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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감사하게도 이번 주말엔 맑은 날이 계속되어 봄나들이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아무 계획 없이 주말을 보내는 사람들에게조차 자꾸만 밖으로 나가야말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게 하는 아주 맑은 봄날 오후, 밀양시 삼랑진읍에선 삼랑진 딸기한마당축제가  열린다는 정보를 수집하고 삼랑진으로 향했다. 이번에 제8회째 개최하는 삼랑진 딸기한마당축제는 5일 삼랑진 딸기가요제를 시작으로 6일엔 풍년기원제, 사물놀이, 딸기를 이용한 레크레이션, 삼랑진 딸기 아줌마선발대회, 불꽃놀이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고 했다.

 

양산을 벗어나 무척산 터널을 지나 삼랑진읍으로 진입했다. 그런데 아뿔사, 삼랑진 톨게이트를 지나는 순간부터 시작해서 삼랑진으로 접어드는 길에는 차량들로 정체를 이루고 있었다. 가다 서다 가다 서다 하기를 반복하고 있는 게 아닌가. 다시 돌아갈까 하는 남편을 겨우 꼬드겨서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했다. 그런데 조금씩 차가 움직이는가 싶으면 또 서고, 그렇게 또 한참동안 기다려야 하고, 이건 말이 아니다.

 

자꾸만 조급증을 내는 남편을 이젠 나는 묵비권행사를 하며 계속 기다리게 했다. 그래도 그렇지 차가 움직이질 않았다. 아니 조금 가는가 싶으면 또 서기를 반복했다. 이렇게 하기를 1시간, 이대로 있을 순 없었다. 겨우 시내로 접어들었지만 행사장까지는 언제 도착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아니 해가 다 질 듯 했다. 행사장 가는 길에 쭉 서 있는 차량들 사이에서 남편은 차를 돌렸다. 나는 슬슬 화가 났다. ‘그래도 1시간 동안 기다렸는데...'하고 말했다. 기다린 시간이 아까웠다. 미안했던지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여보, 삼랑진 구경이나 하면서 딸기밭에서 딸기나 사갑시다.”

 

꼬여버린 내 마음, 그래도 무턱대로 화는 낼 수 없고, 토라진 마음에 구겨진 말을 한마디 던졌다.

 

“차 운전대를 당신이 잡고 있으니, 당신 맘대로 하세요.“

 

"여보, 저기 사람들 쑥 캐고 있네, 쑥 캐고 갈까요?"

 

남편은 다시 말을 걸어왔지만 삐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창 밖 풍경에 눈을 두고 있었다.

 

“아니, 이사람, 어제만 해도 산에서 쑥 캐고 간다고 난리더니, 오늘은 어째 시큰둥하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묵묵부답으로 앉아 있었다. 그러면서 삼랑진 구석구석을 차로 한바퀴 돌다가 하우스 딸기를 팔고 있는 곳에 이르렀다. 다른 하우스에는 행사장에 갔는지 아니면 다 팔았는지, 사람들이 없는데 유독 한 집에만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딸기 향기가 달콤하게 코끝에 와 닿았다. 차를 세우고 하우스 앞 판매장으로 갔다. 사람들이 이미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거나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저만치 논두렁 밭두렁에서 쑥을 캐고 있었다.

 

우리가 갔을 땐 큰 박스로 10개의 딸기박스를 사가는 사람의 딸기를 담느라 딸기밭 안주인의 손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주인아저씨는 계속해서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숨도 쉴 틈도 없는 바쁜 인상으로 딸기를 따고 있고, 하우스 안쪽에서도 아주머니 세 사람이 딸기를 계속해서 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주머니, 딸기축제엔 안 가시나요?”

하고 물었더니,

“그럴 시간이 어딨어요. 여기 앉아 파는 것 만해도 정신없이 바쁜데.”

하고 한마디 툭 던졌다. 딸기 하우스 주인 아저씨는 하우스 안에 사람들이 못 들어오게 했지만 나는 양해를 구하고 아저씨를 뒤따라 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몇 가지 물었다.

 

“아저씨, 딸기는 언제부터 이렇게 따나요?”

“글쎄요, 설 쇠고부터 계속 딸기는 나왔어요.”

“그럼, 언제까지 딸기를 땁니까?”

“작년에는 6월 10일까지 땄는데, 올해는 잘 모르겠어요. 돼 봐야 알지요.”

 

질문을 더 하고 싶었지만 딸기 따기에 여념이 없는 주인아저씨한테 더는 물을 수가 없었다. 딸기 따느라 바쁜데 성가실 것 같았다. 아저씨는 딸기 따는데 아주 골몰해 있었다.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그 마음이 오죽 바쁘랴. 주인아주머니도 고개 들 틈도 없이 쭈그리고 앉아서 딸기 담느라 바빴다.

