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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희

 

"태안 알리러 홍보 투어 가요."

 

6일 오전 태안읍 동문리에 위치한 A마트 주차장에 모인 '태안 네바퀴 동호회(회장 문원근)'의 회원 20여명.

 

한나라당 당복을 연상 시키는 파란색 점퍼를 걸치고 있다 보니 주변 행인들이 이들에게 의문의 눈길을 보냈다.

 

사람들이 눈길이 부담스러웠는지 한 회원이 "색깔 좀 다른 걸로 하지 그랬냐? 그리고 원래 이 색깔보다 더 짙은 색 아니었어?"라며 당복(?)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몇몇 회원들이 점퍼의 색깔을 가지고 논쟁하는 동안 한 쪽에서는 엄마·아빠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이 술래잡기에 여념이 없다.

 

연신 "하하, 호호, 히히"하며 주차장 주변을 뛰는 아이들. 모처럼만의 나들이여서 그런지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눈과 코를 지나 턱으로 흘러내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뜀박질을 계속한다.

 

문득 시계를 들어다본 문원근 회장이 한마디한다.

 

"근데 아직도 안 온 사람은 뭐야? 아직도 약속을 안 지키는 후진국형 인간이 있어?"

 

그때 저쪽에서 이제야 도착한 한 회원이 연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내뱉으며 고개를 숙인다. 미리 도착한 회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것.

 

오전 10시 30분. 오늘 '태안 알리기 홍보 투어'에 참가할 회원들이 모두 모였다. 대략적인 일정을 듣고 각자 차량에 몸을 실은 회원들은 1차 목적지인 행담도를 향해 시동을 걸었다.

 

"여기서 홍보 활동하려면 도로공사와 합의해야 하는데요."

 

그러나, 80여 ㎞를 달려온 회원들에게 행담도 오션파크 휴게소 관리자는 예상치도 못한 말을 했다.

 

"기존에도 몇몇 사람들이 태안 홍보를 위해 찾아오긴 했는데 이런 홍보 활동하려면 미리 한국도로공사측과 합의가 돼야 해요. 물론 좋은 일 하시는 건 아는데…. 일부에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도 있어서요. 해당 군이나 도로공사측에 협조문 보내고 합의되면 할 수 있어요. 이해해 주세요."

 

당황스러운 눈빛을 교환하며 서로 얼굴만 바라보는 회원들. "이래서 법 모르면 아무것도 못한다고들 하나 보네"라며 한 회원이 말을 뱉었다. 안 된다는 대답을 듣고 난 후부터 설전이 오고 간다.

 

"어떻게 하냐? 그냥 갈까?"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면 말이 안 되지!"

"그럼 어떻게 하냐? 안 된다고 하는데."

"여기까지 온 기름값이 아까워서라도 몰래 하고 가야겠다."

"그러다가 관리소 사람한테 한소리 들으면 어떡하냐?"

"몰라. 일단 저쪽 하행선 쪽으로 가서 이것(태안 홍보지도) 좀 몇 장 나눠줘 보자!"

"그래.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 수는 없지 일단 해보자."

 

논쟁 끝에 홍보 활동을 결심한 회원들. 일단 종합안내소 위에 설치된 기름유출 자원봉사 감사 현수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이후 관리소 사람의 눈길을 피해 계획대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저기 태안 주민인데요. 태안으로 많이들 놀러 오세요."

"어, 저 지금 안흥가는데…. 기름사고로 고생 많으시죠!"

"감사합니다. 선생님 같이 걱정해 주는 사람이 많아 힘이 되요. 어쨌든 안흥 가신다고 하니 좋은 여행 하세요."

 

한켠에서 조심스레 태안 지역 축제 현수막을 펼치고 전단지와 지도를 나눠주는 동안 회원들. 많은 사람들이 기름유출 사고로 태안을 알고 걱정해 주는 것이 감사하기만 하다.

 

문원근 회장은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태안을 알고 있고 걱정해 주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걱정해 주는 국민이 있으니 이제부터 더욱 힘을 내 다시 일어서는 태안 만들기에 전념해야겠다"며 분주히 태안 홍보물을 돌렸다.

 

사람들이 열심히 홍보물을 돌린 탓인지 주변 사람들 손에는 순식간에 태안 홍보물이 들려졌다. 태안 지역 홍보 지도를 펼치고 살펴보는 사람, 축제 관련 전단지를 살펴보는 사람, 홍보물 하나만 달라는 사람 등 주변 반응이 생각보다 좋다.

 

약 1시간 정도 홍보물을 돌리니 어느새 준비한 홍보물들이 거의 소진됐다. 회원들은 "이제 그만하고 애들도 같이 왔으니까 우리도 밥 먹고 꽃구경 잠깐 하자"며 발길을 옮겼다. 차량에 올라타기 무섭게 예상보다 좋은 반응에 대한 얘기가 이어진다.

 

"회원 여러분, 고생 많았습니다. 그래도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 뿌듯하네요. 즐거운 마음으로 밥 먹고 꽃구경하고 돌아갑시다."

 

회원들의 노고를 달래는 회장의 말이 끝나자 이내 대답이 온다.

 

"회장님 정말 반응이 좋아 기분이 좋네요.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을 이제 알겠네요. 하하."

"그래요, 오늘 정말 기분 좋네요.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무선통신을 이용해 서로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회원들. 이들처럼 태안을 지키고 태안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보게 되는 게 아닐까.

 


태그:#기름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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