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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수족이랄 수 있는 핵심 의원들이 줄줄이 낙선했다.

 

정치평론가들은 "민심의 칼이 이 대통령의 '분신'을 쳤다"고 분석한다. 한나라당 공천심사 과정을 두고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말한 박근혜 전 대표의 분노에 반응했다는 얘기다.

 

이재오·이방호, 공천심사 실세들의 탈락... '충격'

 

9일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이재오·박형준·이방호 의원 등 이른바 '이명박 직계'이자 핵심 의원들이 줄줄이 낙선했다.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에게, 이방호(경남 사천) 의원은 강기갑 민주노동당 후보에 고배를 마셨다. 박형준(부산 수영) 의원은 구청장 출신의 친박 무소속 유재중 후보에 밀렸다.

 

이들은 각각 이 대통령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의원들이다.

 

이재오 의원은 이 대통령의 심복으로 불렸고, 이방호 의원은 이 대통령의 의중을 당내에서 실행에 옮기는 다리 역할을 했다. 박 의원은 이 대통령의 '입'이었다. 대선 후보경선 때 이명박 캠프의 대변인을 맡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당내 공천심사를 사실상 좌지우지한 이재오·이방호 의원의 낙선은 충격 그 자체다. 당 사무총장인 이방호 의원은 전면에 나서서 공천을 주도했다.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 조차 회의 때 "당신 혼자 다 해먹어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정도다.

 

그런 이 총장의 뒤에 있던 이재오 의원이 있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심지어 자기 계파의 공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한 지역구에 복수의 측근을 공천 신청하게 했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정작 자신의 선거에서는 져 배지를 내놓게 됐다.

 

박형준 의원도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 중 측근이다. 대선후보 경선 때는 대변인을 맡아 최전선에서 이 대통령을 방어했다.

 

박 의원은 예상 외의 '박근혜 바람'을 만나 좌초했다. 박 의원을 무너뜨린 유재중 후보는 대선후보 경선 때 박 전 대표를 지지했다. 박근혜계의 좌장인 김무성 의원이 일으킨 '박풍'이 인접 지역구의 박 의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평론가들 "무서운 민심의 심판"... 당내 박근혜 목소리 커질 듯

 

이같은 선거 결과에 박성민 민 컨설팅 대표는 "한나라당의 공천 후폭풍이 총선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재오·이방호·박형준 등 MB의 최측근들이 탈락하고 홍사덕 후보 등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이 당선된 데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무서운 결과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도 "민심이 이 대통령에게 준 경고"라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당 공천의 가장 큰 책임자인 이재오·이방호 의원을 국민들이 확실히 심판한 것"이라며 "무섭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명박계의 강경파들이 국민 손에 의해 제거된 것 아니겠느냐"며 "이 대통령과 '친이 세력'에게는 큰 교훈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총선 결과로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은 한층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개표 상황대로라면 최악의 경우, 한나라당은 과반의석 확보에도 실패한다는 전망이다. 방송사의 출구조사 예측치와 다른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불리는 박 전 대표의 지원없이는 선거 압승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증명된 데다 공천과정을 비판한 박 전 대표의 호소가 민심을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

 

당 지도부는 총선 전 탈당 친박파를 향해 '복당 불허'를 못박았지만, 안정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면 외부 수혈이 필수다. 박근혜계도 총선이 끝나자마자 당 지도부를 겨냥해 '총선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탈당파들의 복당 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18대총선#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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