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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고석만)이 운영 중인 애니메이션제작스튜디오에서 지원·제작된 작품들이 국제대회 및 해외시장에 연이어 진출,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 방송 견본시 행사인 MIPTV(밉TV)의 '콘텐츠 360' 부문에 선정된 <미미와 다다의 미술탐험대>(Art Odyssey, 홍인표 감독, 베데코리아)와 세계 4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연속 진출한 <원티드>(WANTED, 김운기 감독, 일렉트릭서커스)가 그것이다.

<미미와 다다의 미술탐험대>가 이름을 올린 '콘텐츠 360'은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유망 뉴미디어 콘텐츠 발굴 프로젝트. 전세계 공개모집을 통해 우수작을 선발, BBC 등 전세계 주요 방송사 및 투자사들에게 공개모집하는 행사다. 2개 부문에 걸쳐 선발된 6개 기획물은 MIPTV(4/8~10) 기간 바이어들 앞에서 공개 피칭할 수 있고, 최종 선정작에는 2만 유로의 상금이 수여된다.

<미미와 다다의 미술탐험대>는 고흐·고갱 등 세계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미미와 다다의 이야기. 미술품에 담긴 예술가의 혼 '아트멘털'을 훔쳐간 악당을 찾아다니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교육적 효과가 높은 독특한 스토리 콘셉트는 물론 기존 2D와 3D의 장점을 살린 디지털 컷아웃 기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

<원티드>는 세계 무대가 주목하고 있다. 2008 자그레브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그랜드 파노라마' 부문과 2008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오피셜 셀렉션'에 나란히 선정된 것. 모두 세계 4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다. <원티드>는 이 달 있을 이탈리아 카툰스 온더 베이의 풀시넬라 어워드 ‘베스트 TV 스페셜’ 부문에도 노미네이트 된 바 있다.

태풍을 의인화한 이야기 <원티드>는 어느 날 마을에 나타난 괴상한 할머니로 인해 곤란을 겪게 된 주민과 혼란에 빠진 마을의 이야기다.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야 밝혀지는 괴노파의 정체로 전체적인 구성이 탁월하다. 3D 배경에 2D 느낌의 채색을 가미한 회화적인 기법이 섬세한 매력을 보여준다.

이들 작품의 잇단 쾌거로 애니메이션제작스튜디오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스튜디오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창작물 개발을 위해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지난 2006년 문을 열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김진규 산업진흥본부장은 "애니메이션제작스튜디오가 배출한 작품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 대회에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한 정책 지원과 제작 환경 지원을 통해 토종 애니메이션의 세계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미미와 다다의 자연사 박물관>도 가능하겠죠"

홍인표 감독
 홍인표 감독
ⓒ 홍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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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노란방에서 차를 마시고, 고갱이 사랑한 섬 타히티에서 춤을 추는 일. 씩씩한 소녀 ‘미미’와 수줍은 소년 ‘다다’가 함께하는 명화 여행 <미미와 다다의 미술탐험대>에서는 가능하다. 디지털 컷아웃이라는 독특한 제작방식을 통해 종이를 오려낸 듯 명화의 살결을 그대로 느끼는 것은 물론 예술가들의 고뇌와 열정에 푹 빠지게 한다.

오는 8일부터 10일까지 열릴 프랑스 칸 MIPTV의 ‘콘텐츠 360’에 선정된 <미미와 다다의 미술탐험대>. 애니메이션제작스튜디오에서 제1기 작품 가운데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고 국내 방영된 이 작품은 세계시장도 성공적인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방송견본시인 MIPTV, 그 중에서도 공식경쟁 부문인 ‘콘텐츠 360’의 특성상 해외 바이어들과의 계약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 선정작들은 MIPTV 안에 전용 전시관을 두는 한편 바이어들 앞에서 직접 피칭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또, 네트워킹 파티 등을 통해 선정작들끼리의 교류도 강화할 수 있다. 분명히 단순히 개인 부스로 참여하는 것보다는 주목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행사 마지막날 발표되는 최종 선정작에는 2만 유로의 상금이 수여되기도 하고.”

-지난해 어린이날 KBS 특선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됐는데, 반응은 어땠나?
“우리나라에도 이런 애니메이션이 있냐는 반응에서부터 시리즈가 아니어서 아쉽다는, 온가족이 볼 수 있어 좋았다는 등의 반응이 많았다. 지난 KBS 방영 건은 장편 시리즈를 찍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실제로 고흐, 고갱 이후 얼마든지 다른 시리즈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 점에서 콘셉트를 잘 잡았다고 본다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다. 사실 미술 뿐 아니라 음악, 과학도 가능하다. 물론 좋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다음으로는 그 콘텐츠를 활용, 온·오프라인상에서 어린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어갔으면 한다."

