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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과 남해에서는 상큼한 벚꽃이 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하동 십리 벚꽃길'과 '남해대교 벚꽃길'에선 경쟁하듯 꽃이 피어올랐다. 18대 총선에 나선 후보들도 표심을 얻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경남 남해·하동은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여상규(59·한나라당) 변호사가 5선을 하며 다져온 박희태 의원의 지역을 이을지, '리틀 노무현'으로 알려진 김두관(49·무소속)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여의도에 입성할 지, 세계평화통일청년연합에서 일한 김윤곤(41·평화통일가정당) 후보가 새 심부름꾼이 될지 결전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 곳은 지난해 말부터 선거 열기가 달아올랐다. 하영제 산림청장이 지난해 12월 임기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남해군수직을 버린 게 한몫 했다. 박희태 의원이 반대했지만 하 청장은 군수직을 그만두고 한나라당에 공천 신청까지 했다. 하 청장이 군수직을 버리자 시민사회단체는 '행정공백 우려'와 '혈세낭비'라며 비난했다.

 

하영제 전 군수가 산림청장으로 발탁되자 박희태 의원이 무난하게 공천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박 의원이 6선을 할 경우 국회의장 자리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런데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이 곳을 전략지로 분류해 버렸다.

 

지역구 공천을 받지 못한 박 의원은 "기절초풍할 일"이라는 말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게다가 박 의원은 전국구 공천도 받지 못했다. 지역 출신의 국회의장을 꿈꾸었던 지역민들은 실망하고 있다. 박 의원은 30일 한나라당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되었다.

 

남해하동에서는 후보 등록 직전까지만 해도 여러 명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데 하동 출신 3명의 예비후보들이 등록하지 않았다. 

 

남해-하동 소지역 대결 구도

 

선거 초반 이 지역은 남해와 하동의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두 지역은 남해 출신인 김두관 후보와 하동 출신인 여상규 후보를 각각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역신문인 <남해시대>가 3월 22~23일 여론조사전문기관(더피플)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를 놓고보면 지역 대결 구도가 뚜렸다. 

 

유권자 1004명(하동 503명-남해 501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여상규 후보는 하동에서 55.3%, 김두관 후보는 남해에서 40.7%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여 후보는 남해에서 26.7%, 김 후보는 하동에서 18.3%로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전체 지지율에서는 여상규 후보가 41.0%, 김두관 후보는 29.5%, 김윤곤 후보는 2.7%였다(불출마한 통합민주당 김희곤 후보 4.8%, 무소속 유노진 후보 2.4%).

 

그런데 3명의 후보만 놓고 조사했을 때는 김두관 후보가 앞선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경남도민일보>가 Q&A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6일 1000명(남해하동 각 500명씩)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김두관 후보 36.2%, 여상규 후보 32.6%, 김윤곤 후보 1.2% 순이었다(허용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4%p).

 

전체 유권자 가운데 하동이 남해보다 550명이 더 많다. 남해 출신인 박희태 의원이 1988년부터 국회의원을 지낸 탓에 하동에서는 "이번에는 하동"이라는 정서도 있다. 그러나 김두관 후보가 지난해 대선 경선 뒤 지역을 다져왔기에 만만찮다는 여론도 있다.

 

29일 오후 하동읍 터미널에서 만난 김철민(57)씨는 "이번에는 하동 사람이 돼야제, 오랫동안 남해 사람(박희태 의원)이 했으니까 이번에는 그 쪽에서 양보해야지"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남해도 비슷했다. 남해군 이동면소재지에서 만난 박아무개(46)씨는 "가급적이면 남해 사람이 되면 좋은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그는 "박희태 의원이 공천 받았으면 국회의장은 하는 건데 아쉽지, 인물을 키워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하동역 대합실을 찾았다. 중절 모자를 쓴 60대는 "여당이 돼야 지역도 발전하는 거라고 하던데, 한나라당 지지하는 사람이 많을 걸"이라고 말했다. "우린 그런 거 잘 몰라요"라고 하던 아주머니는 계속 묻자 "한나라당 후보는 여기서 태어났지만 바깥에서 살았다고 하데요,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돼야지요"라고 말했다.

