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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호에서는 '벚꽃과 딸기, 양수 발전소의 만남'을 주제로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눈이 시리도록 맑은 물을 보노라면 내 마음까지 맑아진다.
▲ 삼랑진 양수 발전소의 천태호 천태호에서는 '벚꽃과 딸기, 양수 발전소의 만남'을 주제로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눈이 시리도록 맑은 물을 보노라면 내 마음까지 맑아진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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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은 화창한 봄 날씨다. 전화벨이 울린다. 하동 쌍계사 벚꽃놀이 가잔다. 법회 참석해야 한다고 거절했다. 아내는 투정이다. 문득 달력을 보니 4월 6일 그 밑에 문학기행이라 적혀 있지 않는가. 오래 전에 약속한 행사다. 서둘러 집합장소로 갔다.

분침은 9시를 넘고 있다. 사하문학회 21명 회원은 꽃이파리 휘날리는 봄길을 따라 밀양으로 문학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삼랑진 양수 발전소에 도착했다. 활짝 피어난 벚꽃나무는 등불이 되어 봄길을 환히 밝히고 있다. 천태호, 안태호 양수 발전소는 ‘벚꽃과 딸기 그리고 양수의 만남’을 주제로 하는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삼랑진 양수 발전소는 고리 원자력 발전소의 밤에 남아도는 전력으로 아래 호수로 떨어진 물을 위쪽 호수로 다시 끌어 올려 발전을 한다고 한다.

사하문학회 21명의 회원은 4월 6일 밀양으로 문학기행을 떠났다.
▲ 천태호의 꿈바위 전망대 사하문학회 21명의 회원은 4월 6일 밀양으로 문학기행을 떠났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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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우, 이영도 오누이 시인의 생가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북 청도라지만 밀양과 진배 없다. 오누이 공원엔 이호우와 이영도 시인의 시비가 서 있다. 돌을 깎아 세워 자연미가 없다. 시비로서는 멋이 덜하다 싶다.

밀양 연극촌으로 갔다. 직원의 안내로 연극촌의 이곳저곳 이모저모를 살폈다. 이름난 연극인들이 이곳에 모여 공동생활을 하며 예술혼을 불태우며 살아가고 있는 현장이다. 밀양엔 이 연극촌이 있어 예술의 고장이 되고 있다. 폐교된 건물이 새롭게 살아난 것이다.

밀양 연극촌에서는 매주 토, 일요일 주말극장 공연관람과 더불어 배우들과 함께 이야기 하고 , 먹고, 자고, 배워 볼 수 있는 1박 2일의 연극 체험 코스의 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
▲ 밀양 연극촌 밀양 연극촌에서는 매주 토, 일요일 주말극장 공연관람과 더불어 배우들과 함께 이야기 하고 , 먹고, 자고, 배워 볼 수 있는 1박 2일의 연극 체험 코스의 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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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자. 너무 흔한 여자 이름 같다. 무식한 탓인가. 김종직의 아버지란다. 더구나 조선 성리학의 초조라고 하지 않는가. 성리학이라면 안향이란 이름이 먼저 떠오르는 데 말이다. 추원재, 점필재 김종직이 태어나고 자라고 별세한 집이다. 뒷산엔 점필재의 묘소가 있다고.

조선조 성리학의 거두 김종직이 태어나고 자라고 별세한 '추원재'다. 뒷산엔 그의 묘소가 있다.
▲ 김종직 생가 조선조 성리학의 거두 김종직이 태어나고 자라고 별세한 '추원재'다. 뒷산엔 그의 묘소가 있다.
ⓒ 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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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 큰 일이 생기기 전에 땀을 흘린다는 표충비각, 나라가 어지러울 때라 자연현상 하나에도 과잉 반응한 민중의 의식이 아닐까. 요즘 들어 풀잠자리 알을 우담바라라고 우기는 큰 스님도 혹세무민하는 것이 아닐까.

사명당, 스님이 천민으로 억압받던 그 시대에 승려들로 의병을 조직하여 자신들을 괴롭히고 천대하던 그 나라 조정을 구하기 위해 목탁 대신 칼을 들고 싸우지 않았는가. 임진왜란 때 그가 부린 도술은 이 나라 민중에게 구세주가 된 것이 아닐까.

