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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대 총선에서 이방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민주노동당 강기갑 후보가 당원들과 환호하고 있다.
제18대 총선에서 이방호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민주노동당 강기갑 후보가 당원들과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성호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일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농민' 강기갑이 경상남도 사천시에서 47.69%의 득표로, 한나라당 공천파동의 주역 이방호를 간발의 차이로 누르고 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출구조사 때만 하더라도 큰 차이로 이방호 후보에게 뒤지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과 감동은 배가되었다. 대선 이후 분당의 아픔으로 실의에 빠진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에게 강기갑 후보의 당선은 큰 희망을 주고 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강기갑의 당선이 한나라당의 공천사태에 대한 반사이익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천사태의 주역인 이방호를 낙선시키기 위해 박근혜 지지세력이 강기갑 후보를 적극 지지했고, 그러한 결과로 강기갑이 당선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박근혜 세력의 지지가 득표에 일정 정도 도움이 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박근혜 세력의 지지만으로 당선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운 수치가 있다. 그것은 사천시에서의 민주노동당 정당투표 득표율이다.

강기갑 당선은 사천지역 '계급투표' 결과

아래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캡쳐화면에서도 확연히 알 수 있듯이 민주노동당의 다른 지역과는 구분되는 23.43%라는 놀라운 정당투표 득표율을 보여준다(민주노동당의 전국평균 정당투표 득표율은 5.68%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상황 빨간 네모가 사천시 정당득표율이다. 타지역의 민주노동당 정당득표율의 두 배가 넘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상황빨간 네모가 사천시 정당득표율이다. 타지역의 민주노동당 정당득표율의 두 배가 넘는다. ⓒ 중앙선관위

전국을 뒤져봐도 23.6%의 정당투표 득표율이 나온 울산 북구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치이다. 이렇게 높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도는 '농민' 강기갑 당선의 주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천시 주민들은 '농민' 강기갑 뿐만 아니라 강기갑이 속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있다. 소위 '계급투표'가 이루어진 것이다. 왜 강기갑이 나온 사천시에서는 이러한 놀라운 결과가 일어난 것일까?

 지난 2005년 11월 국회 쌀비준안 반대를 요구하며 국회 본청 계단에서 단식농성중인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자료사진).
지난 2005년 11월 국회 쌀비준안 반대를 요구하며 국회 본청 계단에서 단식농성중인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해답은 그동안 강기갑 의원이 민주노동당을 통해 보여준 의정 활동 모습에 있다.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뼈 속까지 '농사꾼'이었던 '농민' 강기갑은 의회에서 철저하게 '농민'들의 이익들 대변했다.

 직접 트랙터를 몰아 논갈이에 참가한 민노당 강기갑 의원
직접 트랙터를 몰아 논갈이에 참가한 민노당 강기갑 의원 ⓒ 심은식
국회에서 쌀 개방이 논의될 때, 그리고 이 땅의 모든 농민을 사지로 몰아넣는 한미FTA가 논의될 때 강기갑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농민'의 이익을 대변해서 싸웠다. 국회의원의 체면이나 위엄 따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농민'에 대한 마음속 깊은 애정이었다.

사천의 농어민들은 백 마디의 감언이설보다 강기갑의 진실된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강기갑의 당선인 것이다. 진보진영이 내내 부르짖던 '계급투표'는 사천에서 이렇게 실현되고 있다.

진보를 표방하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17대 총선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부분의 언론에서 진보진영의 패배와 퇴보를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17대 의정활동에서 진보진영이 얻은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강기갑이다.

진보진영이 향후에 어떠한 활동을 통해 노동자 서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강기갑의 의정활동을 보라. 비정규직이라서, 농민이라서, 실업자라서 고통받고 있는 90%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강기갑#민주노동당#사천시#계급투표#이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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