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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분묘군 훼손 현장을 가다. .
ⓒ 박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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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안산은 서울시 도봉구와 노원구 일대에 걸쳐 있는 해발 100m 남짓되는 나즈막한 산이다.
초안산 조선시대분묘군(朝鮮時代墳墓群) 안내 게시판
 초안산 조선시대분묘군(朝鮮時代墳墓群) 안내 게시판
ⓒ 나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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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안산 등산로 입구에 서 있는 조선시대분묘군(朝鮮時代墳墓群) 안내게시판에는 이렇게 써있다.

"이곳 초안산은 내시들을 비롯해 양반과 서민들의 분묘 1000여 기가 자리잡고있는데 대부분 내시들의 묘여서 '내시네 산' 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내시들의 묘들은 대부분 궁궐이 있는 서쪽을 향하고 있는데 이는 죽어서도 궁궐을 바라보며 왕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일제강점기까지만 하더라도 매년 가을에 마을사람들이 내시들을 위해 이곳에서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특히 이곳 초안산은 내시들의 묘를 비롯해 양반과 서민들의 분묘까지 다양한 계층의 분묘와 수백여 기의 석물들이 시기별로 분포해 조선시대의 공동 묘지였음이 밝혀지고 있어 조선시대 묘제와 석조각 변천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되고 있으며 2002년 3월 9일에 '초안산 조선시대 분묘군(楚安山朝鮮時代墳墓群)'이라는 이름으로 사적 440호로 지정되었다."

지금 초안산 조선시대 분묘군은 등산객들의 발길로 몸살을 앓고있다.

분묘 비석은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으로 보이는 낙서로 얼룩져 있다.
 분묘 비석은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으로 보이는 낙서로 얼룩져 있다.
ⓒ 나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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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상태가 양호한 문인석도 등산로 한 편에 거꾸로 처박혀 있다.
 보존상태가 양호한 문인석도 등산로 한 편에 거꾸로 처박혀 있다.
ⓒ 나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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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게나 방치된 목이 잘린 석상
 아무렇게나 방치된 목이 잘린 석상
ⓒ 나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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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보호를 위해 설치한 울타리는 입구가 열려있어 무용지물이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설치한 울타리는 입구가 열려있어 무용지물이다.
ⓒ 나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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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장 내부 한쪽 구석에 하반신은 땅에 파묻힌 채 얼굴만 내밀고 있는 문인석
 배드민턴장 내부 한쪽 구석에 하반신은 땅에 파묻힌 채 얼굴만 내밀고 있는 문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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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듯 배드민턴장 밖 한쪽 구석에 엉거주춤 옹색하게 서 있는 문인석
 쫓겨난 듯 배드민턴장 밖 한쪽 구석에 엉거주춤 옹색하게 서 있는 문인석
ⓒ 나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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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연습장 내부 석상과 외부 석상이 생김새와 크기가 무척 닮았다.
▲ 배드민턴장 내부석상(좌측)과 배드민턴장 외부석상(우측) 배드민턴 연습장 내부 석상과 외부 석상이 생김새와 크기가 무척 닮았다.
ⓒ 나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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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연습장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비록 두개의 석상이 정확히 서로 마주 보고 있지는 않지만 수년 전 이곳 배드민턴장 설치공사 과정에서 배드민턴장 외부 석상이 옮겨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두 석상이 같은 분묘 앞에 설치된 쌍둥이 석상이라면 사라진 분묘의 위치는 어디일까?

사라진 분묘의 위치를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남아있는 두 문인석의 서 있는 방향과 위치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  즉, 위 사진과 같이 두 석상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는 전제하에 마주보고 있는 두 석상의 가운데를 기준으로 좌측 아니면 우측이 사라진 분묘의 위치가 된다.
 사라진 분묘의 위치를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남아있는 두 문인석의 서 있는 방향과 위치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 즉, 위 사진과 같이 두 석상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는 전제하에 마주보고 있는 두 석상의 가운데를 기준으로 좌측 아니면 우측이 사라진 분묘의 위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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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봉분이 비바람에 깎여 자연스럽게 분묘의 흔적이 사라져 이곳이 분묘가 있던 자리인줄 모르고 배드민턴 연습장을 조성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라 할지라도 이곳에 서 있는 문인석의 위치와 방향만 살펴보면 이곳에 분묘가 조성되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짐작 할 수가 있다.

