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살 아들 녀석이 유치원 다니면서 처음으로 소풍이라는 것을 가는 날입니다. 녀석, 소풍 가는 게 저리도 좋을까요? 어젯밤부터 ‘소풍! 소풍’ 하면서 노래를 부르더군요. 하긴, 녀석들에게 있어 소풍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합니다. 거참, 그런데 참 이상하죠? 예나 지금이나 소풍가는 날은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지. 저도 어릴 적에 소풍가던 날은 저절로 눈이 일찍 떠지곤 했는데. 녀석도 평소에는 베개 끌어안고 코~ 하고 잘 시간인데 6시 30분에 일어나더군요. 짜식~ 그렇게 일찍 일어나서는 김밥 싸는 엄마 옆에서 조잘조잘~ 가뜩이나 시간 없어 죽겠는데, 요놈이 옆에서 조잘조잘 대면서 김밥 재료 자꾸 손으로 만지면서 흐트러트리지를 않나, 단무지를 꼭 넣어야 한다는 둥, 김밥 몇 개만 넣어달라는 둥, 주문에 주문이 이어지니. 히히~ 드디어 녀석의 조잘거림과 성가심에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우렁각시! "너, 저기로 가 있어!" 엄마에게 한 방 먹은 아들 녀석, 속이 상했던지 저에게 오더니 "아빠, 엄마가 나 속상하게 했어" 하면서 울먹울먹. 녀석 기분 풀어주는 데는 이게 최고! “우리 칼싸움 할까?” 쨍쨍~ 칼싸움에 녀석은 금세 싱글벙글! 암튼, 손에 김밥 하나 들고 거실에, 방에 밥풀떼기 다 흘려놓으면서 신나라 떠들며 칼싸움하다가 누나가 학교 간다고 하니까 갑자기 저도 유치원 가야 한다고. 오늘 소풍날이라 선생님이 일찍 오라고 했다나 뭐래나. 그렇지만 아직 유치원 갈 시간이 아닌지라, 좀 있다가 가라고 했더니 씩씩거리면서 하는 말. "그러다 늦어서 나 소풍 못 가면 어떡해?" 녀석 때문에 아침부터 웃었다. 큭큭~ 그래, 소풍가는 날은 네가 왕이다. 아, 그나저나 녀석 소풍 가는 거 보니까 나도 소풍 가고 싶다. 어린 시절, 시금치에 소시지 넣어서 엄마가 싸 줬던 김밥과 환타 한 병이 전부였지만 소풍가는 날은 정말이지 행복한 날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만날 간 곳만 갔다. 요즘은 차 타고 좋은 곳으로 많이들 가던데, 나 국민학교 다닐 때는 만날 가던 곳만 갔다. 바로 학교 옆에 있는 산! 으~ 6년 내내 거기로만 갔다. 아니지, 몇 학년인지는 모르겠지만 딱 한 번 절이 있는 곳으로 간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저곳까지 걸어갔을까?’ 할 정도로 엄청 멀다. 지금 가라고 하면? "소풍 안 가면 안 갔지 거기까지 절대 못 걸어갑니다.” 그래도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소풍 가던 그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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