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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TV  등 모든 매체에 연일 선거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본격적인 총선유세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그 중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목포와 무안-신안에 각각 출마한 박지원, 김홍업 두 사람을 지원하겠다며 휠체어로 열심히 다니는 이희호 여사다.

 

이희호 여사는 사람들에게 ‘공천에서 떨어진 억울한 두 사람’을 위해 그 부당성을 호소한다고 한다. 그것은 마치 ‘두 사람을 당선시켜줌으로써 김대중 선생이 아직 살아계심을 입증하자’라는 말로 들릴 정도다.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정치발전에 크게 기여한 분이다. 갖은 고난 속에서도 그는 군부독재자들과 당당히 맞서면서까지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평생 노력했다. 오죽하면 그런 공로가 세계적으로 인정되어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을까. 

 

그러나 국민들에게 압도적 지지를 받지는 못해서 그가 대통령이 되기까지는 세 번의 도전이 필요했다. 그가 대통령 후보로 세 번씩이나 출마하기까지 본인이 그토록 외쳐대던 ‘민주적’인 절차를 약간 무시한 경향도 없지 않았다. 물론 지방색이라는 이상한 결사체가 작용된 이유도 있긴 하다.

 

어쨌거나 그는 누구보다 열렬히 지지하던 호남사람들의 염원에 힘입어 대통령을 지냈다. 사실 정치가로서 대통령을 지내는 것처럼 영예로운 일은 없으며 지도자로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 또한 크나큰 영광이다. 무엇이 더 필요하다는 말인가.

 

요즘 아들과 측근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그가 발 벗고 나선 모습은 그래서 보기 좋지 않다. 더구나 몸이 불편한 이희호 여사까지 나서서 유권자들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듯한 행동은 보기 민망할 정도다.

 

누가 봐도 그것은 지지자들의 성원이 아직 식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는 표현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전직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지지자가 필요한지 모르는 보통 국민들로서는 더욱 아리송할 수밖에 없다.

 

물론 아들과 측근이 통합민주당의 국회의원 후보공천에서 탈락했음에도 총선에 출마하는 것이야 말릴 수 없다. 게다가 자식과 측근이 잘 되기 위해 기도하는 부모 마음이야 누구도 이해한다. 그러나 국민 앞에 대 놓고 ‘억울함’ 운운하며 ‘정치’에 다시 발을 담그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는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그동안 여러 우여곡절 끝에 일구어 낸 국회의원 후보들의 철저한 공천심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보냈다. 더구나 그것은 한나라당보다도 통합민주당 쪽이 더 잘 되었다는 여론발표도 있었다.

 

김홍업씨와 박지원씨는 그런 통합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것이 얼마나 억울한지는 모르겠으나 공천에서 탈락하여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들도 많은 것은 사실이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들도 억울한 것이야 마찬가지일 터. 그렇지만 국민들은 오히려 그런 사람들에게 성원을 보내고 있는 현실이다. 멋지게 승복하는 모습에 국민은 따뜻한 사랑을 보낸다.

 

은퇴한 정치가, 특히 전직대통령이라면 정치에서 멀어질수록 국민의 사랑을 받는 법이다. 많은 독서와 풍부한 경험을 통해 통찰력 깊다는 말을 들어왔던 김 전 대통령이 그것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게다가 평생 정치를 해오면서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민감하게 볼 줄 아는 정치9단의 소유자라는 것을 세상은 다 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해주었던 많은 이들에게 예의를 차리기 위해서라도 아들과 측근의 선거운동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그것은 그를 ‘선생님’이라는 사랑의 존칭으로 불러가며 변함없는 성원을 보내주었던 호남사람들을 위해서도 더욱 중요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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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 장편소설 (족장 세르멕, 상, 하 전 두권, 새움출판사)의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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