몇 해 전 복원한 생가와 사명당 기념관은 밀양의 명소가 되었다. 송운대사 구택, 사랑채, 정침, 삼문, 숙청사를 둘러보며 사명당의 체취를 느껴본다. 그의 작은 몸짓 하나라도 우리 백성에겐 감동을 주지 않을까. 표충비각의 땅방울 하나라도 예사로 보지 않는 것이 이 나라 백성이 아닌가.

사명대사 기념관은 충의문과 중앙광장, 기념관, 추모광장으로 되어 있다. 사명당의 유품이 부족해서 좀 아쉽기는 하지만 임진왜란의 그 무서운 전쟁에서 이 나라 백성을 구한 사명당을 기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밀양은 사명당의 고장이 되고 있다.

밀양의 새로운 명소가 되고 있다.
▲ 사명당 기념관 밀양의 새로운 명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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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환장을 든 사명당 동상. 사명당 기념관 앞에 서 있다.
▲ 사명당 동상 육환장을 든 사명당 동상. 사명당 기념관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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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 꽃새미 마을로 찾아간다. 저 멀리 꽃 속에 묻힌 마을이 보였다. 되돌아가서 그 곳으로 찾아가니 바로 허브 나라 꽃새미 마을이다. 짙은 풀향기, 꽃향기가 흐른다. 온갖 꽃들의 향기로 가득한 허브 마을이다. 약초와 향기를 허브라고 한다던가. 곳곳에 돌탑이 서 있고 장승이 지키고 있다.

참새미 마을 허브나라, 이것에서는 맑은 향기가 흐른다.
▲ 주말 농장 참새미 마을 참새미 마을 허브나라, 이것에서는 맑은 향기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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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전통을 잇고자 애쓰는 이곳에는 돌탑, 장승들이 많이 있다.
▲ 참새미 마을 허브 나라의 장승들 우리 나라 전통을 잇고자 애쓰는 이곳에는 돌탑, 장승들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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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출발할 적에 총무님은 앞앞이 비닐봉지에 먹을 것을 싸 주었건만 그것을 먹을 시간도 없었다. 총무인 박시인의 모친과 친구들이 챙겨주는 묵이며 딸기며 미나리 들로 또 한 보따리가 되었다. 구수한 다슬기 국물에 소주잔 기울이고 나니 배가 부르다.

음식 보따리를 풀 곳이 없어 부산을 떠나 만어산 험한 바윗돌 사이에 집을 지어놓은 신진 시인의 집으로 갔다. 걸어서 가기도 힘든 까풀막, 그 길로 차를 몰아 간 것이다. 절집보다도 더 무덤보다도 더 심한 적막이 흐르는 그 곳에 시인은 터를 잡았다.

검둥이 흰둥이 등 두 마리의 개가 주인 없는 집을 지키고 있었다. 여러 날 집을 비울 적에는 여러 날 먹을 것을 한꺼번에 주어도 그날 먹을 것만 챙겨먹는 다고 하니 사람보다 나은 개가 아닌가. 사람을 보아도 짖을 줄을 모르는 개다. 고삐로 매어 놓았지만 순하기만 하다. 시인의 개라서 그런가.

돌아오는 길에는 가로등 불빛이 흐르고 있었다. 오랜만에 둘러보는 밀양여행이다.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고 노래한 이호우 시인의 따슨 가슴이 전해지는 하루였다.

묘지보다 더 깊은 산골, 시인은 그곳에다 집을 지어 놓고 산다. 컨테이너 박스로 지은 집이라지만 팬션처럼 이쁜 그림같은 집이다.
▲ 시인의 집 묘지보다 더 깊은 산골, 시인은 그곳에다 집을 지어 놓고 산다. 컨테이너 박스로 지은 집이라지만 팬션처럼 이쁜 그림같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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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 미나리 안주로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하문학회원들
▲ 시인의 집에서 술맛에 취하다 묵, 미나리 안주로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하문학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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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08년 4월 6일 벚촟 이파리가 흩날리는 봄길을 따라 부산 사하문학회 회원 21명은 밀양으로 문학 기행을 떠났습니다. 밀양엔 이호우 이영도 등 오누이 시인과 김종직 등 옛 문인, 사명당과 같은 구국의 영웅이 태어난 곳입니다.



태그:#사하문학회, #밀양문학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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