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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음에도 한나라당의 '내전'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확전 양상이다. '친 박근혜' 진영 당선자들의 복당 여부를 놓고 강재섭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가 다시 화살을 주고 받으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내전'과 함께 총선을 치러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도 '두 개의 전선'은 형성하지 않는 법인데, 한나라당은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하게 됐다.

 

지금 거리에는 기호 6번(친박연대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이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넣은 현수막들이 버젓이 걸려있다. 박 전 대표는 물론 이를 묵인하고 있다. '피아'를 구분하기 힘든 희한한 선거다.

 

이런 상황은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또 그렇게 나온 결과는 향후 한나라당의 운명과 정국에 어떻게 작용할까?   

 

박근혜 "당헌 어디에도 탈당자 복당 불허 규정 없어" 반격

 

26일 박근혜 전 대표의 '탈당 친박 의원들을 복당시켜야 한다'는 발언에 강재섭 대표는 당장 발끈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사실상 해당 행위로 규정하며 "한나라당 당헌·당규에는 공천 탈락 등 여러 이유로 탈당해 무소속이나 타당 후보로 출마해 해당 행위를 한 사람은 입당을 불허하게 돼 있다"고 공세를 폈다.

 

박 전 대표는 27일 즉각 반격에 나섰다. "당헌·당규 어디에도 탈당한 사람의 복당을 불허한다는 규정이 없다"며 강 대표의 주장을 반박한 것.

 

실제 제명·탈당자의 재입당을 규정한 한나라당 당헌은 탈당 인사들의 복당을 조건부로 허용하고 있다.

 

"탈당한 자 중 탈당 후 다른 정당 후보 또는 무소속 후보로 국회의원 및 광역·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경우 등 해당행위의 정도가 심한 자가 입당 신청을 한 경우에 시·도 당은 최고위원회의의 승인을 얻어 입당을 허가할 수 있다."(제5조)

 

그렇다면, 당 지도부는 왜 박 전 대표의 발언을 '해당행위'로까지 몰아붙이며 맹공하고 나섰을까.

 

총선 과반 의석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자체 분석으로도 과반 의석 확보가 아슬아슬 하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남권 탈당 '친박' 후보들의 선전은 대단한 위협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지금 자체 조사대로라면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확보할 의석은 약 150석 안팎 정도"라며 "당 지도부로서는 한나라당과 박근혜 지지도가 높은 영남에서 '당선 뒤 복당'을 내세우고 있는 탈당 친박 후보들에 대한 견제구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현재로서는 당의 과반 의석 확보를 예상하고 있지만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따라 상황이 크게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당 대표로서는 고육지책으로 강경 발언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 '박근혜 맹공' 이유는...

 

실제 여론 조사 기관에서도 박 전 대표의 '복당 발언' 이후 한나라당 탈당파의 선전이 두드러진다고 보고 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 연구실장은 "현재로서는 한나라당의 과반의석 확보가 점쳐지만, 박 전 대표의 발언 이후 탈당 친박 후보들이 상당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과반 의석 확보는 가능하다고 보지만 영남권의 경우 '박근혜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 몰라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상황"이라며 "당 지도부로서도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대책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내전 상황'은 투표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박 전 대표로서는 선거 때까지 당 지도부와 사실상 전면전을 펴야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한귀영 실장은 "박 전 대표는 향후 당 내에서 '누가 진짜 한나라당의 주인이냐'를 놓고 현재의 당 지도부와 투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며 "총선 후에도 '친이'-'친박' 간 별거 상황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당직자도 "자기 계파를 챙겨야 하는 박 전 대표로서는 간접 지원 방식으로라도 탈당한 친박 세력을 돕는 발언을 계속해서 해야할 처지"라며 "대구·경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미디어에 등장하는 것 자체가 친박세력에게는 대단한 지원 효과가 있다"고 풀이했다.

 

과반의석 확보 실패하면 탈당 친박 영입 나서야할 수도

 

한나라당이 만약 총선에서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할 경우에는 오히려 당이 나서서 탈당 세력 영입에 나서야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박근혜계의 한 핵심의원은 "당 지도부가 박 전 대표를 옥죄면 옥죌수록 총선에 도움이 안된다"며 "과반 확보에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서라도 복당 여지를 닫아버리는 강경 발언은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내에서도 유권자들의 높은 견제심리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당 자체 분석 결과, 정당 지지도는 50% 안팎을 유지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여당 견제심리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한 당직자는 "인수위 이후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에게 과반 의석을 줘야 한다는 여론과 그렇지 않다는 여론이 비등한 상태"라며 "그런데도 당 지지율은 (이전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다행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당 핵심 관계자도 "당 지도부가 박 전 대표의 발언에 강경대처 하는 이유도 영남권에서 '박근혜 동정론'을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친박 탈당 세력이 선전할 경우 박근혜 전 대표가 탈당해 독자정당을 꾸릴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정치 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박 전 대표가 차기 대선을 포기하지 않는 한은 당을 떠나기 쉽지 않다"며 "자기 계파를 챙기는 수준에서 당내 지분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나라당 과반의석 확보 실패 땐 당 내분 격화 가능성

 

하지만 박 전 대표의 투쟁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총선 3개월 뒤에 차기 당 대표를 결정하는 전당대회가 있다.

 

한귀영 실장은 "박 전 대표는 총선 후 당내에서 '과연 한나라당의 진짜 주인이 누구냐'를 놓고 현 지도부와 싸움을 벌일 것"이라며 "여당 내의 야당 역할을 하면서 정치적 명분과 지분을 쌓아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할 경우엔 당 상황도 안개속이다. 유창선 박사는 "당 내분이 예상 못할 정도로 격화할 수 있다"며 "친이-친박간 총선 결과를 놓고 책임공방을 벌이기 쉽다"고 전망했다.

 

유 박사는 "친이 쪽에서는 박 전 대표가 해당행위를 했다며 몰아붙일 것이고 친박 쪽에서는 당 지도부가 공천을 잘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맞붙을 것"이라며 "여기에다 친이 안에서도 내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태그:#18대총선, #한나라당 공천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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