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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탄 하얀 솜이불처럼 눈에 부신 목련꽃. 샤방샤방하다.
 방금 탄 하얀 솜이불처럼 눈에 부신 목련꽃. 샤방샤방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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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방샤방……끝내줘요
샤방샤방……죽여줘요

며칠 전, 우연히 라디오에서 들은 노래의 한 대목이다. 정확한 가사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재미있었다. 그날 이후 '샤방샤방'이란 단어가 입 안에서 맴돌았다. 대체 샤방샤방이 무슨 뜻일까?

검색을 해보았다. '샤방샤방'이란 신조어인데, '눈부심이라는 뜻'이란다. 의태어로, 정말 눈에 띄게 이쁘고, 화려해서 반짝반짝이는 모습을 샤방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샤방샤방으로도 쓰인다고 했다.

그랬다. '샤방샤방'이었다. 꽃빛으로 물든 남도의 산하가…. 그 꽃빛이 샤방샤방해서 눈으로, 귀로, 입으로 전해졌다. 매화, 산수유로 시작된 남도의 봄이 절정, 그 자체였다.

마늘밭과 어우러진 벚꽃. 광주시 충효동 호수생태공원 앞이다.
 마늘밭과 어우러진 벚꽃. 광주시 충효동 호수생태공원 앞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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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늦게부터 비가 내린다는 예보를 듣고 집을 나섰다. 봄꽃이 떨어지기 전에 흐드러진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다. 아름다운 것들은 순간 속에 머문다고. 비가 내리면서 봄꽃들이 많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 터였다.

동행은 둘째아이 예슬이다. 비 예보를 비웃기라도 하듯 날씨가 화창하다. 도로변에서 가장 먼저 반겨준 건 벚꽃과 개나리꽃이다. 이렇게 햇살 좋은 봄날, 벚꽃 나들이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벚꽃이 눈에 부시다. 샤방샤방이다. 꽃잎이 하나씩 분리돼 떨어지는 모습도 낭만적이다. 보리밭과 마늘밭이 어우러진 풍경도 환상적이다. 봄꽃 구경을 하루 이틀 미루다보면 그 여린 꽃잎은 금세 바람에 날리고 비에 쓸려버릴 것이다. 그래서 더 간절했는지도 모르겠다.

샛노란 개나리꽃이 환상적이다. 광주시 충효동 충장사 앞길이다.
 샛노란 개나리꽃이 환상적이다. 광주시 충효동 충장사 앞길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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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는 온통 샛노란 색을 뽐내고 있었다. 봄날 병아리 떼를 연상케 한다. 예슬이는 개나리꽃 하나를 따서 하늘로 던져본다. 그 꽃이 빙글빙글 돌아 내려앉는 모습을 신기한 듯이 쳐다본다. 개나리꽃길을 따라 걷는 걸음 뒤로 예슬이의 표정도 한없이 밝아진다.

벚꽃과 흡사하게 생긴 살구꽃은 하나씩 꽃잎을 떨구고 있다. 저만치서 보고 벚꽃인 줄 알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살구꽃이다. 살구와 매실의 생김새가 닮아서일까, 꽃의 모양도 선뜻 구별하기 어렵게 닮았다.

샛노란 색과 선홍색 꽃으로 남도의 봄을 붙잡고 있는 봄꽃들.
 샛노란 색과 선홍색 꽃으로 남도의 봄을 붙잡고 있는 봄꽃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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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슬이가 하얀 목련을 바라보며 그 매력을 만끽하고 있다. 광주시 충효동 분청사기전시관 앞이다.
 예슬이가 하얀 목련을 바라보며 그 매력을 만끽하고 있다. 광주시 충효동 분청사기전시관 앞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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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목련도 샤방샤방이다. 방금 탄 하얀 솜이불처럼 눈에 부시다. 하나씩 꽃잎을 떨군 모습이 봄을 더욱 그립게 만든다. 짧게 찾아왔다가 아득하게 사라지는 봄을….

동백도 선홍빛을 더 강하게 내뿜고 있다. 매화와 함께 남도에 봄소식을 먼저 전해준 산수유꽃은 가는 봄을 붙들고 있다. 그 모습이 힘에 겨워 보인다. 백일홍처럼 100일 동안 피지는 못할망정 개화기간이 너무 짧다는 게 아쉽기만 하다.

연분홍 진달래는 도로변 야산 곳곳에서 고개를 내밀며 봄볕을 쬐고 있다.
 연분홍 진달래는 도로변 야산 곳곳에서 고개를 내밀며 봄볕을 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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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분위기가 마음을 사로잡는 배꽃도 꽃망울을 터뜨렸다. 나주시 노안면 배 과원의 모습이다.
 은은한 분위기가 마음을 사로잡는 배꽃도 꽃망울을 터뜨렸다. 나주시 노안면 배 과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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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진달래꽃은 도로변 야산 곳곳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엊그제 꽃망울을 터뜨린 유채도 금세 들녘을 노랗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것의 색이 짙어가는 만큼 내 마음도 한껏 부풀어 오른다.

배꽃은 이제 순백의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남도의 봄꽃 행렬이 하얀 배꽃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매화나 벚꽃의 화려함에는 미치지 않을지라도 은은한 분위기가 으뜸이다.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봄이 찾아왔고, 또 눈부신 꽃길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하루였다. 사람 발은 늦어도 향기는 천리를 간다던가. 배꽃잎 한 장 편지지에 고이 담아 바람에 날려 보낸다. 모두의 그리운 우체통으로.

동행한 예슬이가 틈틈이 보고 느낀 점을 메모하고 있다.
 동행한 예슬이가 틈틈이 보고 느낀 점을 메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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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송과 어우러진 마을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다. 광주시 충효동 환벽당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노송과 어우러진 마을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다. 광주시 충효동 환벽당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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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봄꽃, #목련, #배꽃, #충효동, #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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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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