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몇 달 전, 제가 가입한 채용정보 사이트에서 이벤트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취업을 위해 무료로 성형시술을 해 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 외모에는 자신이 없었지만, 왠지 취업을 위해 성형을 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져서 응모하지 않았습니다. 이 이벤트에 응모해서 당첨되었을 경우 성형에 들어가는 비용은 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굳이 성형까지 해야 할 만큼 제 외모가 아주 못난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어머니께서 제게 "요즘은 사람들이 취업하려고 성형도 한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순간 저는 놀랐습니다. 그 때 받았던 메일이 생각났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까지 저는 취업성형이라는 것이 소수에게만 해당되는 일인 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취업성형을 원하고, 직접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게 취업성형 이벤트 메일을 보내온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 보았습니다.

무료로 취업성형을 해주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한 채용정보 사이트의 메인 화면입니다. '취업 고민해결 프로젝트'라는 글이 바로 보입니다. 바로 옆에 다른 채용정보들이 같이 나와 있어 다른 부분은 흐리게 처리했습니다.
 한 채용정보 사이트의 메인 화면입니다. '취업 고민해결 프로젝트'라는 글이 바로 보입니다. 바로 옆에 다른 채용정보들이 같이 나와 있어 다른 부분은 흐리게 처리했습니다.
ⓒ 하지혜

관련사진보기


채용정보 사이트에 들어가니, 메인화면에 바로 취업성형과 관련된 링크가 보였습니다. 링크를 클릭해 보니, 무료시술에 참여하는 병원 목록과 각 병원에 대한 소개 그리고 무료성형시술 당첨자 등이 나와 있었습니다. 또 수술 전과 후의 달라진 모습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 사이트에서는 총 3회에 걸쳐 무료시술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4월에 4번째 무료시술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같은 아이디로 여러 개의 글이 올라와 있는 경우도 있고, 각 이벤트마다 얼마나 많은 글이 올라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작년 10월 말부터 지난 달까지 3000개가 넘는 글이 올라왔다는 것만으로도 외모가 취업에 있어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취업성형'으로 검색한 결과 중 일부입니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취업성형'으로 검색한 결과 중 일부입니다.
ⓒ 하지혜

관련사진보기


취업성형에 대한 홈페이지는 이 곳만이 아니었습니다. 각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취업성형'으로 검색을 하면 여러 카페나 블로그 등의 글을 검색한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성형외과나 성형외과 전문의의 블로그, 취업정보 카페 그리고 질문과 답변 게시판 등 다양한 곳에서 취업성형과 관련된 기사나 어떤 부분을 성형하면 좋은가에 대한 글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취업성형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취업성형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성형을 하고 싶어 하거나 이미 성형을 한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어리게 보이기 위해 성형을 하고 싶다 / 하였다'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나이는 속일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외모에도 나이가 드는 것이 당연히 나타나게 됩니다. 특별히 장기구직자의 경우는 사회초년생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외모에 나타나는 '나이'가 하나의 컴플렉스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취업성형을 선택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면접 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성형을 하고 싶다 / 하였다'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 사람당 몇 시간, 혹은 몇 일 동안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 길어야 한 시간, 짧으면 몇 분 만에 끝나는 것이 면접입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기업의 인사담당자의 기억에 자신을 남겨야 하는데, 그것을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좋은 인상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날카로운 외모를 가졌거나, 둔해 보이는 외모를 가졌다면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성형을 선택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유야 어찌 됐건 취업성형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토익이나 토플 등 영어 시험 점수를 일정 수준 정도 받고, 자격증을 여러 개 따는 것처럼,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외모도 하나의 능력으로, 자신감을 줄 수 있는 하나의 능력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한 포털사이트에 관상학과 관련된 인터넷 만화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관상학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이 만화를 즐겨보지는 않는데, 어느 날 본 한 컷은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옛날 시내에 놓인 다리 밑에 걸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걸인의 인상을 보고 지관과 사주가와 관상인이 이 걸인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예측해 보기로 했습니다. 사주가와 관상인은 이 사람의 사주와 관상이 형편없다고만 했지만, 지관은 조상 묘를 옮겨서 쓰면 일이 잘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그 걸인은 포목상 주인이 되었습니다. 포목상 딸이 시내에 빠져 자살하려는 것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서 저는 지관이나 사주가, 관상가를 찾아가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화에서도 관상가가 틀린 이유가 '심성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얼굴 형태가 어떻든 마음에 따라 얼굴에 나타나는 색이 변한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외모지상주의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상이 좋으면, 얼굴이나 몸매가 예쁘면 잘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은연중에 조금씩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하지만 외모지상주의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외모와 비교하기 이전에, 스스로가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나선다면, 그것보다 더 멋지고 아름다운 외모는 없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소피아의 일상이야기(http://synsophia.zoa.to)'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예로 든 인터넷 만화는 미디어다음(http://media.daum.net) 만화속세상에 연재되는 '꼴'(허영만) 50화입니다.



태그:#취업성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