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 열기가 뜨겁다. 온통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 등에서 선거보도가 중심을 이룬다. 이전 각 당은 온전한 인품을 고르기 위해 공천심사를 했고, 공천을 받은 사람과 받지 않는 사람의 희비 때문에 우여곡절도 많았다.
각 당은 공천자대회를 치르면서 한결같이 정책선거를 다짐했다. 하지만 막상 본 게임인 총선이 시작되니 상대방 후보 비방, 지역감정 등 예전 선거와 별 다른 모습이 아니다. 정책선거 기미도 보이질 않는다. 특히 정책보도보다 이미지 보도에 치중하는 미디어의 행태를 보니 한심한 느낌이다. 선거의 핵심인 정책과 공약, 인물 검증 등 유권자가 바라는 보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경마식보도, 이미지보도 등의 세몰이 보도가 판을 치고 있다. 아무리 영상시대, 이미지시대라고 해도 너무한다. 이렇게 가다가 선거가 끝나면 공약과 정책 검증은 뒷전으로 하고, 미디어의 이미지 선거만 부각된 17대 총선으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이미지에 편승한 후보들도 문제지만, 진정 잘못은 이미지만을 최우선으로 보도한 언론에 있다. 후보자가 이미지를 부각하려해도 정책을 통해 후보자를 검증해야 할 언론이 후보자와 한통석이 돼 이미지 보도를 부추기고 있다. 서울 중구에 출마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신은경 자유선진당 후보를 두고 미녀들의 행진(수다) 뉴스 보도와 서울 동작구에 출마한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와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의 목욕탕 알몸 선거 뉴스가 대표적 이미지 선거로 뽑힌다. 나 후보와 신 후보를, 각각 미소에 찬 사진을 보여주고 선두 주자임을 은근히 부각시킨다. 이곳에 출마한 정범구 통합민주당 후보는 너무 억울해서인지 29일 저녁 방송된 프로그램 전화인터뷰를 통해 미녀들의 행진 등의 보도 형태가 전형적인 미디어 이미지 선거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본질적 정책 선거가 돼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어느 보수 신문은 찜질방의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와 목욕탕의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 사진을 실어 알몸 선거를 부각시켰다. 이곳은 한 사람은 다선 재벌후보로서, 한사람은 이전 대통령 후보로서 관심이 집중된 곳이다. 하지만 구로와 함께 서민들과 낙후된 지역으로 손꼽히고 있는 동작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현재 총선 쟁점인 정부 추진 경부운하에 대한 입장이 뭔지 등 유권자가 바라는 보도를 하는 것이 순리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하다. 4월 9일 선거에서 누가 당선이 됐든 정책이나 공약 검증을 뒷전으로 하고, 이미지만으로 당선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의 몫이다. 특히 언론이 이미지 선거에 치중하고 있는 것을 눈치 챈, 일부 총선 후보들은 공약검증이나 정책 검증은 뒤로 한 채 이미지 홍보에 나서고 있다. 정말 불행한 일이다. 정책을 선도해야 할 언론이 후보들의 이미지보도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유세를 하는 후보의 모습을 그대로 방송해주고, 5선의 원로 후보에 대항하는 7명의 후보들의 가십성 기사,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파안대소하는 후보의 사진을 보여준다. 이미지 보도의 전형이다. 이번 선거에 또 다른 특징은 폭주하는 여론조사보도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까지 동원돼, 홍수같이 연일 쏟아낸 여론조사보도는 1위와 2등만 존재하는 전형적인 경마식보도이다. 1등과 2등만 부각시켜 대세를 결정하고, 나머지 군소후보들을 자연스럽게 도태하게 한다. 이런 이미지보도와 경마보도로 얼룩진 이번 총선이 지금까지 국민의 힘으로 발전시킨 직접 선거 민주주의를 더욱 후퇴시키지 않을까 걱정이다. 유권자들의 의사결정이 정책 검증에 의하지 않고 후보 이미지로 결정되면 민주주의 후퇴는 물론,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이 불 보듯 뻔하다. 언론은 남은 선거기간이라도 후보 정책검증을 통해 유권자들이 심판하는 그런 보도를 해야 한다. 유권자인 국민들의 직접 의사결정에 도움을 줘야,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한층 성숙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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