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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지인의 권유로 다시 수영장을 다니게 되었다. 권유? 사실은 ‘아쿠아로빅’이라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졌다. 아쿠아로빅(aquarobics)은 물(aqua)과 에어로빅(aerobics)의 합성어로, 물 속에서 하는 체조라고 한다.

얼마만에 와 보는 수영장인가. 새벽마다 내외가 하루도 빠짐없이 수영장을 다녔었는데 아들이 군대 갈 즈음 그만두었었다. 아들은 군 생활 하느라 고생인데, 수영을 하러 다니니 공연히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였다.

칠년만에 찾은 수영장의 모습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예전보다 훨씬 활기차게 보이는 건 그동안 내가 나이를 먹은 탓일까 아니면 그동안 수영장을 찾지 않아서일까 생각하며 들어서다 나는 그만 내 눈을 의심하고 말았다.

수영장을 찾는 사람의 목적은 첫째도 둘째도 운동일 거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날씬한 사람도 많지만 운동을 하러 오는 초기엔 아랫배가 나온 사람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본 젊은 세 사람은 똑같이 배가 많이 불렀다. 설마 임산부?

수영장에 들어서며 모두가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온 줄만 알았다. 그러나!
▲ "혹시 임산부가 수영장에?" 수영장에 들어서며 모두가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온 줄만 알았다. 그러나!
ⓒ 허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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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모두 임산부였다. 운동을 마친 후 찜질방에 앉아 이야기를 하는 중에 알게 된 사실이다. 출산일은 다 다르다지만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이 친자매처럼 다정해 보인다.

“임신 중에 수영 할 생각을 어떻게 하셨어요?”
“밖에서 운동을 하려면 배가 부르니 아무래도 힘이 드는데 수영장에 오면 운동효과는 크면서 힘이 덜 들어요.”

씩씩하게 대답하는 새댁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우리 때는 임신 중에 수영장 갈 엄두도 못 냈었는데 말이다. 배부른 새댁들에게 맞는 수영복이 있다는 것조차 신기하게 생각되었다.

요즈음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세태도 알고 보면 내 몸 내 삶을 망가뜨릴까 염려되어 겁부터 먹는 건 아닐까? 그런데 두 주간 수영장을 드나들면서 느낀 점은 다시 보게 된 젊은이들의 의욕이다. 비단 젊은이들뿐만이 아니라 나이 드신 분들도 건강을 위해 노력하시니 어른들께 감히 귀여워 보인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

69세의 연세에 아쿠아로빅을 하신다는 분은 예전엔 관절이 나빠 운동을 못해서 체중이 자꾸 불어나 운동을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 되었었는데 지금은 걸음을 잘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지셨다며 자랑을 하셨다.

“난 아예 수영장에서 살다시피 한다우.”

아쿠아로빅 레슨이 진행되고 있는 수영장의 풍경이다. 물 속의 수강생들과 물 밖의 강사의 대조된 모습이 흥미롭다.
▲ 강사의 구령에 맞춰서 하나 둘! 하나 둘! 아쿠아로빅 레슨이 진행되고 있는 수영장의 풍경이다. 물 속의 수강생들과 물 밖의 강사의 대조된 모습이 흥미롭다.
ⓒ 허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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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야기 하는 걸 듣던 아주머니는 무려 팔년을 수영장에서 운동을 하셨단다. 아쿠아로빅은 몇 달 더 해봐야 그 진면목을 알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처음에는 물 속에 서 있는 자체가 힘들다는 말에 백 번 천 번 동감이다. 초보자는 두 발로 물 속에 서 있지 못하고 까치발로 서게 된다는 말에 박수까지 치고 말았다. ‘맞아!’ 아직은 물살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깊은 물 속에 서 있기조차 힘들지만 얼마 후면 이 운동을 제대로 하게 될 것이다.

맨손으로만 하지 않고  기구를 바꿔가며 물에서 하는 운동이라서 그런지 더 재미있다. 그리고 운동량도 만만찮다. 탱탱 볼을 밀어 물 속으로 집어넣는 동작에서 양팔에 주어지는 힘이 장난 아니다. 근력운동이 따로 필요 없겠다. 때론 어깨동무를 하고 사방을 돌며 함께 뛰니 회원들끼리 금방 친해졌다.

아쿠아로빅에 열심인 수강생들의 모습이다. 힘들어보이는 표정이라구요? 운동량이 만만치 않습니다.
▲ 우리들의 표정을 주목하세요 아쿠아로빅에 열심인 수강생들의 모습이다. 힘들어보이는 표정이라구요? 운동량이 만만치 않습니다.
ⓒ 허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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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색다른 수영의 맛이다
▲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색다른 수영의 맛이다
ⓒ 허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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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둘이 짝을 맞춰 마주서서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노래를 하며 주먹을 쥐기도 하고 손뼉을 치기도 하니 박자를 맞추느라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나보다 늦게 들어 온 다른 회원에게  먼저 말도 걸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니 세상사는 이야기도 많이 듣게 될 것이다.

또한 물이 살며시 만져주는 간지러운 감촉을 한동안 사랑하게 될 것 같다. 나비처럼 높이 날아오르는 점핑동작을 물이 아니면 가능할까? 난 오늘도  나이를 잊고 젊은 새댁들과 나이 드신 어른들과 함께 열심히 걷고 뛰고 날아본다. 훨훨~ 마치 양 겨드랑이에 날개를 달기라도 한 듯.


태그:#아쿠아로빅,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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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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