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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5일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건설현장을 방문, 현장에서 재활을 위해 일하고 있는 노숙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5일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건설현장을 방문, 현장에서 재활을 위해 일하고 있는 노숙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배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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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정치인이기는 하지만,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공정선거 관리에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이 규정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선거법 9조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이 판례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행위는 공직선거법 9조 위반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는 단정적으로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일 식목일 행사 이후 최측근인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의 지역구인 은평뉴타운을 방문한 것은 불법선거운동이라는 주장이다. 

임 교수는 7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운동기간, 정치적으로 민감한 기간에 여당 국회의원 후보(이재오 의원)이 공약사항으로 내건 '은평뉴타운' 지역을 직접 방문한 것은 그 자체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포함된다"며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위법행위"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 9조'를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때도 문헌 그대로 적용, 해석했다"며 "고의성을 떠나 선거중립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면 위법"이라고 해석했다.

임 교수는 '운하백지화 국민행동'의 활동에 대해 선관위가 '불법'이라고 유권 해석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임 교수는 "선관위가 자꾸 자의적으로 법해석을 할 것 같으면 헌법이 이들을 탄핵해야 한다"며 "여당에게 유리한 결정을 계속 내놓는 것 자체로 선관위가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임 교수는 "운하백지화 국민행동의 활동에 대해 적법이라고 했다가 사흘 만에 위법이라고 뒤집은 선관위는 스스로 기준이 없는 자의적 결정이라는 걸 인정한 것"이라며 "선관위가 함부로 법해석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헌적인 법적용"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임지봉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임지봉 교수. 임지봉 교수.
▲ 임지봉 교수. 임지봉 교수.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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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식목일 이명박 대통령이 최측근인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 지역구인 은평(을)구를 방문해 관권선거 논란이 일고 있다. 어떻게 보나.
"선거법 9조는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규정하는 조항이다. 그 조항의 적용범위는 이미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때 헌법재판소가 판결을 통해 이미 밝힌 바 있다. 대통령도 선거중립 의무를 지키는 공무원에 속한다는 게 그 내용이다. 대통령이 정치인이기는 하지만,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공정선거 관리에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들과는 달리 선거중립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 어떤 행위가 선거중립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건가.
"법조항에 따르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나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도 이 규정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때 문헌 그대로 적용, 해석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문헌에 따라 그대로 해석해서 대통령의 행위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걸로 판단해 선거중립의무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봤다.

고의적이냐, 아니냐는 관계없다. 고의적인 게 아니어도 선거중립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면 위법이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이번 사건에 그대로 적용해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선거운동기간, 정치적으로 민감한 기간에 여당 국회의원 후보(이재오 의원)가 공약사항으로 내건 '은평뉴타운' 지역을 직접 방문해 상황을 점검한 것은 그 자체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 선거 관계자를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선거운동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한나라당에서 주장하듯이 여당 국회의원 후보가 동석했느냐 아니냐 이 여부를 떠나서 여당 국회의원 후보의 중요 공약사항과 관련된 은평뉴타운을 방문한 것은 그 자체로 선거결과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행위다.

대통령의 출현 자체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닌가. 특히 여당 국회의원 후보의 중요 공약사항과 일치되는 지역을 방문한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적용한 '공직선거법 9조의 판례'를 적용해야 하고, 이 판례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행위는 공직선거법 9조 위반이다."

선거법 위반, 헌재의 결정이 가장 구속력 있는 유권해석

- 선관위는 선거법 위반에 대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특정지역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거나 선거 관계자를 만나 격려하고, 선거 관련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관위가 공직선거법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리는 기관이기는 하지만, 최종적인 유권해석기관은 아니다. 따라서 공직선거법 9조 위반이냐, 아니냐에 대한 최종판단은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와 같은 사법부가 판단할 문제다.

오히려 '선거법 9조'와 관련해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 때 이미 헌법재판소가 최종 유권해석을 내렸다. 지금으로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가장 구속력을 가지는 유권해석이라고 본다."

- 선관위는 사흘만에 '운하반대 백지화 운동'의 활동에 대해 적법, 위법 주장을 번복했다.
"선관위가 운하백지화 국민행동의 활동에 대해 적법이라고 했다가 사흘 만에 위법이라고 뒤집었다. 그 자체로 선관위의 결정이 자의적이고, 기준이 없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거다. '운하백지화 국민행동'의 활동에 대해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다가 선거 막판에 '대운하문제'가 선거쟁점이 됐다며 단속하려 한 것은 문제다. 특히 대운하 건설은 국가적 정책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선관위가 함부로 법해석을 했다. 그 자체로 위헌적인 법적용이다."

- 선관위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 적용은 누가 보더라도 객관적으로 명확히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선관위는 '운하백지화 국민행동'의 예에서 보듯이 사흘 만에 법적용을 뒤집었다. 그러면 국민들의 표현이 상당히 위축된다. 표현행위를 하는 게 선거법 위반인지, 아닌지 등등. 혹시 위반일 수 있다는 생각에 자유롭게 표현을 못하게 된다. 그게 바로 표현의 자유 침해다."

-  선관위의 결정이 자의적이었다고 판단한다면 이를 제어할 방법은 없나.
"선관위원들을 탄핵할 수 있다. 이들이야말로 가장 선거중립의무를 지키야 할 사람들이다. 그런데 자꾸 자의적으로 법해석을 하면 헌법이 이들을 탄핵해야 한다. 선관위는 물론 아니라고 하겠지만, 최근 선관위 결정이 여당에게 유리한 것들이다. 이 자체가 선관위가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에 대해 처벌이 가능한가.
"이명박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9조를 위반했기 때문에 탄핵소추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정치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다만, 문제제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대통령은 재임 중에 내란·외환의 중죄를 범한 경우가 아니면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더라도 소추를 받지 않는다. 단 하나, 재임 중에도 탄핵은 가능하지만 그 정도로 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탄핵소추가 현실적으로 이뤄지겠나. 그러나, 법위반은 분명하다."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6일 오후 삼청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일 이명박 대통령의 은평뉴타운 건설현장 방문은 관권개입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6일 오후 삼청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일 이명박 대통령의 은평뉴타운 건설현장 방문은 관권개입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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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불법선거운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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