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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지리하게 내린 후 봄을 맞아 연록의 이파리를 낸 작은 풀들이 몸에 가득한 물들을 빼어내느라 분주합니다. 이런 현상을 '일액현상'이라고 합니다. 

 

그 일은 아주 천천히 이뤄지기에 바람이 불거나 햇살이 강하거나 갑작스럽게 건조하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의 이슬방울을 만들어 내지 못합니다. 이슬이 맺히는 조건이 골고루 갖춰진 날이라야 제대로 일액현상으로 인해 맺혀진 이슬방울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가장 맑고 예쁜 이슬은 일액현상에 의해 맺힌 이슬입니다. 풀잎 끝에 동글동글 매달린 물방울 보석은 신비 그 자체입니다. 이 일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이파리마다 작고 큰 잎맥들이 연결되어 있어 가능한 일입니다. 큰 잎맥은 강이고, 작은 잎맥들은 샛강이라고 할 수 있지요. 작은 샛강들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강을 이루듯 실개천이라고 할 수 있을 작은 잎맥들이 연결되어 이파리에 물을 전달합니다.

 

잎맥마다 수액이 돌고, 그로 인해 이파리가 연록의 빛을 내고, 연록의 빛으로 인해 광합성작용이 일어나 뿌리가 물을 올리고, 그리하여 한 그루의 나무가 되고 들풀이 됩니다. 나무마다 셀 수 없는 이파리들이 넘치지만 그 어느 한 잎이라도 실개천과 같은 잎맥이 없다면, 샛강과 같은 줄기가 없는 것이 없이 생명넘침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작은 풀꽃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작은 잎맥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소통함으로 인해 더 튼실한 이파리가 되고, 그로 인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실한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만일 그 작은 실개천 혹은 샛강과도 같은 잎맥들을 모조리 막아없앤다면 그들은 존재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곧 이파리는 말라갈 것이며, 이내 뿌리까지 썩어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작은 풀꽃뿐 아니라 우주 속의 한 점에 불과한 지구, 그 작은 점 속의 나노입자와도 같은 한반도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강과 소통하고 있는 작은 샛강들과 실개천들의 소통을 막아 더 아름다운 강산을 만들고, 경제부국을 만들자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은 꿈틀거립니다. 때론 요동칩니다. 지진도 개들이 털에 붙은 이물질을 떼기 위해 부르르 떠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 즉 땅이 살아있다는 증거인 것이지요. 생명있는 것들은 잠을 잘 때에도 꿈틀거립니다. 누구 하나 같은 자세로 자는 사람이 없습니다. 꿈틀거림, 그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나 죽은 사람은 꿈틀거리지 않습니다. 움직이지 않습니다. 잠잘 때 자세의 변화가 없다는 것은 죽음의 또 다른 말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실개천과 샛강을 시멘트옹벽으로 단절시킨 후 일정한 깊이와 유속을 유지하는 강, 시멘트 장벽에 갇혀 늘 변함없이 흐르른 강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흐르는 강, 살아있는 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지요.

 

생명에 생명의 기운을 더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생동하던 생명도 죽어버리면 다시 소생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잎맥이 상한 이파리는 다시 소생된다고 해도 상처를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울 수 없는 상처, 그 상처가 깊으면 때론 이파리로서의 삶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경부운하, 그것은 우리 강산의 잎맥들을 잘라내고 파괴하는 일입니다. 그 일은 일단 시작되면 시행착오라는 말로 대신할 수 없는 큰 상처를 이 강산에 남기게 됩니다. 지금 당장 정권을 잡았다고 밀어붙일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 후손들이 '이건 아니야!' 회복하려고 해도 회복할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겨서는 안됩니다.

 

작은 풀꽃의 이파리를 잘 보세요. 작은 강들이 보이지요? 샛강도 있고, 실개천도 있지요? 그들이 다 연결되어 저 푸른 이파리를 내고, 비온 뒤에 이렇게 아름다운 이슬방울도 맺고 있잖아요. 이 작은 이파리들이 이렇게 아름답게 살아가는 이유는 큰 줄기와 작은 잎맥들이 서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 강산도 우주적인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이 작은 풀꽃의 이파리와 다르지 않아요. 제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냥 없던 일로 덮어주세요. 당신들도 다 따져봤잖아요. 이익을 따라가는 기업들 조차도 못하겠다고 뒤로 물러섰는데 당신들만 줄창 자신들의 고집을 꺾지 못하는 이유가 뭔가요?


태그:#경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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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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