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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문협회(www.presskorea.or.kr)에 공개된 '신문의 날' 기념 포스터이다. 공모전 대상을 받은 대학생 황인찬, 임진옥 씨 작품이다.
 한국신문협회(www.presskorea.or.kr)에 공개된 '신문의 날' 기념 포스터이다. 공모전 대상을 받은 대학생 황인찬, 임진옥 씨 작품이다.
ⓒ 한국신문협회(황인찬, 임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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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읽어라 신문을 펼쳐라."

4월 7일이 '신문의 날'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는 대학교 4학년이자 언론학도다. 신문방송학과 학사과정을 수료하기 1년도 채 남지 않은 졸업준비생이다. 빨간 날은 용케도 잘 알아내 놀러갈 궁리를 하면서, 정작 신문을 배운다는 학생이 4월 7일이 무슨 날인지도 모른다는 건 정말이지 혀를 찰 일이다.

헌데 부끄러운 사실이나 나도 3학년 때까진 몰랐다. 늘 한쪽 손에 신문을 돌돌 말고 다니던 특이한 선배가 한 분 있었는데 그가 졸업하기 전 내 머리통을 후려치며 "못난 놈!"이라 면박 주지 않았다면 아직까지도 몰랐을 터이다.

'언론학도로서 신문의 날을 기념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그래서 읽어보았다.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이하 '신문법' 원문을 말이다. 교수가 일러준 것도 아니고, 리포트가 나간 것도 아니다. 대학생 언론학도가 ‘신문의 날‘을 기념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라고 생각하면서….

사실 내가 신문법을 뒤져보게 된 계기는 이명박 대통령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52회 신문의 날> 기념식에서 "연내에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을 재정비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도대체 현행 신문법이 어떻게 돼 있기에, 그토록 바꾸려 할까' 나는 궁금했다. '그 안에 얼마나 치명적인 독소조항이 있기에…'

"어머니, 신문유통원이 뭔지 아세요?", "몰러"

그간 일부 언론들과 한나라당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해온 신문법의 '독소조항'에 관한 내용은 사실상 대다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신문유통원, 신문·방송 겸영금지, 시장지배적 사업자 등 이런 단어들의 나열은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만 한다.

나는 언론학도로서 대부분의 시간을 현행 신문법을 제정(2005년 1월)한 참여정부기간에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용어들에 대해 자신있게 안다고 말하진 못하겠다. 물론 나의 게으름이 주원인이겠지만, 그만큼 용어가 생소하다는 말이다. 전공자도 잘 알지 못하는 용어를 일반 대중이 스스로 찾아서 알아보기란 힘들다.

신문을 좋아하시는 우리 어머니.
 신문을 좋아하시는 우리 어머니.
ⓒ 구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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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를 구독하는 우리 집에선 어머니가 신문을 제일 열심히 보신다. 식당을 운영하시기 때문에 손님이 없을 때면 심심풀이로 늘 신문을 손에 잡으신다. 거의 정독하다시피 하시기 때문에 연예계 소식부터 정치까지 모르는 게 없으시다. 그런 어머니께 '신문의 날'을 기념(?)해 물어보았다.

- 어머니가 보고 있는 <조선일보>는 '신문유통원'에 가입안했죠?
"신문유통원? 그게 뭐야? 뭐시기 유통하는 사람 말하는 건가? 그나저나 신문 값이 600원으로 올라서 이참에 계약해지 하려는데 지국에서 전화를 안받어, 원…. 지국장이라는 사람, 신문 넣어달라고 식당 와서 밥 먹을 때는 언제고 이젠 아예 보이지도 않어."

'대한민국에선 웬만큼 독한 사람 아니고선 신문 끊을 수 없다'고 하는데, 과연 어머니가 신문사의 진드기 작전을 냉정하게 뿌리칠 수 있을까? 그건 앞으로 지켜 볼 일지만, 이참에 간단히 용어 정리를 해야겠다. 인터넷과는 거리가 먼 어머님이 내가 쓴 기사를 읽어 보실 리 만무하지만, 이 작업 역시 '신문의 날'을 기념(?)해서다.

'여론 독과점' 막는 조항이 독소조항?

