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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종일 기다려도 아이들이 없다.
▲ 놀이터 하루종일 기다려도 아이들이 없다.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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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흔한 게 놀이터지만, 내 유년시절에는 변변한 놀이터 하나가 없었다. 그 시절 내 놀이터는 마을의 뒷동산이나 빈공터, 고목나무 아래가 전부였다. 그시절에는 놀이 시간도 충분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저녁 먹을 때까지 바깥놀이를 해도 걱정되는 게 없었다. 그때 우리 부모님께서 늘 하시는 말씀은 "잘 먹고 잘 놀아라!"라는 게 전부였다.

학원이 있었을까, 과외가 있었을까, 방과 후 수업이 있었을까. 학교 끝나고 실컷 놀아도 남는 게 시간이었다. 그렇다 보니 유년 시절 우리는  말뚝박기, 얼음때기, 술래잡기, 오재미, 구슬치기가 전부였다.

하지만 요즘은 흔한 게 놀이터다. 공원, 아파트, 운동장 등 놀이터는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든 들어섰다. 놀이터 놀이기구도 아주 다양하다. 그네와 미끄럼틀, 시소는 기본. 하늘사다리, 구름사다리, 늑목, 지구본, 정글짐 등. 종류와 디자인과 색상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놀이터만 생기면 무엇하랴. 놀이터는 주인공이 없는데. 제주시 이도1동에 자리 잡은 모 아파트 놀이터. 이 아파트 앞에는 초등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때문에 아파트의 많은 세대에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찾아오는 이 없어 하품만 하는 놀이터

4월의 초입 주말, 목련과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놀이터에 새들이 지저귄다. 아이들에게 안락한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통나무 의자는 심심하기 그지없다. 길게 늘어 트린 그네 역시 바람에 대롱대롱 흔들릴 뿐, 찾아오는 이가 없으니 졸음이 인다. 둘이서 타야 신이 나는 시소 역시 하품만 한다. 해가 절반쯤 비쳤다. 아파트 놀이터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싸움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저 적막하다.  놀이 기구들만이 서로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뿐.

봄빛이 무르익었다. 학교가 끝난 시간이다. 아이들을 기다리는 놀이터는 심심했다. 이따금 아파트 주민들이 담소를 나누며 걸어가는 모습이 보일 뿐. 정글짐도 친구들과 같이 놀고 싶은데 놀 친구가 없다.

반면 놀이터 옆 아파트 주차장, 주차장은  아수라장이다. 영어학원, 체육관, 피아노학원, 속셈학원, 논술학원 차량으로 아파트 주차장은 아수라장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태운 차량들은 회색 매연을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 아이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친구를 기다리는 아이들
▲ 친구를 기다리는 아이들 친구를 기다리는 아이들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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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가고 싶은데 친구가 없으니

올해 초등학교 입학한 딸을 둔 혜지 엄마(37)는 고민이 많다. 혜지는 요즘 새내기 초등학생이라서 학교에서 기초적인 적응시간을 갖고 있다. 그렇다 보니 4시간 수업을 미치고 급식을 먹고 오후 1시 50분이면 귀가한다. 돌아온 혜지는 장난감 놀이를 하기도 하고  어머니와 함께 동화책을 읽는다.

그런데 요즘 고민거리가 생겼다. 혜지네 이웃 친구들은 속셈학원이다, 영어학원이다 해서 2~3개씩 학원을 다니고 있다. 때문에 혜지는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도 같이 놀 친구가 없다. 시소는 둘이서 타야 무게를 나눌 수 있고, 구름사다리도 친구와 같이 올라가야 재미있겠는데 같이 놀 친구가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 보니 혜지는 아파트 창문에서 놀이터만 쳐다본다. 혹시라도 또래 친구가 놀이터에 나오려나 늘 마음을 비워놓고 기다린다.
      
하지만 놀이터는 하루 종일 기다려도 찾아오는 이가 없었다. 참새 몇 마리가 정적을 깰 뿐. 바람에 흔들리는 그네에도, 질펀하게 누워있는 시소에도, 미로 같은 구름사다리도. 그렇다면 그네가 기다리는 이이들은 어디 갔을까? 시소가 기다리는 어린이는 무얼 하고 있을까? 어쩌다가 놀이터는 삼백예순 다섯 날 심심해 하는 걸까? 


태그:#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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