던 점도 이들 직원간의 화합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독립성 논란 속에 어렵게 출범한 최시중 초대 방통위원장이 향후 어떻게 조직을 이끌어갈지 주목된다.

 


태그:#최시중,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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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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