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반도 대운하 찬반 홍보물 배부나 게시, 거리행진 등의 집회개최, 찬반 서명운동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내부지침을 지난 1일 각 선관위에 내린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이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총선 공약에서 빼면서까지 반대 여론을 비켜서기 위해 노력하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사실상 시민단체나 다른 정당들의 대운하 반대 목소리를 막는 결정이다.
애초 선관위는 대운하와 관련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거론하지 않고 진행하는 대운하 반대 행위는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시민단체들은 "정당한 운하 반대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행위"라며 "과도한 정권옹호용 유권해석"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선관위, "갑자기 이슈화 된 대운하. 선거법 위반 사항"
중앙선관위는 "대운하 공약이 갑자기 이슈화돼 입장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중앙선관위 법규해석과 관계자는 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반도 대운하 문제가 최근 선거의 쟁점으로 갑자기 부상하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돼 선거법 103조 3항을 위반하게 됐다"며 "지난 1일 이에 대한 해석을 내부지침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103조 3항에 따르면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단합대회 또는 야유회 기타의 집회를 개최할 수 없게 돼 있다.
이 관계자는 "5일 전 대운하 공약이 이슈화되기 전에는 선관위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이제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된 이상 관여해야 했다"며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 때 촛불집회도 선거기간이었다면 선거법 위반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신 선거법의 범위 내에서 대운하에 대한 자신의 견해는 밝힐 수 있다"며 그 예로 선거법 81조와 82조에 의거해 언론매체나 일반시민단체의 주최로 각 지역 후보자들을 초청해 대운하 공약에 대한 토론회를 열거나, 일반시민단체나 개인의 홈페이지를 이용해 견해를 밝히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각 회원 단체에게 자신의 찬반 견해를 담은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도 선거법에 정해진 준수상황에 맞춰 보낼 수 있다"며 "시민단체가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핵심 의제에 입 막는다면 어떻게 정책선거 할 수 있겠나"
그러나 일반 유권자들은 "선관위가 오히려 선거개입을 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관련 기사에도 1시간 만에 수백 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네티즌 '1521562'는 "정치활동을 하면서 정치적 이슈를 언급하지 못하면 도대체 선거에서 할 말이 뭐가 있냐"며 선관위를 비판했다. 네티즌 'magicanvil'은 "권력자 편 들라고 만든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니다"며 "차라리 선관위를 없애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네티즌 'sm5679'는 "선거는 왜 하냐"며 "일반인에 대한 선거 참여 문턱이 너무 높다"고 한탄했다.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도 "대부분의 언론들이 정책보도를 하고 있지 않는데 대운하와 같은 선거의 핵심 의제들에 대해 시민단체들의 입까지 막는다면 도대체 유권자들이 어떻게 정책 선거를 할 수 있겠냐"며 네티즌들의 의견에 동의했다.
또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문제는 오히려 투표율이고 이것이 각 정당의 최대 관심사"라며 "선관위가 각 언론에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광고를 하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엄정하게 중립을 지켜야할 선관위까지 정부여당의 눈치를 본다면 이 정부 아래에서 정치적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기관이 있겠는가. 이명박 정부는 언론의 견제도 제대로 받지 않고, 의회 역시 비슷한 상황이고, 이처럼 정치적으로 중립된 기관의 견제도 받지 않는다면 장차 어떤 정부가 될지 걱정스럽다. 민주주의의 위기의식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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