애니메이션 <미미와 다다의 미술탐험대>
 애니메이션 <미미와 다다의 미술탐험대>
ⓒ 베데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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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미미와 다다의 미술탐험대>
 애니메이션 <미미와 다다의 미술탐험대>
ⓒ 베데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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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와 다다…> 관련한 장편 혹은 TV 시리즈 제작 계획이 있나?
“처음부터 TV 시리즈를 염두하고 작업했다. 10분 내외로 52편의 시리즈를 생각하고 있다. 인물이나 명화 혹은 사조가 중심 테마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시나리오 작업중이다. 애니메이션이 성공한다면 이후에는 온·오프라인을 연동한 미술관 관련 프로젝트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또, 뮤지컬 시어터, 종국엔 자연사 박물관까지 애니메이션을 통해 경험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는 흔치 않은 자연사 박물관 관련 콘텐츠가 꼭 만들어졌으면 한다.”

-화가나 그림에 관련한 에피소드 구상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미술 전공도 아니고 해서 분명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홍대 대학원 등의 전문가들로부터 감수와 아이디어를 충분히 받고 있다. 교육적인 측면이 있는 만큼 그런 검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컷아웃’이라는 세계적으로도 흔하지 않은 방식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오고 있는데?
“기존 2D 애니메이션에 비해 다양한 색채와 풍부한 텍스처 질감, 그러면서도 좀더 미술적인 느낌이 있어 이 방식을 택하게 됐다. 흔히 3D는 2D에 비해 차갑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 디지털 컷아웃은 양쪽의 좋은 느낌을 잘 전달할 수가 있다. 외국의 디지털 컷아웃은 움직임이 상당히 제한돼 있다. 그러나 우리는 2D의 자연스러움을 최대한 살려 마치 컷아웃이 아닌 듯 자연스레 움직이는 타이밍과 연출기법을 쓰고 있다. 그 결과 실제로 정말 2D처럼 보이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멈추지 않고 연구하고 있다. 사실 우리(베데코리아) 스탭들의 디지털 컷아웃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단순히 기술뿐 아니라 작품을 보는 심미안과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는 자세까지. 남들은 10년을 해야 할 과정을 2~3년 안에 익혀가며 거의 스파르타 식으로 진행해왔다. 어떤 컷은 리테이크만 20~30번씩 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 장면만 나오면 머리에 쥐가 날 정도다.(웃음)”

-오랫동안 업계에 몸담아오면서 느꼈겠지만 우리 애니메이션의 위상도 그간 많이 변했다
“나는 동양동화(현 동양애니메이션)에서 맨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18년간 이 분야에서 일해왔다. <수퍼맨>, <배트맨> 등 온갖 ‘맨’ 시리즈의 OEM은 물론 애니메이터와 프로듀서(<오디션>)도 했다.
그동안 우리 애니메이션은 정말 많이 자랐다. 지금은 기법, 기술, 크리에이티브적인 면을 떠나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을 한다’는 데서 오는 의미는 없어지는 시기인 듯하다.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들도 국내 단독으로 추진해 가는 경우가 없어지고, 스탭 교환, 해외 공동제작 및 공동투자 등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만큼 우리 스스로가 자신을 과소 평가하는 경향도 생기는 것 같아 아쉽다. 일본, 미국과는 다른 한국만의 것, 우리만의 정체성은 분명 만들어지고 있다. 잘 된다면 우리가 언젠가 1등 할 날도 오지 않을까.”

세계 무대에 불어닥친 ‘코리안 태풍’
‘원티드’ 김운기 감독
김운기 감독
 김운기 감독
ⓒ 김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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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한반도를 덮친 태풍 ‘셀마’를 기억하는가. 당시 ‘바람바람바람’이라는 대중가요가 크게 유행했더랬다. 그 바람 앞에서 우리는 한없이 무력했는데, 그 기분에 정부의 안일한 대처 역시 절대적인 몫을 했다.

<원티드>는 바로 이 재난에 대한 애니메이션이다. 물론 바람 그 자체보다는 바람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더 집중해 있다. 평화로운 한 마을에 나타난 험상궂은 노파로 인해 불안에 떨게 된 사람들. 괴노파가 등장하기만 하면 어김없이 쏟아지는 폭우와 바람. 긴박감 넘치는 구조 덕에 이야기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 노파의 정체를 알아보는 이는 많지 않다.

