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품은 원자재가 오르면 물건 값이 오르는데, 농산물은 생산비가 올라도 그렇지 않아요. 소비가 위축되면서 오히려 값이 더 떨어지죠. 울며 겨자 먹기로 짓고 있습니다."
전라남도 화순군 도곡면 온천지구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김성초(55)씨의 말이다. 해마다 '올해는 안 좋더라도 내년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지금까지 농사를 지어오고 있다는 그는 "정성을 다해 가꾼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 수 있다면 더 이상의 소망은 없을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당 최소 2000원은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생산비가 빠집니다. 그런데 지금 1500원 선에 나가고 있어요."
김씨는 "농사는 짓고 있는데 생산비나 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데 그의 고민이 있다. 현실이 아무리 어렵다지만 소비자를 속이고 싶은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는 것. 한두 해 짓다가 그만 둘 농사가 아니기에 더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돈을 많이 받고 팔 수 있으면 좋겠죠. 그렇지 않다고 해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농사를 지을 수는 없잖아요. 내가 먹고, 우리 식구가 먹을 것인데…. 누구나 믿고 먹을 수 있도록 안전하게, 최고 품질로 만들어야죠."
김씨의 농사규모는 시설원예 6700㎡(2000평)에 완숙토마토를 재배하는 게 전부다. 봄 출하 시기는 매년 3월 하순부터 6월 중순까지다. 수확량은 50여톤 정도. 한때는 멜론과 방울토마토를 심어 수출도 했다. 그러나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인건비 부담도 커서 완숙토마토로 바꿨다. 벌써 7년 전이다.
수확은 봄과 가을 두 차례, 2기작을 하고 있다. 출하는 도곡농협완숙토마토작목반(회원농가 20명)을 통해 공동 선별해서 서울과 부산의 도매시장이나 물류센터로 한다. 한번 맛을 본 소비자들이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 주문해 오면 택배도 해준다.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죠. 친환경제재 값도 오르죠. 인건비는 또 얼마나 오르는지…. 난방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여기에 투자되는 비용을 소득이 메워줄 수 없을 것이란 예상 때문에 머뭇거리는 거죠."
그렇다고 지금까지 쌓아온 신용을 무너뜨릴 수도 없는 일이다. 최상의 품질만 골라서 출하하는 것은 기본이다. 신용을 쌓기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걸리지만 그것을 잃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 생산비가 보장됐으면 좋겠어요. 같은 품목의 재배를 규제하고 또 지원을 제한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지역별로 작물을 특화하는 게 바람직하죠. 그렇게 해야 생산자도 살고 소비자도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