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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의 도시'라 불리우는 일산. 그 중에서도 호수공원과 고양 아람누리 등 각종 문화시설을 갖추고 있는 일산갑(동구)지역은 높은 교육열과 쾌적한 환경으로 일산을 뛰어넘어 경기 서북부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요즘, 조용하고 평화로웠던 이 동네가 시끌벅적하다. 친노와 친이로 대표되는 두 인물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백성운 인수위 전 행정실장의 한판 대결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古) 김형곤의 동생 김형진 후보도 '친박연대' 간판을 달고 이 대열에 합세했다. 지나가던 한 시민은 왜 이렇게 기자들이 많은지, 그렇게 대단한 선거인지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백석역에 걸려있는 후보 선전 현수막
백석역에 걸려있는 후보 선전 현수막 ⓒ 김혜민

사실 일산갑은 17대 총선에서도 집중조명을 받았던 지역이다. 2004년 당시 후보였던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은 "일산갑 지역은 이념적으로 중도, 경제적으로 중산층, 주민의 연령과 출신 지역은 전국적 분포를 그대로 반영한 이상적인 표본 선거구"라며, "홍사덕이가 일산갑에서 승리할 경우 노무현 대통령이 현직에서 떠나고 반대의 경우 저 역시 그렇게 할 것을 공개적으로 제의한다"고 이야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177920 참고)

하지만 결과는 홍사덕 후보의 낙선. 현직에서 떠난다던 홍사던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친박연대'로  대구 서구에 나섰다.

한명숙의 '인지도' VS '백성운의 '정당 지지도'

 왼쪽부터 한경숙 백성운 김형진 후보
왼쪽부터 한경숙 백성운 김형진 후보 ⓒ 김혜민

일산 동구의 한명숙, 백성운, 김형진 세 후보간 경쟁은 크게는 친노(親盧), 친이(親李), 친박(親朴)의 3자 대결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산은 지역색이 뚜렷한 곳이 아니다. 후보들은 정당을 뛰어넘은 자신만의 브랜드 파워와 공약 등을 내세워 선거 운동에 돌입했다.

'인지도' 면에서는 한명숙 후보가 단연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 후보는 16대 국회의원과 초대 여성부장관을 지냈고, 환경부장관과 헌정사상 최초 여성 국무총리를 역임하기도 했다. 17대 총선 때, 이곳 일산갑에서 홍사덕 의원과 사투 끝에 승리한 전력도 있다.

이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백성운 후보는, 한명숙 후보의 지지율 오름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4일 <중앙선데이> 여론조사에서 한명숙 후보가 33%, 백성운 후보가 30%의 표본 오차 내의 지지율 격차를 보였으나, 22일 YTN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한명숙 후보가 43.7%, 백성운 후보가 35.5%로 격차가 벌어졌다.

백성운 후보에게는 한나라당 '정당 지지도'가 강점으로 꼽히지만, 최근 들어 한나라당 내부 분열과 한나라당 후보의 돈 살포 등 악재가 겹쳐 고전하고 있는 상황.

백 후보 측도 당 지지도에 더 이상 기대기보다는 행정가 출신의 경험을 살려 일산의 '일꾼'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1988년 경기도 고양군수를 지내며, 현재 일산의 터를 닦아 놓았고, 2000년에는 경기도 행정부지사를 역임한 바 있다.

반면, 김형진 후보의 지지율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김후보는 28일 인터뷰에서 "인류의 역사는 불합리와 부조리를 제거하고 개혁하면서 발전했다"며 "터무니없는 권력의 결정에 의해 피해를 봤을 때 거기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으면서도 다른 '공약'

일산 갑 지역의 최대 현안 문제는 바로 '교통과 교육'. 이 때문에 후보들의 공약 역시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명숙 후보는 ▲ 백마역·풍산역 간 종합환승센터 건립 ▲ 대곡역- 김포공항 - 부천 소사로 연결되는 철도 노선 신설 ▲ 학교 교육 예산 지원 확대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백성운 후보 측은 ▲ 일산과 강남의 30분대 직통 연결 ▲ 국제중․고 및 자사고 등의 유치 등을 주장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교통과 교욱에 중점을 둔 공약들을 발표했지만, 중요한 부분에서는 후보들 간 견해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백성운 후보는 문산에서 용산까지 운행 예정인 경의선을 강남까지 직통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한명숙 후보는 "2006년에 경의선 용산역에서 강남까지 직통으로 연결하는 '신분당선 2단계' 계획은 벌써 고시, 확정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 후보 측은 "그럼 왜 빨리 시행되지 않고 있느냐"며, "여당인 자신이 당선되어야 수월하고 빠르게 계획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연설 중인 백성운 후보
선거 연설 중인 백성운 후보 ⓒ 김혜민

