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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총선 공약(公約)이 문제다.

 

공약은 입후보자나 정당이 유권자에게 하는 공적인 약속이다. 투표의 중요한 선택기준이다. 그래서 누구는 공약을 '책임정치의 기준점'이라고도 한다. 대개 유권자가 입후보자의 공약을 보고 정견이나 인물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논란은 '몰래 공약'이다. 공약은 드러내 놓고 약속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대운하 공약은 좀체 종잡을 수 없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원장은 '진짜'일까?

 

한나라당은 지난 23일 '대운하공약을 18대 총선에서 제외'시켰으나→ "강재섭 대표 대운하 안할 수도" (24일) 있다고 밝혔다가→ "대운하 문제는 총선이 끝난 후 국민 여론 수렴해 결정"(28일)"한다고 하는 등 연일 입장변화를 보여왔다.

 

하지만 '총선후 추진 여부 결정' 입장도 믿기 어렵다. 한나라당 중앙당은 지난 27일 '금강운하의 다른 이름인 '금강 뱃길 복원사업'을 충청권 공약으로 제시했다. 한나라당 충북도당도 최근 발표한 총선 10대 공약에 '한반도 대운하 건설 및 운영의 중심 기능 부여'란 항목을 넣었다.

 

충주에서 출마한 한나라당 윤진식 후보는 아예 선거 중심이슈를 "대운하의 중심, 충주는 항구다"를 내걸었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원회 의장은 "각 지역과는 달리 중앙당 차원에서는 대운하를 공약으로 내걸지 않겠다는 게 확고하다"고 말했지만 정작 '금강 뱃길 복원사업' 공약을 내건 쪽은 한나라당 정책위원회다. 또 '금강뱃길 복원사업'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 이 위원장도 함께 있었다.

 

이쯤되면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원장의 존재 자체가 진짜인지 의심스러워진다. 

 

쏟아지는 '갑자기 공약'

 

'어느 날 갑자기' 공약도 논란거리다. 총선후보들은 예비후보로 등록해 일찌감치 선거운동을 해왔다. 그런데도 찬반이 분명한 사안에 대해서 예비후보 때는 가만히 있다가 선거일 열흘 남짓을 남겨 놓고 공약으로 발표한 것.

 

한나라당 대전 중구에서 출마한 강창희 후보는 최근 이전 예정인 충남도청 부지에 300억원을 들여 '역대 대통령기념관'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사업목적에는 "대통령 업적 적시" "국가성장 과정에 대한 교육효과 거양" "시대별 리더의 변화모습 전시"라고 썼다.

 

강 후보는 청남대에 역대 대통령 전시관을 설치했다 주민 반발로 철거된 바 있다는 지적에도 "청남대 대통령 전시관와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 건설' 공약도 '갑작스런' 공약이다. 대전지하철 2호선은 정부에 의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정받아 무산된 바 있다. 이후 대전시는 지하철이 아닌 경전철과 급행버스시스템(BRT) 건설계획을 밝혔다.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경전철을 뺀 급행버스시스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전지역 한나라당을 비롯 대통합신당 후보까지 너도나도 도시철도 2호선을 깔겠단다. 대전시가 '급행버스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구간까지 한 목소리로 '도시철도'다.

 

"대통령기념관-도시철도 2호선-원자력관-유명학원 강사 고교생 주말교육..'

 

한나라당대전시당의 '원자력 과학문화원' 건립 사업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대전시당은 대전지역내에 200억원을 들여 '원자력 과학문화원'(원자력관)을 건립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사업 추진 목적 자체가 '원자력에 대한 주민 이해와 불안해소'이고 '에너지 산업에 대한 향후 투자 타당성 설파'로 돼 있다.

 

이는 대전충남녹색연합 등 시민환경단체가 "원자력에 대한 불안 해소와 안전을 위해 '방사능방재지휘센터'를 건립해 달라"는 요구와 상충된다.

 

고등학생들을 서울과 대전의 유명입시학원과 제휴해 주말마다 사설학원 강사들이 가르치게 하겠다는 공약(대덕학원)도 뜬금없다. 공교육을 죽이고 사교육의 병폐에 빠지게 해 교육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도외시됐다.

 

가슴에 와닿는 공약은 찾아보기 어렵고 뜬금없는 공약과 마주해야 할 때 유권자들은 막막하다.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 한 번 없이 뺏지를 내보이며 공약으로 이미 지지받았다며 밀어붙인 사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다음 국회에 '몰래 공약', '갑자기 공약'의 출현을 방지할 관련 법 개정안까지 청원해야 하는 건가?

 


태그:#몰래공약, #갑자기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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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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