 

이집 소문은 손님들이 대신 내 주고 있었다. 사가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집 딸기는 다른 집 딸기하고는 종류가 달라요.’ ‘당도도 아주 높고, 이집 딸기는 두껑을 잘 닫고 냉장고에 일주일 이상 넣어놔도 잘 뭉개지지 않아요.’ 하면서 특별한 맛이란 것을 강조하면서 딸기 자랑을 했다. 주인이 딸기 자랑도 소문도 낼 필요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기다리는 사람들이 맛볼 수 있도록 알이 작은 딸기를 내놓고 있어 먹어봤는데 이건 처음 먹어보는 과일처럼 맛이 아주 좋았다. 이런 딸기가 있었던가, 싶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있다 다시 오겠다고 하고선 나왔다. 어느새 구겨진 내 마음은 활짝 펴져 있었다. 아니 당도높고 향기 높은 딸기 맛에 그만 행복해졌다.

 

마치 우리만 이런 좋은 곳을 발견한 것처럼, 둘만의 비밀을 공유한 것처럼 좋아했다. 우리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삼랑진 일대를 둘러보기로 했다. 이때쯤이면 삼랑진 딸기한마당축제 가는 길목이 좀 편안해졌을까 해서 반신반의 하는 마음으로 축제마당 가는 길목으로 다시 접어들었다. 우려했던 대로였다.

 

오후 5시가 되었는데도 차량행렬은 여전히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다시 차를 돌려 외곽을 돌았다. 삼랑진은 전형적인 농촌풍경을 하고 있었다. 곳곳마다 과실수들을 많이 심어놓은 것이 보였다. 복숭아밭에 복숭아꽃들도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가 하면 매화꽃은 이제 환하게 피어나 가로수로 선 벚꽃나무들과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밭에는 노지 딸기를 심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다시 딸기하우스로 왔다. 조금 더 기다려야 했지만 오래 기다리지 않고 우리 것을 사 가지고 올 수 있었다. 작은 스티로폴 한 상자에 알이 굵은 딸기가 12,000원이었다. 딸기를 사고 나오면서 명함 한 장을 부탁했더니 명함은 없단다. 연락처를 하나  달라고 했더니 손님이 하는 말, ‘명함은 뭐하게요, 여기 택배 안 보내줘요.’하고 말했다. 택배로 보낼 시간도 없다는 것이었다. 꼭 택배 때문에 물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연락처를 하나 가르쳐 달라고 했다. ‘저어기 적혀 있어요’ 하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딸기 비닐하우스 앞면에 이름표처럼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차를 타고 오면서 우리는 딸기를 먹었다. 어찌나 그 향기와 당도가 높은지 먹는 것이 이렇게 사람 마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소개하지 맙시다’ 남편이 이렇게 말하기는 처음이다. 마치 새로운 과일을 처음 먹어보는 듯한 맛이라고까지  말했다. 정말 그랬다. 이 딸기의 특징은 작든 크든, 또 붉게 익었든지 덜 익었든지 당도가 높고 맛은 똑 같다는 것이다. 물론 딸기가 클수록 그 맛은 더 깊었다. 일반 시중에서 파는 딸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맛과 향이 뛰어났다.

 

 
삼랑진 딸기한마당축제도 좋지만, 우리나라 딸기의 시배지로 알려진 딸기의 맛과 향이 뛰어난 삼랑진 딸기를 이렇게 바로 하우스 재배하는 곳에서 바로 사서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적어도 6월 초순이나 중순까지는 딸기를 따서 판매한다고 하니, 자주 찾아도 좋을 듯 했다.  딸기는 그 맛과 향이 뛰어나고 비타민 C가 사과의 1배, 레몬의 2배를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딸기 축제보다 더 좋은 것이 여기 있었다.

 

차가 막혀 삼랑진 딸기한마당 축제에 가 보진 못하고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했지만, 딸기 축제 한마당에 펼쳐놓은 딸기들보다 딸기 하우스에서 즉석으로 따서 이렇게 산지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향도 높고, 맛도 뛰어난 딸기를 만나,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었다. 딸기하면 삼랑진, 그 맛과 향이 뛰어난 삼랑진 딸기맛을 알게 되었으니 자주 찾을 것 같다. 그리고 삼랑진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몇 번은 발품을 팔아야 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지난 4월 6일, 삼랑진에 다녀왔습니다.

*맛있는 하우스 딸기 추천-
하남진 011-597-9433
p.s:배달은 안해줍니다. 위치를 알고 찾아 가실 분을 위해 알려드립니다^^


태그:#삼랑진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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