올해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 중 두 곳에 동시에 본선 진출한 <원티드>. 세계 애니메이션계에 새로운 바람이 될지 기대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카툰스 온더 베이 풀시넬라 어워드 진출에 이어 이번 안시와 자그레브 본선까지 <원티드>가 계속해서 해외에서 주목 받고 있는데, 소감은?
“아주 기쁘다. 개인적으로 3번째 작품인데 주요 영화제에서 계속 관심을 가져줘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안 그래도 다음 프로젝트 진행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해외에서 날아오는 영문이메일이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있다.(웃음)”

-<원티드>에 대한 초기 구상은 어떻게 이뤄졌나?
“나는 환경에 대해 관심이 있다. 사실 우리가 쉽게 접하게 되는 주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가 관심을 끌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우회해 들려주고 싶다. <원티드>는 재난에 대한 이야기고, 해마다 여름이면 똑같은 상황을 맞이하면서 쉽게 대비할 수 있는 것들도 안일하게 대처해 항상 당하는 사람들만 당하는 뉴스를 접하다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 하지만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 애니메이션적인 장점을 살려 전혀 다른 공간에서 다른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봤다.”
애니메이션 <원티드>
 애니메이션 <원티드>
ⓒ 일렉트릭서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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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통해 특히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원티드>의 작품 내적인 목표는 사실에 기초한 내러티브를 은유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외적인 목표는 우리 스튜디오 파이프라인의 효율적인 장편제작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목표에 대한 결과는 일단 만족스러운 상태다. 또 다른 기쁜 소식은 우리 작품을 보고 미국 내 제법 큰 프로덕션에서 TV시리즈 공동제작을 제안해온 것이다. 현재 에피소드 1편 데모 작업이 진행중이다.”

-회화적인 화면 느낌, 다소 우화적인 내용, 노인이 주인공…김 감독의 주요한 작품 특징으로 보인다
“그렇지는 않은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 같다. 비주얼에 공을 많이 들이다 보니 내용도 조금 진지해지고 결과가 우화처럼 느껴진 것 같긴 하다. 그런데 노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것이 콘셉트는 아니다. 세 번째 작품을 만들다보니 차라리 박찬욱 감독의 복수 삼부작에 버금가는 노인 삼부작이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작품에서도 특히 긴장감을 자아내는 음악이 인상적이다
“작품에 있어 포스트 프로덕션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마도 <원티드>는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 단편 중 포스트 비용이 가장 많이 든 작품일 것이다. 음악은 시퀀스마다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세 분 감독이 나눠 작업했다.”

-일렉트릭서커스를 이끌며 꾸준히 독립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중견감독으로서, 다른 감독들과는 다르게 스튜디오를 상시 운영하는 독특한 작업 스타일을 보이고 있는데?
“장편이 목표이기 때문에 그래왔다. 단편만 만들 거라면 특별히 스튜디오를 가져갈 이유가 없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 광고도 만들었고 영진위 극장용 장편 시나리오에도 당선됐었고, 외주 제작도 했었다. 내가 목표한 것은 계속 작품을 완성하며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며 연출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다. 우리 시장 환경에서 그 전략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방법은 단편을 만들어보는 것일 테지만, 작품과 관련해 꾸준히 다양하고 많은 준비를 해왔다.”
애니메이션 <지-파이터>
 애니메이션 <지-파이터>
ⓒ 일렉트릭서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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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렉트릭서커스가 작업중인 것은?
“<지 파이터>(G-Fighters)라는 아동용 액션 TV시리즈다. 오랫동안 준비해왔고, 지난해 하반기에 초안을 정리해 아크스튜디오라는 3D스튜디오와 공동 개발과 제작을 협의한 후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프리개발 지원을 받아 현재 세부 시나리오와 3D 컨버팅 작업을 진행중이다. 보이 액션물이기 때문에 애초에 해외공동 제작을 염두했고, 현재 접촉중인 프로덕션이 몇 곳 있다. 또 하나는 미국 내 프로덕션과의 데모작업중인 작품인데, 7~11세 코믹 드라마다. 이 역시 곧 구체적인 협의사항과 일정이 나올 것 같다.”

-스튜디오 이름이 특이한데?
“어릴 적 서커스에 대한 이미지가 기억에 많이 남아있다. 화려하며 아름답기도 하고, 그로테스크하며 때로는 기이하기도 한 여러 가지 기억들이다. 그들은 항상 새롭고 신비로운 것들을 보여주려고 자신과의 고된 싸움(때론 가학적이기까지 한)을 선택한다. 그 노고의 결과물은 무대에 올려지고 관객들은 그것에 탄성을 자아내며 즐거워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애니메이션이 그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전력을 기초로 한 컴퓨터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일렉트릭서커스라고 지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를 잘 이끌어 성공적인 장편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 안에 대등한 관계로 명함을 건넬 수 있는 크리에이터의 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애니메이션제작스튜디오, #홍인표, #김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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