신문법 <제15조> '신문·방송겸영금지' 조항은 말 그대로 신문사와 방송사를 동시에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미디어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 자율성보다는 공익성을 강조한 내용이다. 기본적으로 신문은 신문법 <제5조>에 따라 공정·객관보도를 하게끔 되어 있다. 허나, 형식상으로만 공정성, 객관성을 갖추고 있을 뿐 개별 신문사마다 나름의 논조를 갖추고 있음은 기정사실이다.

조선일보는 크로스 미디어를 표방하며 '비지니스앤'이라는 케이블 채널을 이미 갖고 있다.
 조선일보는 크로스 미디어를 표방하며 '비지니스앤'이라는 케이블 채널을 이미 갖고 있다.
ⓒ businesstv.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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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자본을 갖춘 거대 신문사가 방송사까지 소유하게 될 경우 동일한 논조의 각기 다른 매체가 여론을 독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자 만든 조항이다. 최근 이 대통령의 발언에 힘입어 제한적 허용이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제17조> '시장지배적 사업자'도 같은 취지의 조항이다. 신문법에선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30% 이상, 3개 이하 사업자의 점유율이 60% 이상일 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역시 여론독과점 현상을 막기 위한 장치다. 허나, 2006년 6월, 헌법재판소가 신문법 제17조를 위헌으로 판결함에 따라 재개정이 불가피하다. 당시 민주언론시민연합과 같은 시민단체에서 "여론의 다양성을 침해한다"며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제37조>의 '신문유통원'은 말 그대로 신문을 유통하는 기관이다. 이전에는 각 신문사별로 유통하고자 하는 지역에 지국을 설치해 개별적으로 배달했다. 때문에 무가지 살포나, '자전거신문'으로 대변되는 경품공세 등 심각한 불공정거래가 나타났다. 유통경쟁의 승자는 항상 다수 지국을 보유하고 있던 거대 언론사들이었다.

신문유통원은 "국민의 폭넓은 언론매체 선택권을 보장합니다."
 신문유통원은 "국민의 폭넓은 언론매체 선택권을 보장합니다."
ⓒ 신문유통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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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공동배달제다. 공동배달제를 시행하게 되면 영세한 신문사도 유통망을 갖출 수 있다. 이를 실시하는 기관으로 '신문유통원'이 설립된다. 수도권을 시작으로 2007년까지 총 363개소가 설치됐고, 최근엔 4월 2일, 경남 마산에 개점한 바 있다. 신문법에선 신문유통원의 '설립'에 관해서만 명시해 놓았을 뿐 가입은 어디까지나 신문사의 자유에 맡긴다.

일반 대중을 위한 신문, 신문법이 되었으면....

위에서 소개한 것 외에도 용어상 까다로운 부분이 상당히 많지만 생략했다. 위 세 개 조항이 일부 언론과 보수정당에서 내세우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이기 때문이다. 헌데, 위 조항들에게선 공통점이 있다. 모두 '여론 독과점' 현상을 막기 위한 장치라는 점이다. 참으로 아이러니다. 오히려 존치되어야 할 내용들이 독소조항으로 몰리고 있으니 말이다.

'신문의 날'을 기념해 읽어본 '신문법'에서 느끼는 바가 적지 않다. 비록, 실력의 부족으로 법 조항의 부족한 점을 예리하게 꼬집어 내진 못했지만, 일반 대중 곧 대다수 국민의 '보편적 시각'으로 볼 때 딱히 '독소조항'이라 느껴지는 부분은 없었다는 게 내 판단이다. 또한 신문법과 관련된 논쟁자체가 국민들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법은 신문 등 정기간행물 발행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정기간행물의 사회적 책임을 높여 언론의 자유 신장과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의 복리증진을 도모하고 언론의 건전한 발전 및 독자의 권익보호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신문법 <제1조>

"정기간행물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의 실형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신문법 <제5조> 3항

신문법 개정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전 공약이기도 했다. 따라서 '연내 신문법 재개정'은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다만 지금은 '어떻게'라는 문제가 남아있다. 위 두 문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신'마저 빠지진 않을까 걱정스럽다.


태그:#신문의 날, #신문유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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