또한 백성운 후보는 일산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우수 인재들이 서울의 외고, 과학고 등으로 유출되는 문제에 대해 "지역구에 자립형사립고와 국제 중·고등학교, 영화·드라마 스쿨과 출판, 문화학교를 각각 하나씩 유치하겠다"며 "이는 인수위원 겸 행정실장을 역임했던 시절부터 이미 협의가 이루어진 부분"이라며 자립형사립고 유치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반해 한명숙 후보는 "자사고나 국제중·고는 일부 상위 계층만을 위한 특화된 교육방법이며, 현재 안고 있는 교육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방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양시에 건립 예정인 국제고에 대해서는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고양군수 재직 당시 호수공원을 만든 백성운 후보는 이곳을 외지 이용객에게는 유료화해, 주말마다 극심해지는 교통난을 해소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명숙 후보는 제한된 출입구만을 이용해야 하고, 일산 주민은 호수공원을 오갈 때 일일이 주민등록증을 소지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이를 반대했다. 또 호수공원의 위락시설화가 오히려 일산 주민들의 쉼터를 뺏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뒤바뀐 여야의 선거 운동

여야가 뒤바뀐 현상을 증명이라도 하듯 한명숙 후보와 백성운 후보의 선거 운동은 다른 모습을 보였다. 3월 26일 오후 4시, 한명숙 후보는 일산의 학원가 밀집지역인 백마마을 어린이집을 방문했다. 소화기를 배부받기 위해 모인 어린이집 원장들과 만났지만, 공식적인 선거일정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지를 호소하지는 못했다.

다만 "이명박 정부가 기본보조금제 폐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대해 각 어린이집 선생과 부모들의 힘을 모아 달라"는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함께한 선관위 관계자를 많이 의식하는 듯 보였다. 몇 번이고 어느 선까지 언급할 수 있는지, 선거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선관위 직원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선관위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한명숙 후보
선관위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한명숙 후보 ⓒ 김혜민

같은 날 오후 5시, 백성운 후보 캠프 앞 정발산역 부근에서는 백성운 후보와 심형래 감독이 함께 거리 유세를 펼쳤다. 낯익은 심형래 감독의 얼굴에 시민들이 반색했다. 이들도 명함만을 나누어 주었을 뿐 직접적인 선거 유세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자의 확인 결과, 선관위는 동행하지 않았다. 좀 더 자유롭게 선거 유세를 펼친 셈이다.

 심형래감독과 함께 거리 유세를 펼친 백성운 후보
심형래감독과 함께 거리 유세를 펼친 백성운 후보 ⓒ 김혜민

후보들 이구동성, 승리는 나의 것!

각 당 공천이 늦어진 탓에 시민들은 공약보다는 인물이나 당을 보고 투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지도면에서 한명숙 후보에 밀리는 백성운 후보로서는 여러가지로 불리한 상황이다. 여기다 뒤늦게 '친박연대'로 나선 김형진 후보까지 가세해 백성운 후보의 표까지 잠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백성운 후보는 전세를 역전할 기회는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성운 후보는 "4.9 총선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자신"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명숙 후보 측 역시 지지율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어느 순간 역전될지 모른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아침 출근길 거리 유세중인 한명숙 후보
아침 출근길 거리 유세중인 한명숙 후보 ⓒ 김혜민

일산 동구 시민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40대의 김주원씨는 "한명숙 후보가 그 전에도 무리없이 잘 이끌어 왔다"며 한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공약이 마음에 든다며, 한명숙 후보에게 한 표 행사하겠다는 시민(27)도 있었다.

반면, 40대 후반의 여성은 "일산에서 큰 일을 하신 분을 뽑겠다"며 "한명숙이 과거에 일산에서 일을 했다 해도 실질적으로 피부로 느끼는 변화를 만든 건 백성운"이라고 표심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여성 상위 시대를 외치면서 정작 해놓은 일들은 없는 것 같다"며, "행동과 실천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산 동구에서는 세 후보 외에도 평화통일가정당의 유형목 후보, 무소속 소병규 후보, 김동선 후보가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중도의 이념 아래 표준 연령의 다양한 출신지역 사람들이 모인 일산 동구. 이곳 유권자들이 누구에게 자신의 한표를 행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격전지#백성운#김형진#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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