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찰이 불심검문 도중 이에 항의하는 민주노총 경기본부 간부들을 폭행했다는 주장이 나와 인권단체가 문제를 삼고 나서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해당 경찰을 검찰에 고소한 상태여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최근 다산인권센터와 피해자 측 주장에 따르면 지난 1일 밤 11시 35분쯤 수원시 고색동 수원산업단지 부근 도로에서 수원서부경찰서 소속 경찰관 10여 명이 귀가 중이던 민주노총 경기본부 조직국장 김은천(43·화성시 봉담읍)씨 등 2명이 탄 엑센트 승용차를 세우고 음주측정을 했다.

 

민노총 간부 "경찰이 반말하며 차에서 끌어내린 뒤 몸 위에 올라타 짓눌러"

 

이에 김씨가 음주측정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와 차량을 출발하려 하자 수원서부경찰서 형사과 박아무개 형사 등이 다시 차량을 세워 김씨 등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씨 등이 "신분과 목적도 밝히지 않고 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느냐, 우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고, 박 형사 등은 "경찰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데 왜 거부하느냐"고 응수하면서 언쟁이 벌어졌다.

 

그러자 고색지구대 소속 지 아무개 경장 등 정복을 입은 경찰관 5~6명이 김씨 쪽으로 몰려왔으며, 지 경장은 김씨에게 "내려!"라고 반말을 하면서 운전석 차문을 열고 강제로 시동을 끈 뒤 김씨의 멱살을 잡고 차 밖으로 끌어냈다.

 

지 경장은 이에 김씨가 거칠게 항의하자 "너 죽어봐라, XXX" 등 폭언을 퍼부으며 오른팔로 김씨의 목을 휘어감아 도로 분리대에 쓰러트린 뒤 김씨 몸 위에 올라타 짓눌렀다.

 

지 경장은 이어 김씨의 멱살을 잡아 다시 일으켜 세웠고, 김씨가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을 시도하자 손으로 김씨의 팔을 쳐 저지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목과 무릎·엉덩이 등에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지 경장은 또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김씨의 동료 정성훈(32·민주노총 경기본부 사무처장) 씨가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항의하자 "너 한번 죽어볼래?" 등의 폭언을 하면서 정씨의 목을 감싸 길바닥에 넘어트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경찰모욕죄와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해 본서로 넘겨

 

지 경장 등 경찰은 2일 오전 1시 30분쯤 김씨와 정씨를 경찰 모욕죄와 공무집행방해죄로 현장에서 체포해 고색지구대로 연행한 뒤 본서로 넘겼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 등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미란다 원칙'조차 말하지 않았다고 다산인권센터는 주장했다.

 

김씨와 정씨는 경찰조사를 받고 풀려난 뒤 진단서를 끊어 지난 2일 오후 지 경장을 불법 체포 및 상해 혐의로 수원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이와 관련, 다산인권세터와 민주노총 경기본부 관계자들은 지난 3일 수원서부경찰서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권력을 남용하는 수원서부경찰서는 각성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서부경찰서의 과욕이 부른 공권력 남용의 대표적인 사례이며, 집회·시위현장에 체포 전담조 운영, 전기 충격기 사용 등 법질서 강화를 내세운 이명박 정권의 공권력 태도로 보여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다산인권센터 박진 활동가는 "안양 초등생 살해 사건 등에서 보듯 경기지역 치안이 엉망인데도 경찰은 민생치안은 외면하고 시민인권침해를 저질렀다"라면서 "만약 일반 시민이었다면 문제제기도 못하고 억울하게 당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경찰은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신분과 목적을 밝히고 검문을 실시해야 하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았고, 문제를 따지는 시민을 강제로 차에서 끌어내 폭행을 했다"면서 "국민을 상대로 법질서를 확립하겠다는 경찰이 오히려 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경찰에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김씨와 정씨도 함께 참석해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김씨는 "경찰이 나를 강제로 차에서 끌어내 도로 분리대 화단에 내팽개치는 등 폭력을 휘둘렀고, 이에 항의하는 정씨에게도 욕설과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어 "40평생 이번과 같은 황당하고 모욕적인 일은 처음 겪었다"면서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경찰 폭력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경찰 "먼저 욕설하며 불응해 끌어냈을 뿐 폭행 없었다"
 
 
이에 대해 지아무개 경장은 4일 기자와 만나 "강력범죄 예방을 위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불심검문을 실시했는데, 김씨 등이 먼저 욕설을 하며 불응해 차에서 끌어내고 물리적으로 제압을 했을 뿐, 폭행을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씨 등을 현장에서 체포할 당시 분명히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으나 김씨 등은 조사과정에서 우리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고 불법 체포했다고 주장했다"면서 "당시 경찰의 공무집행과정에서 문제될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수원서부경찰서 김기동 형사과장은 "불심검문 과정에서 경찰이 잘못한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 현재 자체조사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김씨 등이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이기 때문에 검찰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태그:#수원서부경찰서, #공권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수원을 비롯해 경기지역 뉴스를 취재합니다. 제보 환영.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