따라서 수년 전 이곳에 배드민턴장 조성공사 시 배드민턴 연습장이 임시 건축물이라 문화재 매장조사를 했을 리 만무하고 그냥 마구잡이식으로 배드민턴 연습장 공사를 강행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따라서 문화재 관리 당국은 정밀 조사를 통해 사라진 분묘의 위치가 배드민턴 연습장 내부라는 것이 밝혀지면 윤리 측면과 문화재 보호 측면에서도 배드민턴 연습장을 철거해야 할 것이다.

군 작전용 진지구축으로 끝없이 파헤쳐지고...
 군 작전용 진지구축으로 끝없이 파헤쳐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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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분묘군은 조선시대 공동묘지라는 인식탓에 사람들로부터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외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곳은 조선시대의 역사와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곳이며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얼마전 숭례문 화재참사로 우리는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문화재는 한번 훼손되면 다시는 원상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때는 너무 늦다. 먼저 외양간부터 철저하게 고치고 소를 키워야 한다는 사실을!

석상의 목이 잘리고 눈과 코까지 깨져나가 얼굴에 깊은 상처가  생겼지만 석상은 마냥 웃고만 있었다.
▲ 목이 잘린 석상을 누군가 실리콘본드로 임시로 봉합해 놓은 문인석 석상의 목이 잘리고 눈과 코까지 깨져나가 얼굴에 깊은 상처가 생겼지만 석상은 마냥 웃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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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유적과 유물을 훼손하면 미래 세대는 이곳에 있던 문화유산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며 결국 문화재를 훼손한 현 세대가 후손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또한 현 세대는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보존해 후손들에까지 물려줘야 할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근 서울시 노원구는 초안산 일대에 흩어져 방치돼 있는 석인상을 모아 오는 6월 완공되는 노원구 월계동 820번지 일대에 조선시대 석인상 전시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물론 발굴된 유물중 보존가치가 뛰어난 유물은 도난과 훼손이 우려되므로 마땅히 박물관에 옮겨 보관 전시해야 한다. 하지만 봉분이 훼손되지 않은 분묘 앞에 세워진 석물은 될 수있으면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봉분이 훼손되지 않은 분묘 앞에 세워진 석물까지 모두 뽑아 박물관으로 옮기는 행위는  망자에 대한 모독이며 조상에 대한 결례가 되는것이다.

봉분이 훼손되지 않은 분묘앞에 세워진 석물까지 모두 뽑아 박물관으로 옮길 경우 조선시대분묘군은 분묘앞에 설치된 석물이 모두 뽑혀진 채 보기흉한 분묘만 덩그러니 남게되고 문화재 지정구역인 조선시대분묘군은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희석되어 일반 공동묘지와 다를 바 없게 될 것이다. 결국 이곳을 자주 찾는 인근 주민들은 물론 탐방객들에게조차 기피 대상이 되어 조선시대분묘군은 현재보다 더욱 철저하게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최근 도심 인근 공원이나 국립공원의 숲속 탑방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이곳 조선시대분묘군을 역사체험 탐방 코스로 개발해서 6월 완공되는 조선시대 석인상 전시공원과 연계해 조선시대 고분군 역사체험 탐방코스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발굴된 문화재는 문화재가 발굴된 현장에 그대로 보존하는것이 역사성을 살리고 이곳을 찾는 아이들과 탐방객들에게 역사의 현장을 체험하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되므로 유물 중 보존가치가 뛰어난 유물은 박물관으로 옮기는 대신 일부 문화재로서의 보존가치가 떨어지거나 봉분이 훼손되지 않은 분묘앞에 세워진 유물은 현장에 그대로 남겨두어야 한다.

아니면  깊은 산속이나 외따로 떨어져 산재해 있는 유물은 박물관으로 옮기고 등산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등산로 등에 집중적으로 산재해 있는 유적과 유물은 주위에 울타리를 설치해 보호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도굴꾼들이 초안산에 산재해 있는 석상을 훔쳐가려면 어차피 자동차를 이용해야 하므로 초안산의 주요 등산로 입구나 초안산을 감싸고 도는 주요 자동차 도로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외에도 현장보존 중심의 조선시대 분묘군 보존대책을 새롭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과 SBS방송국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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