 

여상규 후보 "힘 있는 여당 후보 밀어줘야"
 

여상규 후보를 29일 오후 남해 창선에서 만났다. 시골 동네에서 벌어진 유세인데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는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힘있는 여당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판사 출신인 여상규 후보는 법무법인 '한백' 대표 변호사로 있다.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인 김현철씨의 비자금 사건과 안강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이 '삼성 떡값 수수 의혹'을 받았을 때 두 사건 변호를 맡았다. 이 인연 때문에 안강민 위원장이 여 후보를 적극 지원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여 후보는 후보 등록 첫날 선관위에 재산은 93억원이라고 신고했다가 하루 뒤 82억원으로 수정해 등록했다. 이에 대해 여 후보측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소재 빌라 대지 부분(10억6000만원)을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신고해서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 선거 분위기는.

"결국은 힘있는 일꾼을 선택할 것이다. 지역에 여러 경제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그것들을 풀기 위해서는 여당이 되어야 한다. '남해 조선산업단지' '하동 갈사만 경제자유구역 조성'도 여당이 되어야 할 수 있다. 반드시 해결하겠다. 여수 엑스포를 통해 남해와 하동이 발전할 수 있는데, 그것도 힘있는 여당 후보가 되어야 가능하다."

 

- 엊그제 나온 언론사 여론조사를 보니 김두관 후보한테 조금 밀리는 것 같던데.

"여론조사에 신경 안 쓴다. 열심히 뛸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누가 남해와 하동의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 유권자들이 잘 알 것이다."

 

- 박희태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했는데 관계는.

"저는 하동 출신이지만 박 의원의 출마를 종용한 적도 있다. 박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만들기 위해 밀었다. 아쉽게도 박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했다. 박 의원은 조직들에게 자신의 일처럼 나서라고 말을 하기도 했다. 박 의원이 돕고 있다."

 

- 상대인 김두관 후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훌륭한 인물이다. 하지만 지난 정권 사람이다. 현 정권과는 맞지 않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같이 일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김두관 후보 "바닥은 괜찮은 것 같다"

 

김두관 후보는 이날 오후 남해군 이동면의 한 마을을 찾았다. 유세 차량의 음악 소리에 30여명이 나왔다. 주민들은 김 후보와 함께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 후보는 28일 하동에서 열린 '후보 초청 토론회'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는 "지역에서 뿌리박고 살아야 지역 사정도 잘 안다, 토론을 해보니 두 후보는 지역사정에도 밝지 않았다"면서 "지역민들과 함께 고민해 온 후보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그는 "군민을 대표해 중앙에 가서 많은 민간자본을 유치해 오는데 앞장서겠다"면서 "추진력 있고 검증된 인물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분위기는 어떤가?

"바닥은 괜찮은 것 같다. 하동과 남해의 소지역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4년 전에는 남해 사람끼리 대결이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한나라당은 전략공천이라고 해서 낙하산으로 후보를 내려 보냈다. 유권자들이 잘 판단하리라 본다.”

 

- 4년 전 선거와 비교해 본다면.

"남해는 응집력을 높일 수 있다. 하동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유권자들은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 이름도 얼굴도 모르면서 찍을 수 없는 거 아니냐는 분위기도 했다. 출향인사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 핵심공약은.

"남해 조선산업단지와 하동 경제자유구역을 꼭 조성하겠다. 문제는 속도를 내야 하고, 내용이 있게 추진해야 한다. 남해와 하동에 좋은 고등학교를 설립하고, 공익재단도 만들 것이다."

 

- 여상규 후보에 대해 평가한다면.

"하동청년회의소 초청으로 토론회를 했는데, 지역 사정을 너무 모르더라. 토론 자체가 안될 정도였다. 그야말로 한나라당에서 낙하산 공천을 했다."

 

김윤곤 후보 "가정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평화통일가정당 김윤곤 후보도 표밭을 누비고 있다. 김윤곤 후보는 남해와 하동을 오고가면서 유세를 벌이면서 "가정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며 "우리나라는 자살률 1위의 부끄러운 현실 속에 있다, 가정을 바로 세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윤곤 후보는 미국(UTS)통일신학대학원을 나와 세계평화통일청년연합 경상남도 사무국장과 일본 돗토리현 평화통일연합 자문이사 등을 지냈다. 일본인 부인과 사이에 3남1녀를 두고 있다.


#격전지#여상규#박희태#김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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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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